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폭등에 옷값 인상 압박 커진다

2022-06-15 김우현 기자 whk@fi.co.kr

지구촌 곳곳 인플레 속출·우크라 사태로 공급망 차질 심화
패션업계, "품질 유지하려면 가격 인상 불가피" 한 목소리




원자재 값뿐만 아니라 봉제 등 제반 임가공비까지 동반 상승해 패션업계가 경영난에 봉착해 있다

# 글로벌 SPA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야나이 다다시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지난 4월 실적발표 기자회견 당시 "원재료 가격이 2배, 심한 것은 3배까지 올라 현재 가격으로 파는 것은 스스로 목을 죄는 행위"라고 밝힌바 있다. 사실상 유니클로 브랜드의 주요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이 조만간 단행될 것임을 암시한 대목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의 주요국을 비롯해 한국에까지 불어닥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여파가 패션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국내외 주요 패션기업들이 원자재 값 폭등, 임가공비 상승 등 대내외적 요인을 명분으로 주요 제품의 소비자가를 인상한 가운데 하반기에는 가격 상승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료비 상승·불안정한 환율·대외 리스크가 높아진 공급망 불안 등의 여파로 패션기업과 브랜드들 입장에서도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패션기업들은 기존 가격을 유지해 제품 퀄리티를 낮추는 것보다 가격을 높이되 소비자에게 더욱 고품질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편이 장기적 관점에서 더 나을 것이란 판단 아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는 분위기다.


원자재 수입 기업 10곳 중 9곳은 올해도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계속돼 가격 인상 압박 요인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인사이드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파운드당 원면(cotton) 가격은 약 1.39달러로 지난해 12월 말 1.13달러보다 23.4% 상승했다. 지난 5월 초에는 1.55달러까지 치솟았다. 1.55달러는 2011년 3월 2달러를 돌파한 이후 10년만에 최고치다.


원면값 흐름을 살펴보면 2020년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2020년말 기준 원면 가격은 파운드당 0.78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3.14% 올랐다. 그러던 것이 2021년 말에는 1.13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44% 급등했다.


올 들어서도 5월초까지 무섭게 치솟던 원면 가격은 최근에야 다소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여전히 1년 전과 비교해 원자재 값이 거의 2배 이상 상승한 데 따른 후폭풍이 올 하반기 중 패션업계에 휘몰아칠 가능성이 커 관련 기업들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상태다.


원면은 의류를 생산할 때 없어서는 안될 필수 재료다. 원면 값이 오르면 주요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의류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1년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국내외를 막론하고 내로라하는 패션기업들은 속속 소비자 가격을 올렸다.


의류 생산에 필수적인 원면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패션 브랜드들에게 치명타가 되고 있다

◇ 원면 값·임가공비 상승으로 경영난 가중
미국 소매데이터 분석회사 데이터위브에 따르면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 기업 마이클코어스는 지난해 말 주요 제품 가격을 28% 인상한 데 이어 캘빈클라인(24%), 컬럼비아스포츠웨어(27%) 등도 두자릿수 이상씩 인기 제품 가격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자라, H&M, 아식스,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 대부분이 올 상반기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이처럼 원면 가격이 오르고 의류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 넘게 이어진 상황에서 올해는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터지며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이로 인해 에너지, 식품을 포함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으며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인플레이션이 촉발됐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 3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4% 상승했다. 이는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패션업계 안팎에서는 올 하반기에도 주요 패션기업 및 브랜드 인기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의류, 신발 등 패션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것 외에도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값 인상, 물동량 급증에 따른 물류 대란, 인건비 상승 등 비용 증가 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경우 향후 기업운영 과정에서 상당한 재무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반대로 가격을 인상할 경우 소비자들의 반발과 이에 따른 저항에 직면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물가 상승 요인이 잇따르고 있어 현재 패션기업들도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게 중론"이라며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기업 생존이 위협받는 단계에 이른 만큼 고품질의 제품을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선보이기 위해서라도 옷 값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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