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브랜드’, 투자 블루칩 등극

2022-01-01 이현주 미닝시프트 대표 zeki@meaningshft.com

이현주의 강소 패션기업을 위한 트렌드 워치06
규모 작아도 젊은 세대와 소통 최적화 브랜드 투자




글로벌 리테일 테크 펀딩: 2분기에 이미 지난해 총액을 넘어섰다.



패션산업 디지털 전환으로 소기업들에게 큰 기회가 열리고 있지만, 사실상 소기업들의 최대 고민은 자금일 것이다. 당장 한 시즌을 운영하는데도 일정 규모의 생산을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기업, 디자이너 브랜드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해보면 다양한 지원사업 중에서도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금전적 지원이라는데 입을 모은다.


◇ 투자 블루오션이 된 패션업계
패션산업은 2020년 팬데믹 직후 극심한 침체를 경험했지만, 동시에 디지털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테크기반의 스타트업과 플랫폼을 중심으로 매력적인 투자처이자 M&A의 블루오션으로 변신했다. 국내의 경우 W컨셉이 신세계그룹에 매각되고 지그재그가 카카오에 합병됐으며, 에이블리와 브랜디가 각각 누적으로 1000억원 가까운 투자를 유치해 이슈가 됐다.


보그 비즈니스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2021년 들어 패션관련 기술 및 소매기술 스타트업에 기록적인 액수의 투자가 쏟아지면서 6월까지의 투자금이 2020년 전체 금액의 130%에 달했다. 투자는 주로 Farfetch, Lyst, Goat, Whatnot, Fair와 같은 온라인 기반 플랫폼과 마켓플레이스에 집중됐다.


패션 소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테크기업들의 사례가 먼 동네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플랫폼들이 필연적으로 브랜드 콘텐츠가 확보되어야만 가치를 지니는 생태계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마켓의 사이즈가 확장되고, 상대적으로 낮은 고정비로 수익율이 상승해 투자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빠르게 움직이는 온라인 생태계를 기반으로 소비자와 디지털로 소통하며 내실 있게 성장하는 브랜드들이 등장하면서, 이들 작지만 강한 온라인 기반 브랜드들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Vuori, 마뗑킴, 리플레인; 차별화된 스토리와 확실한 커뮤니티를 확보하고 있다.

◇ 새로운 투자처, 디지털 기반 커뮤니티 구축 브랜드
코로나19를 계기로 투자의 방향성이 바뀐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물린다. 코로나 이전에는 자본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수익성보다 성장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경향이 강했다면, 팬데믹 이후 소비심리가 축소되면서 투자자들이 새로운 위기환경을 헤쳐 나갈 생존력 갖춘 대상을 찾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팬데믹 기간동안 니만 마커스와 JC페니를 비롯한 영향력 있는 소매업체들이 대거 파산하면서 투자자들이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플레이하는 디지털화한 브랜드들에 주목하고 있다.


패션 전문지 <Business of fashion>은 올버드, 캐스퍼, 에버레인, 글로시에 등 이름만 들면 알 법한 굵직한 스타트업에 투자해온 벤처 캐피털 회사 Lerer Hippeau의 대표인 Caitlin Strandberg와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 이후 투자자들이 '옴니채널 구축을 위한 솔루션을 고민하는 회사'를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부오리(Vuori)다. 이미 레드오션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애슬레저 시장에서 몸을 조이지 않는 편안한 기능성 피트니스와 자연, 커뮤니티를 결합한 독특한 오리지널리티로 승부하며 마니아를 확보했다. 2015년 창업 이후 연간 복합 성장률 250%로 성장하고 있다. 2019년에 2억달러로 평가되었던 Vuori는 지난 10월 소프트뱅크에서 민간의류 회사 역사상 가장 큰 투자 중 하나인 4억 달러를 투자받으며 현재 40억 달러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향후 글로벌 확장을 위한 옴니채널 비즈니스에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커버낫' '마크곤잘레스' 등을 전개하는 배럴즈

국내에서는 잘 알려진 대로 대명화학과 무신사가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견인하는 가운데, 최근 에프앤에프가 벤처 캐피탈을 설립하는가 하면 신세계인터내셔널,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이랜드 등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보다 규모는 크지 않아도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최적화되어 있는 잠재력있는 브랜드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커버낫과 마크곤잘레스를 보유한 배럴즈, 더네이쳐홀딩스 및 대표적인 애슬레저 브랜드로 급부상한 안다르, 젝시믹스가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대명화학 산하의 하고엘앤에프는 마뗑킴과 스페이스스테이션, 분더캄머와 리플레인, 늘, 히든포레스트마켓에 이르는 브랜드들에 투자하며 브랜드를 육성하고 있다.


디지털시대 패션 소기업이 살 길은 결국 오리지널리티를 지닌 독특한 스토리와 상품을 제안하는 동시에 디지털을 기반으로 고객과 유기적인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 원론적이지만 가장 확실한 솔루션이다. M&A를 당하고 싶다면, 아이러니하게도 M&A나 투자를 안 받더라도 충분할만큼의 끈끈한 커뮤니티와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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