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名家’ 재건에 자존심 걸었다

2022-04-15 황연희 기자 yuni@fi.co.kr

독립문·슈페리어·인디에프, 과감한 혁신으로 신수종 개발
콘텐츠 플랫폼 절실…외부 협업, 진보적 조직 운영






정통성과 전문성으로 국내 패션시장의 역사와 함께 한 독립문, 슈페리어, 인디에프, 위비스 등 패션 중견 기업들이 자존심을 걸고 '패션 명가' 재건에 나섰다.


콘텐츠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일 것이다. 콘텐츠 IP 변화, 외부와의 유연한 협업, 상하 구분없는 진보적인 조직 운영 등으로 진정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를 내세운 MZ 영 골프 브랜드 '마틴골프'


◇ 미래 소비자를 위한 주전 선수 교체 
이들은 변화를 시작하면서 공통적으로 주전 선수를 교체했다. 브랜드 성장, 기업과 함께 해 온 탄탄한 고객들과의 관계 유지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간판 선수로 내세울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기업은 슈페리어(대표 김대환). 이 회사는 지난 2월 한섬 출신의 김희원 상무를 야전 사령관으로 영입하고 신규 브랜드 론칭 및 리뉴얼의 지휘봉을 맡겼다. 기존 'SGF67', '임페리얼'이 주력 카드였다면 이번엔 '마틴골프', '펫츠락골프'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작년 가을 론칭한 '마틴골프'는 MZ 고객을 타겟으로 프렌치 프레피룩에 기반한 골프웨어를 지향하는데,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를 모델로 기용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지난 달에는 현대 판교점에 입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고 남성 고객을 겨냥한 보이프렌드 라인도 선보였다. 또 '펫츠락골프'는 영국의 팝아트 브랜드로 콘텐츠 IP를 활용한 프리미엄 골프웨어로 전개한다. 스트리트 힙한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개성강한 스타일과 감각을 뽐낼 수 있는 디자인으로 향후 외부 브랜드와 다양한 협업도 추진한다.


김희원 상무는 "'마틴골프' '펫츠락골프'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MZ 세대를 겨냥한 신규 골프웨어인 만큼 그들의 니즈에 맞춰 브랜드를 전개할 계획이다. 또 올해 '마틴싯봉' 핸드백의 리론칭, '프랑코 밀라노'의 리뉴얼, '윌리엄스버그', '세인트쇼'의 이커머스 시장 확장 등 슈페리어 브랜드의 운영 전략이 상당히 변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펫츠락 콘텐츠를 활용한 영 프리미엄 '펫츠락골프'



◇ "새 술은 새 부대에"…근본부터 바꿔라
인디에프(대표 손수근)는 한 발 더 나아가 3개 신규 카드를 꺼내 들고 대대적인 변화를 알린 바 있다. 정구호, 김정미 콤비 영입으로 브랜드 변화를 예고했던 이 회사는 예상대로 지난해 9월 컨템포리아 패션 브랜드 '컴젠'을 선보였고 이번 시즌에는 하이엔드 여성복 '존스'와 스트리트 캐주얼 'T'를 출시했다.


'컴젠' '존스' 'T' 3개 브랜드는 작년말 인디에프에서 에스앤에이로 양도해 둥지를 옮기며 미래 소비자를 잡기 위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또 이커머스 마켓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여성복 '아위'에게도 힘을 실어준다. 인디에프의 이같은 행보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하이엔드 여성복 '존스'



◇ 독립문, 75년 헤리티지의 부활   
올해 75년의 히스토리를 자랑하는 독립문도 쇄신에 잰걸음이다. 지난해 기업 매각의 소식으로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지만 국내 대표 패션기업으로 명성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수립하고 오너들이 복귀했다.


독립문(대표 김형숙)은 우선 기업명이자 기업의 오리진이었던 '독립문'을 부활시킨다. '독립문'은 1954년 메리야스 브랜드로 시작해 1980년대까지 패션 마켓을 리드했던 브랜드다.


독립문은 75년 브랜드 헤리티지를 활용해 '독립문 헤리티지'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6월 출시를 앞두고 있는 '독립문 헤리티지'는 우선 브랜드 오리진 아이템인 '독립소곧' 내의부터 출시한다.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복원하는 것과 함께 누구나 편안하게 불편함으로부터 독립시키겠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중단했던 '오프로드'도 다시 새출발을 알렸는데 김형건 부회장이 직접 나설 정도로 애정을 쏟고 있다.


