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오픈런·레시피그룹, K패션 ‘스라시오’ 꿈꾸다

2022-05-15 황연희 기자 yuni@fi.co.kr

가능성 있는 브랜드 인수해 B2B2C 비즈니스 모델 구축
아마존 애그리게이터의 대표 주자 '스라시오' 영향




최근 글로벌 이커머스 마켓의 유니콘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라시오(THRASIO)는 패션업계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이커머스 플레이어들에겐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혁신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스라시오는 2018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불과 창업 2년 만에 유니콘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짧은 기간에 200여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달성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고, 소매부문 최고의 중소 기업 1위에 선정됐다.


스라시오는 어느 정도 사업 규모가 커졌지만 자본, 기술, 전문인력 등에 대한 투자가 부족해 한계에 부딪힌 소규모 셀러에 집중, 이들을 인수했다. 인수 후 회사가 보유한 전문 인력을 활용해 더 큰 수익을 내는 것을 사업 핵심으로 하고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경쟁력을 높인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아마존 롤업 전략, 또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기업들을 아마존 애그리게이터(aggregator)라고 부르는데 '스라시오'가 아마존 애그리게이터의 대표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 스몰 브랜드 롤업하는 애그리게이터  
스라시오 성공 전략이 이커머스 업계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국내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한 기업들이 각 산업군에서 부상하고 있다.


패션업계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패션업계 M&A는 무한히 반복돼 왔지만 최근 이커머스 마켓에서는 성장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발굴, 투자 및 인수해 성장시키는 '패션 스라시오'가 등장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하고엘앤에프, 오픈런프로젝트, 레시피그룹 3개사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이커머스 대표 플랫폼인 무신사, W컨셉, 29CM 등에서 선두주자가 아닌, 성공 가능성이 있는 브랜드에 주목했다.


대명화학, 무신사파트너스의 BAMP 비즈니스가 시장에서 잘 나가고 있는 브랜드를 인수해 자금 투자에 좀 더 무게를 둔 재무적 투자(FI)에 가깝다면, 패션 스라시오 모델을 추구하는 하고엘앤에프, 오픈런프로젝트, 레시피그룹은 소규모 브랜드를 여럿 인수해 상품 기획, 소싱, 마케팅, 브랜드 운영 등 전문 인프라를 활용해 비즈니스 성장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SI)로 구별된다.


e커머스 시장에서 스라시오 전략을 추종하는 애그리게이터가 늘어나면서 이들과는 결이 달랐던 에코마케팅, 블랭크코퍼레이션, 브랜디, 미디언스 등도 최근 애그리게이터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하성호 시몬느 인베스트먼트 CFA 부장은 "최근 패션업계 애그리게이터들은 단순히 자본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인프라를 활용해 마케팅, 브랜딩, 부스팅, SCM, 풀필먼트 등 부족한 것을 보완하고 강점은 살려 브랜드를 스케일업 하며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올해 들어 성장세가 가파른 ‘보카바카’

◇ HAGO, '마뗑킴' '르셉템버' '분더캄머' 'L.E.E.Y' 투자
패션플랫폼 '하고'를 전개하는 하고엘앤에프(대표 홍정우)는 대명화학의 투자 후 지난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애그리에이터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주로 'W컨셉' '29CM' 그리고 자사 플랫폼 '하고'에서 선전하는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에 주목했고 첫 대상은 2020년 8월 '로켓런치' '어몽' '큐리티'를 전개하는 스페이스 스테이션이었다. 최근 '마가린핑거스'와 'L.E.E.Y'까지 26개 브랜드에 투자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모두 여성복, 여성 패션잡화라는 공통점과 브랜드 캐릭터가 명확한 브랜드 위주로 구성됐다.


하고엘앤에프는 2017년에 설립된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5년 만에 여성복 디자이너 브랜드 애그리게이터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하고엘앤에프 역시 2020년 대명화학의 투자를 받으면서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했기에 가능했다. 대명화학 자금이 촉매제 역할을 하였고 여기에 홍정우 대표의 브랜드 매니지먼트 능력이 더해지면서 1년반 동안 26개 디자이너 브랜드를 단숨에 확보할 수 있었다.


홍정우 대표는 2000년 SK글로벌 재무팀으로 입사해 2003년부터 SK네트웍스 패션본부에 재직했다. SK네트웍스의 글로벌 브랜드 라이선싱 계약, 사업 전략, 마케팅 전략 등을 책임지며 글로벌 핫 브랜드를 국내 도입했다. 또 SK네트웍스가 오브제, 스티브J요니P를 인수할 당시 이를 주도적으로 이끈 실무 책임자였기에 브랜드 투자 및 인수에 대해 누구보다 경험치가 높았고, 오브제의 '하니와이', '루즈앤라운지'의 글로벌 진출에도 깊이 관여했다.


