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는 왜 브랜드사에 생산자금을 빌려줄까?

2022-01-03 김우현 기자 whk@fi.co.kr

입점 브랜드가 생산·마케팅에만 집중하도록…
2015년부터 누적 지원금 920억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제품 생산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입점 브랜드를 위해 생산자금 지원에 나섰다. 무신사가 지원하는 생산자금은 올해에만 521억 원, 처음 시작된 2015년부터 누적으로 더하면 920억 원을 넘어선다.


◇ 패션 브랜드에 생산 자금은 왜 중요할까?
패션 업계에는 고질적인 생산 문제가 있다. 아직 판매되지 않은 신상품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생산자금을 투입하는 선생산, 후판매 구조는 패션 브랜드에게 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인식된다.


특히 매출 규모가 작은 중소 패션 브랜드의 경우 이전 시즌 매출이 모두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 시즌을 위한 상품 생산자금을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F/W시즌의 생산자금이 S/S시즌보다 많아 부담이 되는 것도 생산자금 확보를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무신사 동반성장 프로젝트 성과



F/W시즌에 패션 브랜드가 주력으로 선보이는 제품은 코트, 패딩 등 아우터 품목이 많아 티셔츠, 팬츠 등 여름시즌 의류보다 제작 과정에 들어가는 원부자재 수량도 많고 제작 비용도 많이 든다. 업계에서는 F/W 시즌 제품 단가가 S/S 시즌보다 평균적으로 5~6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전에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중소 브랜드는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높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기도 하는데, 이 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시즌 생산 물량과 품목을 축소하는 경우가 많다. 매출 자체가 줄어들면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브랜드가 성장하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패션 산업의 이런 고질적인 문제는 브랜드에 어려움을 줄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새 시즌 상품을 기다려온 고객에게도 아쉬운 일이다. 생산 수량이 줄어든 탓에 재고 부족으로 품절이 되거나, 생산 후 입고가 지연돼 배송 기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유니크한 감성을 가진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가 자금 확보 문제로 생산을 중단하는 일이 많아지면, 결국 국내 패션 산업의 성장을 더디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무신사 동반성장 생산자금 지원 효과

◇ 입점 브랜드와 윈윈하는 동반성장 생산자금 지원
 무신사는 시즌마다 생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패션 브랜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부터 '동반성장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생산 자금을 지원해왔다. 브랜드가 안정적으로 생산과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음 시즌 생산 자금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생산자금을 무이자로 지원받은 브랜드는 생산과 마케팅에만 집중하게 하고, 12주 후에 무신사 스토어 판매금으로 안정적인 지원금 상환이 가능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유동 자금이 부족해 원하는 디자인과 품질의 상품을 출시하지 못하는 브랜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창업자가 보유한 뛰어난 아이디어와 역량이 실현될 수 있도록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돕는 것처럼, 무신사도 동반성장 프로젝트로 입점 브랜드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패션업계에 자금 지원이 필요한 이유

지난 10월에는 코로나19로 촉발된 국내외 공급망 불안정 상황을 감안, 가을/겨울 시즌 제품 생산 및 공급에 차질이 생긴 입점 브랜드를 위해 긴급으로 86억 원의 생산 자금을 추가 집행한바 있다. 베트남 셧다운 등 해외 생산처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입점 브랜드를 위한 조치였다. 추가 자금은 해외 생산이 어려워져 국내에서 리오더 생산으로 재고 확보에 나선 브랜드를 중심으로 지원됐다.


이어 최근에는 2022년 봄 시즌을 준비하는 입점 브랜드를 위해 156억 원 규모의 동반성장 생산 자금을 지원했다. 원면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동남아의 임가공비 상승으로 생산 비용 부담이 커진 중소 브랜드의 상황을 고려해 자금 지원 시기도 예년보다 1~2개월 앞당겼다.




입점 브랜드 중 강성진 '아웃스탠딩' 대표는 "무신사의 동반성장 프로젝트는 '아웃스탠딩'의 역량과 기량을 더욱 왕성하게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촉매제였다"며 "시즌마다 제작 공임과 생산비 결제에 부담이 많았는데 동반성장 프로젝트 생산 지원금으로 빠르게 결제할 수 있고 제품 생산 속도도 높일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덕분에 고객들에게 '아웃스탠딩'만의 색깔을 담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고 나아가 브랜드가 한단계 더 성장하는 모멘텀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또 김우용 '브랜디드' 대표는 "갑작스럽게 주문량이 급증해 제품을 추가 생산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무신사의 동반성장 프로젝트가 큰 도움이 되었다"며 "처음엔 무신사가 왜 무이자로 생산자금을 지원해 주는지 별 생각 없이 받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입점 브랜드와 동반성장 차원의 지원책이었다는 점을 인지하게 되면서 앞으로도 무신사와 쭉 함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코로나19 장기화로 입점 브랜드의 생산자금 조달 문제가 더욱 심각했던 점을 감안, 전년 대비 74% 이상 예산을 확대 운영했다"며 "앞으로도 입점 브랜드가 성장하는데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항을 중심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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