위비스(대표 도상현)의 포트폴리오 전략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회사는 아예 지센컴퍼니, 컬처콜컴퍼니,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 HOA 4개 법인을 분리해서 각자 포지션에 맞는 신규 브랜드를 선보인다. 지센컴퍼니는 스포츠 'WTM', 남성복 '라이프로그', HOA는 '카인드베리', 컬처콜컴퍼니는 '토니로렌스'를 필두로 올해 4개 신규 론칭을 계획하고 있다. 기존 위비스가 뒷단에서 기획 및 SCM 인프라를 제공한다면, 전면에 나선 신규 법인들은 각각 시장이 요구하는 패션 콘텐츠를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위비스의 JV법인 HOA가 론칭한 '카인드베리'

◇ 유통 & 조직 오픈 이노베이션 실천
중견 패션기업들의 이미지 쇄신 정책에 눈길이 쏠린 것은 그 동안의 행보와는 다소 다른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그 동안 안정과 유지 정책을 고수했던 보수 성향의 중견 기업들이 최근 신규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진보적인 전략들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선 4개 기업 모두 가두점 중심의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베이스의 기업이었으나 온라인 중심의 신규 사업을 펼친다는 점이다. 물론 오프라인 가두점과의 상충 때문에 기존 브랜드는 오프라인 중심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온라인으로 젊은 고객층을 수용할 수 있는 신규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를 위해 슈페리어는 2020년 e커머스 사업부를 신설했으며, 독립문도 온라인 사업부를 별도로 구성해 역량을 강화했다. 또 하나 브랜드 조직 역시 기존 사업부 운영 방식과 달리했다. 좀 더 기민한 운영과 자유로운 아이디어 창출을 목적으로 자유로운 형태의 조직 속에서 신규 브랜드 론칭을 테스트하고 있다.


독립문은 '독립문 헤리티지' 론칭을 위해 사내 벤처팀을 구성했다.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각 브랜드별 영업, 디자인, 경영기획, 영업기획 등 직무별 지원자 중 7명의 벤처팀을 선정했으며 이들에게는 월별 활동비, 영업이익의 일부 수익 분배, 자율적인 사업 결정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업 기획서를 수립하고, 프리젠테이션 및 제품 생산까지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받고 있다.


위비스는 올해 각 브랜드별 법인 세분화를 했는데 외부 기업과의 조인트벤처라는 전략을 선택하기도 했다. 우선 4050 이커머스 플랫폼의 신예로 부상한 퀸잇과 조인트벤처로 HOA를 설립했고, 물류 기업인 로지스밸리와는 WGL을 설립했다. 


HOA(하우스오브앤써)는 위비스의 공채 1기인 조영호 대표가 수장을 맡고 있는데 지난해 신규 법인 설립을 위해 전 직원의 지원을 받았고 조영호 대표가 최종 선정됐다. 4050 패션플랫폼 '퀸잇'의 콘텐츠 강화를 목적으로 여성복 '카인드베리'를 론칭했다. HOA 구성원은 조영호 대표를 제외하고 모두 '카인드베리' 론칭을 위한 외부 인력으로 3명의 소수정예로 움직이고 있다.


조영호 HOA 대표는 "15년 동안 위비스의 조직 문화에서 익숙한 것은 사실이나 신규 브랜드 '카인드베리'는 철저하게 이커머스 생태계에 맞춘 콘텐츠다. 소량 반응 생산이나 트렌드에 맞는 상품 기획 등 온라인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패션기업으로 성장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교육의 중심 채널 EBS는 지난 2019년 B급 콘텐츠를 지향하며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펭수'를 탄생시켜 글로벌 인기를 얻고 있고, 어덜트 타겟의 유통 채널인 롯데홈쇼핑은 2018년 '벨리곰' 캐릭터를 만들어 MZ 세대와의 소통에 성공했다. '젤리곰'을 만든 주역은 입사 2년차 신입사원이었다. 시대가 바뀐 만큼 브랜드도 달라야 한다. 그 브랜드를 전개하는 기업의 마인드 역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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