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에 맞춘 작고 효율적인 패션의 미래

2021-11-26 이현주 미닝시프트 대표 zeki@meaningshft.com

이현주의 강소 패션기업을 위한 트렌드 워치 4
Telfar&Hago의 선주문 방식 성공사례 주목해야


Telfar의 인스타그램 선주문 이벤트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절감하듯 코로나 19는 패션산업에 크나큰 타격을 주었고 여러 효율성 측면에서 디지털화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로 인해 미, 유럽 패션소비 수요가 70% 이상 급감했고(McKinsey), 2020년 상반기의 주문량은 전년도 대비 거의 1/3 가량 감소했다(Reuters).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는 있지만,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 즉 더 많은 제품과 컬렉션이 더 높은 매출을 만든다는 사고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더 많이 만들어낸다고 해서 더 많이 판매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은 여전히 불안정하며, 코로나 이후 소비자들의 패션에 대한 접근 방식이 크게 달라졌고, 여기에 급부상하고 있는 지속가능 니즈가 맞물리면서 수요 중심적 접근과 재고 관리는 향후 패션산업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선주문 시스템으로 파란을 일으킨 Hago앱

◇ 패션산업의 고질적 문제, 재고 관리
사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 재고문제는 패션산업의 큰 골칫거리였다. 2019년에 Edited.com은 전세계적으로 의류 매출의 60%만이 정가에 판매되는 것으로 분석했으며,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10년 동안 미국 패션기업 상품의 30%가 판매되지 못하고 재고로 남았다고 보도했다.


재고 문제가 대두된 것은 수익성이 감소하는데 대한 위기감도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지속가능이 부상하면서 의복 쓰레기가 환경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 받은 원인도 크다. 실제로 패션쇼핑 앱 Lyst에 따르면 2020년,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키워드 검색이 전년대비 37%나 증가했다.


이에 대한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AI 기반의 데이터가 주도하는 수요예측 시스템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도 규모의 경제를 염두에 둔 접근방식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빅 브랜드에 한정된 솔루션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유행보다는 나의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자들과 부합하는 장기적인 솔루션은 개인화 및 이를 기반으로 한 선주문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화는 (유튜브처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정확하게 맞춘 마케팅 믹스를 제공하는 방식과, 모듈화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구색 및 변형이 가능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나뉠 수 있는데, 사실상 전자는 엄청난 데이터를 확보했을 때 정확한 믹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은 자본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데다 최근의 개인정보 관련 규제들로 인해 일정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 효율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본 글에서는 최근 긍정적인 전망을 보여주고 있는 모듈식 맞춤과 그에 따른 선주문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그래프1 어떤 패션 브랜드에서 구매할 것인지 선택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요인 출처: McKinsey & Company



◇ 트렌드에서 개인화로
2020년 McKinsey가 실시한 설문 조사를 보면, 소비자들은 패션 브랜드를 선택할 때 '마음에 드는 스타일(Style you like)'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최신 스타일(newness; latest season's trend)'을 가장 '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로 꼽았다. 이는 새로움에 대한 거대한 구매욕망을 일으켜온 트렌드 기반의 소비지향 시스템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패션사이클에 대한 소비자들의 근본적인 태도변화를 보여준다.


특히 밸류체인 전체가 디지털화되면서 한층 간소해진 시스템을 기반으로 더 많은 옵션을 보다 빠르게 생산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멀게만 느껴졌던 맞춤화가 훨씬 앞당겨질 전망이다. 향후 10년간 맞춤형 의류가 패션 리테일의 주요 트렌드가 될 가능성을 묻는 RetailWire의 온라인 설문에서, 응답자의 75%는 맞춤형 의류가 향후 주요 트렌드가 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점쳤다.


Deloitte의 분석에서도 소비자 3명 중 1명은 제품을 맞춤화할 수 있는 기능을 원하고 있으며, 절반에 가까운 48%의 소비자는 맞춤형 제품의 경우 더 오래 기다릴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2 맞춤형 의류가 향후 10년간 패션리테일의 주요 트렌드가 될 가능성 출처: Retail Wire

◇ 맞춤과 선주문의 수요 중심 생태계
소비자가 원하는 사이즈와 색상을 선택하고 선주문하는 방식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Telfar는 소기업이 나가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패션피플들 사이에서 잇 브랜드로 급부상한 시점에 인스타그램에서 'Telfar Bag Security Program' 행사를 통해 선주문을 받았는데, 주문과 동시에 결제를 완료해야 하고 취소가 불가한 조건에도 불구, 전년도(2019년) 매출의 약 10배에 달하는 폭발적 주문을 받았다. Telfar의 웹사이트에는 자신들의 회사가 작은 팀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하고 효율적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선주문 방식을 도입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적은 수량으로 드롭되자마자 솔드아웃이 되는 상품을 미리 겟할 수 있는데다 원하는 색상과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다.


국내의 경우 하고엘앤에프가 새로운 움직임을 주도하는 중이다. Hago 플랫폼을 통해 자체적으로 선별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선보이면서, 크라우드 펀딩 개념을 도입해 선주문이 가능한 생태계를 구현하고 있는데, 매월 300%가 넘는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분더캄머, 마땡킴 등을 비롯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신진 디자이너브랜드들의 등용문이 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오픈과 함께, Hago가 선정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샘플을 전시하는 쇼룸형 매장 '#16'을 선보였는데 오픈 한달만에 매출 5억원을 달성하면서 단숨에 여성복 매출 1위를 기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선주문 방식은, 적은 자본으로 재고 위험 없이 안정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규모 브랜드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뿐 아니라,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좀 더 신중하게, 그리고 좀 더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도, 나아가 환경적으로도 이익이 된다. 또, 선주문의 특성상 이미 충성도 높은 팬층을 갖고 있거나, 새롭고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경우여야 일정규모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패션의 본질과 맞닿아 있어, 향후 패션의 미래의 실질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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