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영파워, 유럽 무대 깃발 꽂았다

2022-05-01 서재필 기자 sjp@fi.co.kr

'프리즘웍스' '마르디 메크르디' 대형 바이어 수주
대체불가 아이템 경쟁력과 컬처코드 인정받아




런던에 위치한 엔드클로딩 매장

글로벌 럭셔리 플랫폼 '파페치'의 여성컬렉션 베스트셀러 카테고리에는 '발렌시아가' '자쿠뮈스' '보테가 베네타' 등 핫한 럭셔리 브랜드가 상위권을 마크하고 있다. 그 가운데 국내 여성복 브랜드인 '로우클래식'의 제품 오버사이즈 싱글 브레스티드 블레이저가 상위 20위권에 랭크됐다.


명품 패션 및 디자이너 브랜드의 감도높은 패션 커머스로 유명한 '에센스' 플랫폼에서는 권다미, 정혜진의 '웰던(we11done)'이 '보테가 베네타' '톰브라운' '메종마르지엘라' '발망' 등과 동일하게 여성 컬렉션 상단에 노출됐다. 더불어 '웰던의 방대한 미래 비전'이라는 제목의 패션 아티클이 에센스 첫 장을 장식하고 있다. 또한 조본봄 디자이너가 전개하는 여성복 '본봄'도 당당하게 에센스에 소개되고 있다.


영국의 멀티 플랫폼 '엔드클로딩'에는 '아크네스튜디오' '바버' '스튜디' '에센셜' '휴먼메이드' 등 MZ들이 선호하는 하이엔드 브랜드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곳에 '디스이즈네버댓'의 팬츠와 가방이 전면에 노출되어 있다.


이전에도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의 매치스패션, 파페치, 에센스 등 글로벌 럭셔리 & 디자이너 플랫폼 진출 사례는 많았지만 브랜드명을 검색하기 전에는 쉽게 노출되지 않았다.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상단, 전면 노출은 브랜드 밸류 또는 매출과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웰던' '로우클래식' '본봄' '디스이즈네버댓' 등 국내 영 디자이너 브랜드의 글로벌 마켓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엔드클로딩에 입점한 ‘프리즘웍스’

◇ 유럽으로 향하는 영파워들
국내 영파워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의 핫 콘텐츠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최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캐주얼의 글로벌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복 디자이너들의 유럽 마켓 진출에 이어 '앤더슨벨' '디스이즈네버댓' 등도 유럽 유수의 리테일러들에게 매시즌 억대 수주를 받고 있다. 최근 유럽 시장에서 주목받는 '마르디 메크르디'를 비롯 '프리즘웍스' '유니폼브릿지' 등이 유럽 유수의 편집숍에 깃발을 꽂았다. 투모로우, 엔드클로딩 등과 같은 인기있는 편집숍들도 직접 탄탄한 아이덴티티를 보유한 스트릿 캐주얼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프리즘웍스'는 지난 시즌부터 영국 대형 편집숍 엔드클로딩에 입점했고, HIP, OIPOLLOI 등 편집숍을 비롯해 24개 거래처들과 홀세일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지난 2월 뉴욕패션위크에서 캐나다 티엔티(TNT)로부터 1차 테스트 오더로 1만불(한화 약 1250만원) 가량 수주를 받았다. 또한 '널디'와 '아크메드라비'는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럽 시장을 바라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유럽이나 미주 마켓은 철저하게 바잉 중심의 홀세일 비즈니스로 운영되기에 판매자 입장에서 재고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은 최고의 장점이다. 또 럭셔리 브랜드, 글로벌 브랜드의 주된 무대가 유럽 마켓이기에 진정한 글로벌 마켓 진출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


엔드클로딩과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있는 글로벌 세일즈렙 '옵션즈' 관계자는 "한국 스트릿 브랜드는 유럽 시장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탓에 바이어들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고, 가격경쟁력에서도 탁월하다. 하지만 해당 시즌 리테일에 조준되어 있는 상품 기획 전략을 선기획 프로세스로 변경해 글로벌 홀세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캐나다 TNT로 부터 수주를 받았다

◇ '프리즘웍스' '마르디 메크르디', 핫 콘텐츠로 주목
'프리즘웍스'는 지난해 유럽 에이전시 '옵션즈'와 디스트리뷰션 계약을 체결하고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홀세일 거래선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빈티지와 밀리터리 콘셉의 스트릿 캐주얼이 유행함에 따라 '프리즘웍스' 홀세일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지난 시즌부터 입점한 엔드클로딩은 글로벌 럭셔리, 캐주얼 등 전세계 경쟁력 높은 브랜드를 선보이고 매월 5만여건 상품을 소싱하는 대형 편집숍이다. '프리즘웍스'는 옵션즈를 통해 엔드클로딩에 입점 후 두 시즌 동안 18만 달러(약 2억 2500만원) 규모 수주를 받았다.


현지 에이전시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거래 과정도 빠르다. 시즌과 아이템마다 다르지만 평균 공급가는 판매가의 50~55%로 책정하는데, 옵션즈가 직접 사입하고 마진을 붙여 편집숍에 재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브랜딩 과정에서도 효과를 누리고 있다.