패션 대기업에서 익힌 M&A 및 글로벌 마켓에 대한 진출 노하우를 바탕으로 온라인 마켓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여성복 디자이너 'PICK'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 재무, 인사, 브랜딩, 이커머스, 마케팅, 라이선싱, 글로벌 진출, M&A 등 다양한 업력을 갖추고 있는 그의 이력도 성공적인 브랜드 성장을 뒷받침했다.


‘마뗑킴’은 볼륨 브랜딩 전략이 활용되며 올해 500억원 매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 브랜드별 리브랜딩 및 외부 전문가 투입
하고엘앤에프는 26개 브랜드에 투자한 후 각 브랜드별로 특성에 따라 전략을 달리했다. 해외 글로벌 진출,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컬렉션 이미지 강화, 그리고 팬덤이 강한 디자이너 브랜드는 파워풀한 디자이너 영향력을 살려 볼륨화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브랜드 재무는 통합 관리하고 있으며 상품기획은 협업해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하고엘앤에프는 디자이너 브랜드 볼륨이 작다고 판단해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덩치 큰 브랜드와 갭을 줄일 수 있도록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네트웍스에서 근무했던 우수 인력 등 오프라인 경험이 많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각각 요소에 배치하고 있다.


하고엘앤에프는 디자이너 편집숍 #16를 오픈하며 옴니채널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연초 '마뗑킴'에 SK네트웍스 출신 김태순 씨를 부사장으로 영입했고, LF 출신의 여성복 베테랑인 채민선 이사는 '마뗑킴'을 거쳐 지금은 하고엘앤에프에서 각 브랜드들의 상품기획을 두루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하고에서 신규 브랜드 개발 프로젝트를 맡았다. 하고엘앤에프는 올해부터 기존의 디자이너 브랜드뿐만 아니라 1인 창업가를 육성해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고의 투자를 받은 후 전체적으로는 290%의 성장세를 이뤘고, '마뗑킴'은 지난 3월까지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4월 누계 기준 500%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보카바카'도 1분기에 172%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하고엘앤에프는 지난해 오픈한 롯데 동탄의 디자이너 브랜드 멀티숍 '#16'의 다점포화를 통해 올해 디자이너 브랜드의 온-오프 볼륨 확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특히 일본 마켓에서 강세를 띠고 있는 ‘오드스튜디오’

◇ 오픈런프로젝트, 우월 DNA가 만든 또다른 성공
지난해 2월 설립된 오픈런프로젝트는 이제 갓 1년을 넘긴 신생 애그리게이터이지만 창업자인 브랜드 빌더로서 박부택 대표 신뢰성은 이미 검증된 바 있다. 박 대표는 2017년부터 '피스워커' '가먼트레이블'을 전개하는 PWD를 경영하며 브랜드 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대명화학에 인수된 후에는 15개 브랜드 운영을 총괄했다. 때문에 지난해 독립한 오픈런프로젝트는 출발 단계부터 애그리게이터로 출발했다. 1년 동안 '드로우핏' '쿠어' '노이어' '빅유니온' '엠니' '오드스튜디오' '잇터' '블론드나인' '미나브' 그리고 작년 말 '도미넌트'까지 10개 브랜드를 인수했다.


올해는 연예인 IP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바이챈스프로젝트를 신규 법인으로 시작하고, 오픈런프로젝트의 자체 브랜드로 '레더리(젠더리스 패션잡화), 아워데이즈(데님), 니주르(친환경 니트웨어), 이로이(코스메틱)를 전개한다.


박부택 대표는 "9개 브랜드 기준 2020년 매출 총액이 24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510억원으로 두 배 성장을 이뤘다. 올해는 800억원으로 설정했다. '노이어'는 지난해 18억원을 기록하며 인수 전보다 3배 외형이 커졌고, '오드스튜디오'는 3배(50억원), '빅유니온'과 '엠니'를 전개하는 오쿠스는 5배 성장을 이뤘다"며 "우리는 10억원 정도의 소규모 브랜드를 발굴해 성장시켜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런프로젝트의 최대 강점은 '브랜드 롤업 전략'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성공 케이스가 많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부터 15개 브랜드의 리빌딩 작업을 반복하며 독자적인 노하우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생산원가 절감, 양주 6600㎡ 규모의 통합 물류시스템, 전산시스템, 효율적인 디지털 마케팅 등 프로세스 개선에 강점을 가진다.


애그리게이터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박부택 오픈런프로젝트 대표

* 매출 외형별 솔루션 최적화가 포인트 
박 대표는 "우리는 브랜드 규모에 맞게 검증된 프로세스를 적용, 매출 외형을 끌어 올린다. 성장 도입기인 10억원 전후 브랜드는 카페 커뮤니티, PPL, 유튜브 등 검증된 디지털 마케팅 퍼포먼스를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데 집중한다. 50억원대 브랜드들은 예상외로 브랜드 외형에 비해 수익 구조가 열악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전산, 물류 시스템이나 소싱력 강화로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100억원대 브랜드는 외형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규 론칭, 오프라인 및 글로벌 진출 등의 방법을 동원한다"고 강조했다.


