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e커머스는 또 재구축?

2021-11-22 김해근 브래키츠 대표 hg.kim@brackets.solutions

김해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9
이커머스 시스템은 안정성과 유연성, 확장성 갖춰야




e커머스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례한 투자를 하고 있을까? 대기업들은 이커머스 성장을 핵심 전략으로 두고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중견 패션기업들은 그렇지가 않다. 물론 이커머스 성장이라는 전략 방향이 대기업과 다르지는 않지만 전략적 중요성에 비해 투자는 부족하다. 당연히 대기업 수준의 투자를 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의 투자 방식에는 분명 되짚어봐야 할 것이 있다.


◇ 수 억 들여 구축한 시스템을 2년만에 재구축 한다고?
중견 패션기업들을 만나보면 의외로 이런 스토리를 가진 회사가 여럿이다. 구축 당시 예상과 달리 브랜드가 급격히 성장해서 더 크고 좋은 시스템으로 재구축하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여력이 부족함에도 이커머스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해 통 큰 투자를 해서 구축했는데 제대로 매출을 만들어 보지도 못하고 재구축을 한다는 얘기. 그 스토리의 디테일은 회사 마다 다르지만 대략 이런 얘기다.


제한된 예산으로 구축해야 한다. 제한된 예산이란 우리 회사 사정이지 고객의 사정은 아니다. 고객의 눈은 이미 높아져 있고 이를 우리 회사 이커머스 담당자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니 예산 대비 시스템에 대한 요구사항은 크고 다양하다. 반면 적은 예산으로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업체를 구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이커머스 개발업체의 몸값이 오른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개발 인력 인건비가 올랐기 때문에 개발업체도 견적을 올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제품에 가격을 매길 때 소비자에게 바가지 씌우겠다는 생각으로 책정하지는 않는다. 개발 업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요구 사항은 늘이고 구축 비용은 깎는다면 구축 업체의 선택은 하나다. 시스템의 품질을 희생할 것이다. 겉은 그럴 듯해 보이지만 속은 엉망진창이 되는 것이다.


구축 과정도 문제다. 중견 패션 업체에는 이커머스 시스템 구조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고 있는 IT전문가가 드물다. ERP 인력은 보유하고 있어도 이커머스 전문가까지 보유한 경우가 많지 않다. 하지만 두 시스템은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현업은 어떤가. 온라인 MD도 시스템 구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힘들다. 기존 자사몰 운영하는 것도 벅찬데 미래의 자사몰 구축도 해야 한다. 눈앞의 매출을 챙겨야 하는데 미래 시스템에 쏟을 여력이 없다. 자사몰은 ERP와 달리 고객들이 사용하는 시스템이고 곧 우리 브랜드를 대표하는 마케팅 채널이기도 하다. 하지만 크게 투자한 시스템이 오픈하는 날의 현실은 자사몰을 통해 우리 브랜드에 대한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것은 커녕 결제라도 문제없이 되면 다행인 것이다.



◇ 탄탄한 백오피스 위에 브랜드 감성을 담은 전시
이커머스 시스템은 이제 여러 매장 중 하나가 아니다. ERP와 더불어 회사의 근간이 되는 시스템이다. 그만큼 탄탄한 시스템이어야 한다. ERP와 물류시스템과는 완벽한 통합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최근 옴니채널도 구현해야 하므로 유연성까지 더해져야 한다. 다양한 결제 수단, 추천시스템, 소셜 등 외부 시스템 연계에 대한 요구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브랜드 성장에 따라 혹은 트렌드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능에 대한 요구가 커지므로 확장성도 필요하다. 안정성이 최대 미덕인 ERP 시스템과는 달리 이커머스 시스템은 안정성과 유연성, 확장성까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트렌드에도 민감해야 한다. 전시 영역은 매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자사몰은 우리 브랜드의 얼굴이다. 우리 브랜드의 감성을 살려야 한다. 최종적으로 결제버튼을 누르게 해야 한다. 입장해서 결제버튼을 누를 때까지 이탈을 최소화해야 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고객의 행동패턴을 이해하고 버튼 하나의 위치까지 세심하게 정해야 한다.


그래서 이커머스는 백오피스와 전시 영역으로 크게 나뉘어 있다. 이 백오피스와 전시 영역은 상반된 지향을 갖고 있지만 하나의 시스템으로 완벽한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아무나 훌륭한 시스템을 만들지는 못한다. 좋은 구축 업체를 선정해야 하고 긴 프로젝트 과정을 잘 관리해야 한다. 예산이 확정된 상태에서 너무 과한 요구사항은 품질을 떨어뜨릴 것이고 지나친 무관심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 시스템으로 귀결될 것이다.


기능에만 매달리면서 브랜딩을 놓치면 유입이 안될 것이고 브랜딩은 훌륭했으나 기능이 후지면 재방문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백오피스를 제대로 못 만들면 온라인MD들이 우리 제품을 파는 것보다 단순 반복업무에 에너지를 허비하게 된다. 나아가 확장성이 부족하면 신규 기능을 넣을 때 마다 시스템은 누더기가 되고 버그 해결하기 급급한 운영이 될 수 밖에 없다.


◇ 그렇다면 통합몰?
통합몰이 대세였고 대형 유통업체들은 모두 그 길로 가고 있지만 중견패션업체들도 그 길을 가야할 지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통합몰을 만든다는 것은 또 하나의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과 같다. 브랜드를 하나 론칭하고 고객에게 각인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대형 유통업체야 광고를 쏟아 부어 마케팅하면 되겠지만 중견 패션기업은 그럴 여력이 부족하다. 게다가 그들은 브랜드만 수십개이지 않나. 그만큼 시너지 가능성이 높다.


물론 통합몰의 장점도 있다. 교차구매를 위한 마케팅이 용이하고 운영비용도 절감이라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통합몰을 한다면 그만큼 통합몰 브랜딩에 대해서도 상응하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안그러면 기존 브랜드 가치도 좀먹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 우리의 이커머스는
이커머스 구축에 있어 싸고 좋은 것은 없다. 몇 년 전 쯤에는 그런 비슷한 것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정말 없다. 좋고 안좋고를 떠나서 일단 비싸기 때문에. 그러므로 이제 더욱 전략적인 의사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부에 이커머스 IT전문가가 없다면 클라우드형으로 구축하는 것이 낫다. 대신 브랜딩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자체 개발 시스템 대비 불편함도 있을 것이고 기능 확장에 제약도 있을 것이다. 감수할 수밖에 없다. 아니라면 정말 제대로된 이커머스 시스템을 구축하기를 바란다. 구축 과정에도 전문가를 쓰고 자사몰 운영에도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 애매한 투자로 애매한 품질의 시스템을 만들었다가 재구축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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