안종혁 '프리즘웍스' 대표는 "매시즌 메일로 룩북을 전달하고 옵션즈가 일부 아이템을 선택, 사입하는 형태로 비즈니스를 진행한다. 각 편집숍에서 반응이 좋으면 추가 수주를 받기도 한다. 세일즈랩이 직접 나서 브랜드를 알리다보니 브랜드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는 것 같다. 세일즈랩 관계자도 영국에서 '프리즘웍스'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지난 2월 아이디얼피플과 29CM이 함께 기획한 뉴커넥트 프로젝트의 최고 아웃풋으로 꼽힌다. 아이디얼피플과 29CM은 뉴욕패션위크 기간 동안 현지에 쇼룸을 운영했는데, '마르크 메크르디'에 대한 해외 리테일러들의 관심이 높았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네타포르테, 매치스패션, 블루밍데일 등의 관심을 받았고, 티엔티로부터 초기 1만 달러 규모 수주를 받았다. 티엔티 측은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다음 시즌부터 카테고리를 넓혀 수주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켄달 제너가 입은 ‘앤더슨벨’ 니트

◇ '앤더슨벨' '디스이즈네버댓' 유럽 시장 안착
2017년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시도했던 '앤더슨벨'의 홀세일 비즈니스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앤더슨벨'은 지난해 새롭게 추가된 디젤그룹 산하 쇼룸인 투모로우를 추가했고, 네타포르테, 에센스, 파페치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등 50여개 바이어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앤더슨벨' 해외 매출은 해외작가들과 협업한 캠페인 영상과 SNS 룩북이 글로벌 바이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지난해 홀세일 매출로만 4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부터 새로운 바이어들의 문의가 전년대비 두 배 가량 증가하면서 거래선이 150개로 확대됐고, 70~80억원 규모 홀세일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최정희 '앤더슨벨' 대표는 "전반적으로 해외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그 중 우먼 라인은 글로벌 바이어들 사이에서 '대체불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우먼 라인 중 한 아이템을 유럽 유명 모델인 켄달 제너가 입으면서 화제가 됐고, 해외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이즈네버댓'은 아이디얼피플을 통해 유럽 무대에 도전한 지 2년만에 거래선을 25개까지 늘렸고, 탄탄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인정받으며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을 확대해가고 있다. 지난해 '컨버스'를 비롯해 '아레나' '클락스' 등 글로벌 스포츠가 손을 내밀며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 또한 해외직구족을 겨냥한 자사몰 비즈니스도 성과를 내고 있다. 자사몰을 통한 해외직구 매출은 지난해 20억원을 기록했는데, 홀세일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디스이즈네버댓'은 해외 세일즈로 5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아크메드라비’ 호주 멜버른 매장

◇ '아크메드라비' '널디', 중국-일본 넘어 유럽간다
'아크메드라비'와 '널디'는 유럽 시장을 새롭게 바라보는 다크호스다. 두 브랜드 모두 중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크메드라비'는 호주 맬버른에 매장을 오픈, 시그니처 라인인 '베이비페이스'와 현지 소비자들을 위한 단독 상품 기획으로 오픈 하루 만에 3억원 규모 매출을 올리는 등 검증을 마쳤다.


구재모 '아크메드라비' 대표는 "트와이스와 송민호 등 K팝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에 힘입어 호주에서 꾸준히 직구를 통해 주문이 들어오던 상황이었고, 파트너 세웅글로벌 측에서 핵심 위치에 매장을 열 수 있게 도움을 줬다. 맬버른은 유럽과 미국 시장을 위한 관문 같은 곳인데, 긍정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어 연내 유럽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널디' 역시 연내 유럽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널디'는 최근 일본 시부야 109, 오사카 109, 오사카 한큐 백화점에 잇따라 매장을 오픈했다. 또 현지 인기 아이돌 및 브랜드들과 협업을 이어가며 브랜딩을 강화하고 있다. '널디'는 앞서 올해 초 21개국 진출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이미 캐나다 현지에 법인 등록을 완료한 상태다. 유럽 시장에서도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유명 셀럽들과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면서 브랜딩을 진행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브랜드들의 글로벌 진출 전략은 어떤 형태로든 다른 모습을 띨 것이다. 로컬 상권을 형성했던 소형 편집숍에 수십장 단위로 판매했던 이전과 달리 이커머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유럽 전반의 상권을 수용할 수 있기에 물량 기획도 늘릴 필요가 있다.


단, 처음부터 글로벌 수출에 초점을 맞춰 상품 기획, 마케팅 전략을 펼쳤던 '웰던' 처럼, 홀세일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상품 기획 및 운용 전략, 현지인들의 니즈를 수용할 수 있는 글로컬 전략, 글로벌 마켓에 익숙한 디자이너, 디렉터들과의 협업 등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유럽'을 향한 황금로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춘 상품 기획 및 마케팅 전략을 세운 ‘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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