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시장과 투자철학

2022-01-01 하성호 Simone Investment CFA shha@simonecf.com

[ 하성호의 패션투자 뒤집어보기17 ]



2021년을 돌아보면 COVID-19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단단하게 붙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졌다고 하지만, 투자 의사결정의 난이도는 높아진 느낌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2021년 벤처투자 시장을 되돌아보고, 2022년을 어떻게 맞이할지에 대한 내용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벤처캐피탈은 2021년 9월까지 누적으로 총 1,791개 기업에 약 5.3조원을 투자했다. 투자규모는 2017년 이후 2020년까지 연평균 16% 속도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고, 특히 2021년 9월 누적 투자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2% 증가한 수준이다.


투자 업종은 [표2] 푸른 음영으로 표시한 섹터가 주도하였다. 2021년 9월 기준 ICT서비스 업종 비중이 29.5%, 바이오/의료 22.9%, 유통/서비스 20.6% 이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흥행, 메타버스 트렌드에 힘입어 2022년은 게임이나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 분야 비중이 상위 3개 섹터에 집중이 된 이유는 정부 정책 방향과 무관하지 않다. 2021년 9월 기준 신규 결성 투자조합에 대한 모태펀드 출자비중은 21.1%로 가장 높다. 이 같은 벤처 생태계에 대해서는 필자의 지난 칼럼 '벤처 생태계와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를 참고하자.


지난 16일 모태펀드는 상기 표와 같이, 2022년 1차 정시 출자계획을 공고했다. 지난해 1차 정시 출자계획과 모집분야는 거의 똑같으며, 올 해 출자예산 및 결성목표액은 작년 대비43%, 35% 줄어든 4,300억원, 10,600억원이다. 보통 1차 정시 출자금액이 제일 규모가 큰 것을 감안했을 때, 2022년 모태펀드의 출자금액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산업 스타트업이 포함될 수 있는 카테고리는 판매 플랫폼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케일업이나 청년창업 분야에 선정된 벤처캐피탈의 투자 정책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모태펀드의 정책자금 집행분야에 커버하지 못하는 곳을 민간기업 및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Corporate Venture Capital)이 상당 부분 해소해 주고 있다. 무신사파트너스와 대명화학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말 대기업 일반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을 허용하는 공정거래법이 허용되면서 100% 자회사 조건, 차입규모 등 제약조건은 있지만 지주사 안에서 전략적 의사결정에 따라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대기업은 아직 우리 경제활동 기여도 대비, 고용 기여도가 약 8:2 수준으로 영향력이 큰 편이다. 대기업 CVC 가 경제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진입자를 억제함으로써 경제적 혁신을 지연시킬 것이란 의견도 있다.


2022년은 물가상승 및 테이퍼링 환경 등을 감안시 올해 같은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 환경이 조성될 것 같지는 않다. 유동성으로 돌아가는 회전목마가 멈추는 순간,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좀비기업들이 퇴출될 것이고 M&A (buy-out)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시점부터 유니콘의 개체 수는 줄어들고 스타트업 간 인수합병이 늘어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필자는 이런 환경에서 투자(전략)철학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중요하지 않은 적은 없지만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필자는 요즘 브랜드 전문가와 교류, 관련 서적에 빠져 있다. 어떻게 하면 투자전략도, 투자철학도 브랜딩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영국의 비상장 투자 데이터 전문 리서치회사 프레킨(Preqin)에 따르면 한국의 PE/VC 펀드매니저 대비 기관투자자 비율은 303:160으로 투자기관의 비율이 상당히 적은 편이다. 그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누가 알몸으로 수영하고 있는지는 파도가 빠져나가야 알 수 있다.' (After all, you only find out who is swimming naked when the tide goes out)라는 말을 남겼다.


썰물에서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정성적으로는 투자철학, 정량적으로는 가치평가(Valuation)이 될 것이다. 특히 브랜드, 인재, 네트워크 등 무형자산에 대한 인사이트를 어떻게 정량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투자철학과 가치평가가 함께 작용하는 지점이다.


필자는 2022년 투자 전략 키워드를 Genuine(진정한) & Coevolve(공진화)으로 설정했다. 공진화는 한 생물 집단이 진화하면 이와 관련된 생물 집단도 진화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진화생물학의 개념이다(위키백과). 마찬가지로 필자가 자주 언급하는 복잡계 생존공식 '공존과 확장, 그리고 협력'과 선을 이루는 개념이다. 


Coevolve의 실천은 투자 운용 사이클인 '투자-가치제고(Value-up)-회수(EXIT)' 중 가치제고의 주체를 포트폴리오 기업(피투자사)과 투자자로 정의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포트폴리오사와 투자자는 투자 이후 가치제고란 공통 과제의 실천을 통해 공진화(Coevolve)한다. 투자자(VC/PE)의 차별화는 공진화에 대한 진정성(Genuine), 그리고 얼마나 풍부한 가치제고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가에서 시작한다. 차별화된 투자철학은 투자자의 브랜딩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투자철학은 곧 투자의 인성, 인격과도 같기 때문이다.


2021년을 마무리하며 필자 자신에게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져봤다. 필자의 '자기다움' 안에는 성장, 진정성, 공진화에 대한 키워드가 있는가. 그리고 투자란 무엇인가. 필자는 투자는 먼저 신뢰를 주는 행위이고, 투자집행을 하는 순간 크든 작든 사회적 영향력, 그리고 책임이 생긴다. 가치제고 과정에서 산출되는 부가가치는 곧 유무형의 기업가치가 되고, 이것이 단단한 '부(Wealth)'라고 생각한다. 2022년은 함께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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