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패션에서 배운 것들

2021-11-01 정인기 기자, 권민 객원 에디터 unitasbrand@gmail.com

패션의 미래17






독자 질문 l 소비자가 브랜드를 느낄 수 있는 곳은 매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가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위해서 광고와 홍보에는 집중하지만정작 매장에서는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매장에서 브랜딩 전략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브랜드가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에 해당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든다. 그 막대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매스 미디어에 투자되는 휘발성 광고비다. TV나 포털 사이트 광고는 차지하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브랜드가 전하는 커뮤니케이션 내용은 직관적이며 단순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대량 살포하는 광고를 보면 <거울나라의 앨리스>의 "만약 사람이 항상 똑같은 말만 반복한다면, 당신은 과연 상대방과 대화할 수 있겠는가?"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문제 역시 마케터들이 미디어를 통해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쪽으로만 비용, 지식 그리고 열정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미디어와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인지 우리나라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매장을 살펴보자. 대기업은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매장에 '본사 직영 대형 전문점'이라는 미사여구를 사용하지만 실상은 구멍가게 수준인 경우가 많다.


문 앞에는 절도 있는 도우미가 있지만 그는 마치 로보트처럼 느껴진다. 숙련된 판매사원은 나의 필요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내가 상품을 살 것인지 아닌지 그리고 자신의 업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이 소비자가 브랜드를 구매하는 접점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사(이런 표현을 쓰고 싶지 않지만)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비중을 사람이 아닌 광고, 인테리어 그리고 전달물에 중점적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본사 직원(?)이 알아야 할 것은 사람은 사람에게 감동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할리데이비슨 매장을 가면 충격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한국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곳의 직원과 고객은 복장부터 시작해서 외모까지 비슷해 구분이 어렵다. 언젠가 나는 할리데이비슨 매장에서 기묘한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판매사원이 무릎까지 꿇어가면서 고객에게 열정적으로 제품 설명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의견에 고객이 부정하는 듯하자 약간의 긴장이 감돌면서 판매사원은 더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변 고객들이 그 자리에 몰려왔고 매장은 토론장이 되었다. 알고 보니 판매사원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고객이었고, 그는 자신이 사고 싶은 특정 모델과 그 이유에 대해서 판매직원에게 설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객이 구매할 모터 사이클에 대해서 판매 사원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모여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각자의 의견을 주장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뉴욕 소호와 런던 리젠트에 있는 애플 매장에서 할리데이비슨 매장에서와 비슷한 상황을 본 적이 있었다. 고객 한 명을 두고 여러 명의 애플 직원들이 모여서 열띤 토론을 하는 것이다. 토론의 주제는 자신에게 맞는 노트북을 추천해달라는 고객에게 어떤 제품을 제안할 것인가 였다. 고객은 특정한 프로그램을 구동하기 위해서 어떤 기종이 좋은지 물었고, 서로 다른 제품을 추천하는 직원 간의 의견 차이가 생겼다. 이 때 고객이 사용하려는 프로그램을 자신도 사용한다는 직원이 와서 다른 상품을 추천하자, 지켜보던 직원들은 그 상품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면서 또 다른 제품을 추천해주었다.


이런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한국 매장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까? 애플은 오래전, 정확히 말하면 버버리에서 안젤라 아렌츠를 데리고 오기전에 사내 직원들에게 *APPLE 네이밍에 교육적인 의미내용을 부여해서 교육했다.


런 교육 슬로건이 브랜딩에 좋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애플도 잠시 사용했다고 하지만 이 내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러 브랜드에서 애플의 이 방법을 벤치 마케팅을 했지만 잠시 유행으로 끝났다. 왜 진행이 안되었을까? 교육 가이드라인을 자세히 읽어보자. 대부분 당연한 이야기일 뿐이다. 브랜드를 차별화시키려고 했지만 정작 내용은 차별화가 없었다.




버버리에서 애플로 간 안젤라 아렌츠의 2014~2019년까지 애플 근무 내용은 애플 비밀주의로 인해서 오픈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인터뷰에서 그녀가 했던 일들을 다루고 있다.


안젤라 아렌츠는 애플에 가서 했던 첫 번째 했던 일은 직원들이 말하는 스티브 잡스의 철학을 애플에 체계적으로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애플의 인문학을 매장안에서 펼치려고 했다. 애플 스토어Store가 아니라 애플 스퀘어Squar e(광장)라고 정했다. 더이상 매장은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애플을 배우는 곳으로 만들었다.


매장 브랜딩의 시작은 우리가 누구이고, 이곳이 어떤 곳이고,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사용자를 누구로 보고있는가에 대한 대답에서 시작된다.





안젤라 아렌츠는 매장 브랜딩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애플 매장을 운영하고 기계를 판매하는 것보다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됩니다. 그 책임은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과 인문학과 기술 그리고 그것이 인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관한 책임감이죠." 이런 차원에서 시작한 애플 매장 무료 교육 캠페인이 투데이 앳 애플(Today at Apple)이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경험해서 알고 있듯이 커뮤니케이션 오류는 메시지(Mes sage) 자체가 아니라 메신저(Messenger) 때문에 일어난다. 따라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마케팅이 추구하는 메세지의 전달이 아니라 서로 브랜드안에서 생산자와 사용자가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브랜드가 브랜드가 되는 것은 마케팅이 아니라 브랜드를 중심으로 사용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형성되는 공감대에 의해서다. 그래서 브랜딩이 되는 브랜드는 무엇인가를 전달하기 위한 마케팅이 불필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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