아이덴티티와 시그니처, 글로벌 뚫는 KEY

2022-06-15 서재필 기자 sjp@fi.co.kr

'아크메드라비' '키르시', 시그니처로 글로벌 확장
디지털 콘텐츠 더해 시그니처 파급력 강화




사선 스트라이프와 화살표가 더해진 아트웍 로고가 시그니처인 '오프화이트'

중국과 호주에 단독 매장을 오픈하고 있는 '아크메드라비', 중국 난징과 항저우에 파죽지세로 매장을 열고 있는 '키르시', 유럽 티엔티에서 수주를 받고 일본 팝업에서 10억원 매출을 올린 '마르디 메크르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녹아 든 아트웍 또는 로고플레이 등 시그니처로 글로벌 시장을 뚫었다. 버질 아블로의 '오프화이트'는 검은 색과 흰색 베이스에 '주의'를 뜻하는 사선 스트라이프와 화살표가 더해진 로고를 시그니처에 더했다. 트렌드를 재구성하는 패션 설계자 버질 아블로의 철학과 정체성을 잘 구현했다는 평가와 함께 대중들의 공감과 관심을 얻으며 단숨에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처럼 시그니처는 스트릿 캐주얼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글로벌 홀세일 비즈니스의 열쇠가 된다.


'아크메드라비' 베이비페이스는 글로벌에서 누적 70만장을 판매했다

'아크메드라비'도 직관적인 아트웍 베이비페이스로 중국과 호주, 유럽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베이비페이스는 1970년대 미국 과자 광고에서 영감을 얻어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을 아트웍으로 삽입한 라인이다. 또한 브랜드명 '아크메드라비'는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쌍둥이 대표의 친 누나가 지어준 브랜드명인데, 프랑스어로 '인생의 정점(ACME DE LAVIE)'을 의미한다. 브랜드명에 드러난 가치와 메시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품의 퀄리티에 소비자들도 공감하면서 '아크메드라비' 베이비페이스 라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70만장을 판매하며 대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키르시'는 강렬한 '체리' 심볼로 국내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1020 여성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있다. '체리' 심볼이 강조되는 체리 라인은 매시즌 몇 만장씩 팔리는 베스트셀러이자 '키르시'의 시그니처다. '키르시'는 독일어로 체리를 뜻하며, 체리 로고 역시 이영민, 허태영 디렉터와 주시경 대표가 직접 고안한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다. 체리는 여느 과일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소유하고 있으며 빨갛고 앙증맞은 이미지로 색다른 느낌을 선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에서 비롯됐다. 또한 중국 진출을 계획해서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을 체리 모양에 연상케 했고 레드 컬러를 대표로 활용했다.


한 스트릿 캐주얼 관계자는 "시그니처 아이템은 브랜드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이다. 잘 팔리는 커머셜한 아이템이지만 정체성과 연결성이 없다면 시그니처로 자리잡기 힘들다. 해외 홀세일을 진행하더라도 바이어들이 시그니처 아이템을 먼저 알아보고 물어본다"고 말했다.


'키르시'는 직관적인 체리 로고로 중국·일본 등에서 핫 브랜드로 주목 받는다.

◇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글로벌 시장 뚫는다
시그니처 아이템이 글로벌 홀세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스트릿 캐주얼 관계자들은 바이어들에게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시그니처 아이템이라고 강조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시그니처 아이템을 중심으로 홀세일 거래를 넓혀가야 한다고 말한다.


먼저 '로맨틱크라운'은 특유의 브랜드 컬러링과 프레피 요소의 디테일 아이템을 아이덴티티로 강조한다. 이러한 디테일이 더해져 만들어진 아이템이 바로 '스트라이프 커프스 셔츠'다. 특유의 컬러링과 오버핏의 실루엣을 위한 이지한 원단의 사용으로 로맨틱크라운 브랜드 무드를 가장 잘 보여준다.


'로맨틱크라운' 스트라이프 커프스 셔츠는 중국에서 누적 7만장을 판매했다

스트라이프 커프스 셔츠가 '로맨틱크라운'이 중국 i.t 24개 매장과 단독 매장을 오픈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셔츠는 단일 제품으로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합쳐 누적 7만장 판매됐으며, i.t에서 가장 많이 수주를 요청하는 아이템이다.