투자 후 외형이 3배 성장한 ‘노이어’
2개 스타일로 18억원 매출을 달성한 ‘미나브’

올해는 '미나브'의 성과가 가장 두드러진다. 작년 11월에 투자한 '미나브'는 5월 들어 3일 동안 18억원을 팔아치웠다. '미나브' 카라 니트, 라운드 니트 2개 아이템으로 3만 8천장을 판매하며 올해 6만장까지 무난히 판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픈런프로젝트는 이를 만들기 위해 1월 해외 소싱처를 활용해 초도 2만장을 생산하며 생산원가를 낮췄고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대물량을 판매하기 위해 뱀뱀을 모델로 활용하는 한편 깡스타일리스트와의 협업을 펼쳤다. 이를 통해 5월 10일 기준 3만 8천장의 주문 물량을 받았으며 올해 매출이 2배 증가한 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오픈런프로젝트는 정확한 브랜드 분석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브랜드 빌딩 프로세스를 솔루션으로 제안함으로써 성공 모델을 완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고감도 여성 캐릭터로 인기를 얻고 있는 ‘문선’

◇ 레시피그룹, DX 최적화 프로세스로 부스팅
레시피그룹(대표 주시경)은 디지털 생태계에 최적화된 애그리게이터로 평가받고 있다.


2009년 패션 브랜드의 IMC 마케팅과 온라인 PR 컨설팅 기업으로 시작한 레시피그룹은 80여개 패션 브랜드의 디지털 마케팅 컨설팅과 자사 브랜드 운영 외에 작년부터 투자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라이징 브랜드 성장을 매니지먼트하고 있는데 특히 레시피그룹의 디지털 마케팅 능력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들 역시 대명화학의 투자를 받으면서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하고 있기에 브랜드 투자에 속도가 붙고 있다. 


‘노드아카이브’는 레시피그룹 투자 후 898%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레시피그룹이 애그리게이터로 사업을 확장한 것은 지난해 '니티드', '아노블리어' 2개 브랜드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자체적으로 '로씨로씨' '모블러' '포트너스'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무신사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를 선택했다. '니티드'는 무신사 플랫폼에서 니트 카테고리 1등 브랜드로 명성이 자자하고 '아노블리어'는 셔츠 카테고리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2개 브랜드로 확신을 얻은 레시피그룹은 지난 1년 동안 11개 자회사를 운영하며 13개 브랜드를 전개하는 패션 애그리게이터로 성장했다. 이 회사가 인수 및 투자한 브랜드는 '니티드', '아노블리어', '노드아카이브' '아워스코프' '와이낫어스' 그리고 '문선' '세터' '비얼디드키드' 등이다. 최근 인수한 브랜드 중에는 '세터(6배 신장)' '노드아카이브' '문선' '비얼디드키드(4배 신장)' 등의 성과가 좋고 특히 '노드아카이브'는 투자 후 매출 성장률이 9배에 달한다.


디지털 생태계 리더 주시경 레시피그룹 대표

레시피그룹은 단숨에 브랜드 수를 13개로 늘렸는데 브랜드 독자적인 운영을 보장하면서, 이들을 위한 지원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지난 13년 동안 80여개 내로라하는 패션 브랜드의 디지털 통합 마케팅을 컨설팅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기에 투자 브랜드들에 대한 솔루션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 '키르시'를 성공시킨 경험치도 레시피그룹의 신뢰성을 높여주고 있다.


주시경 레시피그룹 대표는 "레시피그룹의 강점인 디지털 통합 마케팅의 역량을 강화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 퍼포먼스 광고, 미디어 믹스 세일즈, 브랜드 퍼블리싱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레시피그룹이 온라인 편집숍 판매 최적화를 위해 만든 실시간 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비책(BECHECK)'을 기반해 온라인 상품 기획 및 판매 전략을 컨설팅해주고 있다. 비책의 빅데이터 정보를 활용해서 데이터에 근거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 상품기획과 제조, 물류 등 밸류체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레시피그룹은 '니티드'와 '아노블리어'를 인수하면서 브랜드 서플라이 체인을 확고히 하기 위해 제조 자회사인 서온어패럴을 함께 설립해 이들의 제품 소싱 인프라를 강화시켰다. 또 작년에는 디자인 전문 회사인 하이퍼스크롤을 설립했다.


주시경 대표는 "브랜드에 투자하면서 호스트(창업자)의 공을 가장 먼저 인정하기에 최대한 기존 운영 방침에 개입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있고, 대신 플러스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레시피그룹이 보유한 디지털 마케팅 퍼포먼스, 영진니트, 서온어패럴의 제조 인프라, 물류 인프라 그리고 지난해 연말 설립한 디자인 전문회사 하이퍼스크롤의 디자인 브랜딩 등 R&D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MZ 팬덤이 확고한 손호철 대표의 ‘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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