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콘텐츠 중심으로 진화한다

2021-11-22 하성호 Simone Investment CFA shha@simonecf.com

하성호의 패션투자 뒤집어보기 15
메타버스 밸류체인을 통해 살펴본 패션 산업의 대응전략




전 세계 패션위크가 온라인으로 진행됨에 따라, 발렌시아가(Balenciaga)는 2021년 가을 컬렉션을 자체 제작한 게임인 애프터 월드(After World: The Age of Tomorrow)를 통해 선보인다. 게임은 발렌시아가가 상상한 2031년 미래도시를 30분 정도 산책하며 경험하는 수준이지만, 도시 속 50개의 캐릭터가 장착한 2021년 가을 컬렉션을 구현하기 위한 상당히 정교한 디지털 휴먼, XR 기술이 녹아들어 있다.


영국의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사 디멘션 스튜디오(Dimension studio), 니콘, MRMC(니콘 계열사),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제작한 '폴리 모션 스테이지 트럭(Polymotion Stage Truck)'에서 50명의 모델을 볼류메트릭 캡쳐* 기술을 통해 3D 아바타로 구현했다. 


*수많은 카메라로 사물의 빛과 움직임을 포착하여 피사체를 3D 이미지로 만드는 기술, 디지털 휴먼이라고 부르기도 함





이렇게 형성한 50명의 아바타 모델이 입은 발렌시아가 의상, 반사가 심한 선글라스, 하이힐의 현실감 있는 360도 포착에도 상당한 고급 기술(Advanced processing pipeline)들이 사용됐다.


이번 발렌시아가 결과물은 패션과 가상세계의 성공적인 융합, 패션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으며 메타버스를 활용한 패션계의 대표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요즘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뜨겁다. 필자가 소개한 발렌시아가 외에도 루이비통, 구찌, 폴로, 나이키 등 브랜드들 비즈니스에 메타버스 활용사례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가 생각하는 메타버스의 밸류체인 소개를 통해 현재 시점에서 패션산업 관계자들이 어떤 관점으로 메타버스를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나눠보고자 한다. 


메타버스의 일관된 정의는 정확히 찾기 어렵다. 누군가는 원래 있던 개념이란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는 새로운 미래라고 한다. 보그지(Vogue)에 따르면 메타버스계 대모라 불리는 미국의 미래학자 캐시 해클(Cathy Hackl)은 메타버스를 우리의 물리적 삶과 디지털 삶의 더 많은 융합(Further convergence of our physical and digital lives)이라고 정의한다.


필자는 메타버스 산업의 밸류체인을 [표1]인프라-플랫폼-콘텐츠-사용자로 바라본다. 첫 번째로 메타버스의 시각적 효과를 담당하는 VR/AR/XR 기술, 메타버스 내 경제활동의 신뢰성을 제고해줄 블록체인, NFT 같은 소프트웨어 인프라, 그리고 모바일, 스마트글라스, 데이터센터 같은 하드웨어 인프라가 있다. 그리고 그 위에 플랫폼이 있다. 플랫폼은 크게 게임, 우리의 일상을 기록하는 라이프 로깅(Life logging) 분야, 그리고 협업 툴이 있을 것이다. 플랫폼 안에는 콘텐츠가 들어간다.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서부터 패션, 커머스까지 앞으로 많은 콘텐츠가 유입될 것이다. 그 다음 가장 중요한 사용자가 있다.


변화의 속도는 어떨까?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사용자)과 기술(인프라) 중 변화에 민감한 영역은 어디일까? 필자는 아래 [표2]와 같이 기술은 콘텐츠와 사용자가 중심이 되어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산업의 크기도 기술과 서비스로 인한 사용자의 태도가 바뀌었을 때, 즉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변화가 일어났을 때 확장한다. 필자가 '의식주'로 표현할 수 있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주는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투자관점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 중 하나다.




다시 돌아가 메타버스가 일상으로 자리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가 있다. 경제활동과 사회적 관계다. 메타버스 참여자들이 플랫폼 안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거나, 메타버스 플랫폼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같이 상호교류 기반 소셜미디어로 자리잡는 것을 의미한다.


변화는 관련 인프라가 먼저 갖춰진 게임 분야에서 시작됐고,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0년 4월 미국의 래퍼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이 포트나이트 게임 내에서 약 45분 공연으로 22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는 플랫폼은 게임, 콘텐츠는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메타버스 주요 테마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유는 직관적이다.


명확한 사용자들, 즉 팬덤이 있기 때문이다. 게임, 엔터테인먼트를 기반으로 한 팬덤시장은 굉장히 크지만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의미 있는 성장은 라이프 로깅 분야가 메타버스에 안착되면서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 초기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이 우리의 사회적 관계를 '오프라인→온라인'으로 확장했듯이, '온라인→가상세계'로 확장하는 변곡점을 기준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한다. 키워드는 '우리'다.


메타버스 기반 서비스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접속하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분야보다는 보다 넒고 개인적인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는 순간이다.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의 라이프 로깅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노력, 페이스북의 메타로의 사명 변경도 이 같은 이유라 판단한다. 


다시 발렌시아가 케이스를 정리해보자. 발렌시아가는 '디지털 휴먼', 'XR' 기술을 사용하여 '게임'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2021년 가을 컬렉션 50종'콘텐츠를 소비자에게 공개했다. 이는 게임이라고 하기 보다는 몰입형 콘텐츠 수준이고, 애프터월드라는 게임 플랫폼 안에 참여한 소비자 간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관계 및 콘텐츠 생성이 불가능하다.


현재의 메타버스 붐은 투자자 관점이 반영된 먼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상당부분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산업 참여자 입장에서는 조급한 마음을 덜어내고 기술과 사람들의 생활 패턴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패션이라는 산업은 소비자와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는 콘텐츠 산업이라 생각한다.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인터넷→메타버스', '오프라인→메타버스'로 콘텐츠 이동은 기존 콘텐츠의 이전 또는 부분적 확장을 의미하지만, '메타버스→오프라인'으로 이동은 시장의 확장 같은 의미가 아닐까.


패션은 그럴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본업인 소비자의 삶에 다양한 재미를 선사해 줄 새로운 소재, 디자인 개발, 그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스토리 데셍에 집중하자.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때, 주위를 둘러보면 이를 더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게 해 줄 기술의 러브콜이 있을 것이다. 기술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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