김욱연 '로맨틱크라운' 이사는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로고플레이와 아트웍보다는 디테일과 분위기에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데, 프레피 가디건 셔츠류의 판매율이 높고 우리 브랜드 아이텐티티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크메드라비' 베이비페이스는 누적 70만장을 판매할 만큼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SNS를 통해 국내 연예인 패션으로 이름을 알렸고, 베이비페이스 라인의 파급력을 일찍이 알아본 중국 현지 파트너를 만나 40여개 매장을 오픈한 상태다. '아크메드라비'의 아이덴티티는 단순 베이비페이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옷 한 벌 제작할 때 원가에서 원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인데 '아크메드라비'는 이 비중을 15%까지 끌어올렸다. 매시즌 퀄리티는 높이되 초기 가격은 유지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로열티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구재모 대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시그니처는 직관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블랙, 그레이, 화이트 등 세 가지만을 메인 컬러로 내세운다. 어린아이의 다양한 표정을 아트웍은 매시즌 기획 단계에서 3만여장 이상 사진을 고르고, 그 중에서 100여개를 추린 후 최종 5~10개만을 선택하는 작업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즘웍스'의 시그니처 아이템 피쉬테일 파카

'프리즘웍스'는 최근 영국 대형 편집숍 엔드클로딩과 홀세일 거래를 진행하며 유럽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프리즘웍스'의 시그니처는 밀리터리 타입의 피쉬테일 파카다. 아메카지 스트릿 캐주얼을 표방하는 '프리즘웍스'의 베스트셀러는 야상과 항공점퍼 등 아우터 라인인데, 엔드클로딩 측에서 '프리즘웍스'의 밀리터리 타입의 피쉬테일 파카를 보고 바로 홀세일 거래를 시작했다.


피쉬테일 파카는 초기 빈티지 아이템을 베이스로 기획됐는데, 국내에서 무신사, 29CM 등 플랫폼을 통해 아메카지 마니아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들의 적극적인 피드백으로 매시즌 보완 및 업그레이드되면서 유럽 바이어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현재까지 2만장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단연 블랙 컬러의 수요가 높지만, 유럽에서는 블랙 컬러 외에도 네이비, 베이지, 올리브 등 다양한 컬러의 수요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피어 오브 갓'은 길거리 스냅샷을 SNS에 공유하면서 브랜드를 알렸다

◇ 시그니처 + SNS 콘텐츠 = 파급력 UP
시그니처 아이템이 파급력을 갖기 위해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녹여내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를 위해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SNS 활용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핫 브랜드로 '피어 오브 갓'의 시그니처는 '에센셜' 라인이다. 이 브랜드는 '나이키' '슈프림' '아디다스' '아메리칸 이글' 다음으로 인기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 출신이자 감독인 제리 마누엘의 아들 조리 로렌조가 만들었으며, 미국의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고 백인과 흑인들의 문화를 접하며 만든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피어 오브 갓'이 최근 1020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게 된 이유 중 하나는 SNS 활용이다. 미국의 패션 아이콘인 카니예 웨스트나 저스틴 비버와 같은 연예인이나 셀럽들의 착샷만큼 길거리 일반인들이 '피어 오브 갓'을 입은 스냅샷을 SNS에 공유하면서 대중들에게 브랜드 가치를 알린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파급력을 더하기 위해 콘텐츠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SNS뿐만 아니라 유튜브, 숏폼 비디오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 채널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키르시'는 중국에서 체리 심볼로 1020대 여성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키르시'의 시그니처인 체리 라인을 중심으로 뮤즈 송강을 내세운 SNS 콘텐츠로 바이럴을 펼치고, 중국 S급 왕홍들과 7회 걸쳐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면서 탑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솽스이(11월 11일), 연중따추(6월 18일)에서 20억원 매출을 기록했으며, 체리로고 스웨트셔츠는 누적 100만장을 판매했다.


'커버낫'은 최근 중국 시장 진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솽스이 기간 동안 위챗에서 운영하는 플랫폼인 미니프로그램(샤오청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면서 하루 매출 2000만원을 기록했으며, 3개월만에 방문자 수 10만명을 돌파하는 등 인기 브랜드로 급부상했다. 이외에도 꾸준히 라이브를 진행하며 솽스이 기간 동안 10억원 매출을 올렸다. 특히 '커버낫'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아치 로고 티셔츠와 맨투맨 등을 중심으로 초기 준비한 1만장을 완판하면서 중국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더 나아가 적극적인 SNS 활용으로 바이어들의 관심을 샀고, 올해부터 현지 파트너를 만나 오프라인 확장에 나선다. 구체적 사안은 현재 논의 중이지만 2선 도시를 시작으로 연내 5~10개 매장을 우선 출점하는 것이 목표다.


'커버낫' 관계자는 "'커버낫'은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실루엣과 과하지 않은 로고플레이 및 아트웍이 강점인데,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디자인들이기 때문에 제페토, 인스타그램 등에서도 쉽게 보여줄 수 있어서 많은 소비자들이 우리 브랜드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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