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1 이현주 미닝시프트 대표 zeki@meaningshft.com
이현주의 강소 패션기업을 위한 트렌드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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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국내 패션기업 283개사의 2020년 매출액이 전년대비 12.51%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연 매출 2,000억원 이상의 패션기업 수는 지난해 41개사로 2019년의 47개사에 비해 13% 줄었다. 올들어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회복세를 보인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의류 소매판매액이 전년대비 17%까지 감소하는 등 코로나19로 1997년 외환위기에 준하는 타격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비대면의 일상이 오히려 온라인쇼핑의 확산에는 기폭제가 됐다. 팬데믹의 위축된 소비 속에서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대비 9.9%(의복 부문, 통계청)에 이르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 작고 다양한 취향을 먹고 자라는 패션 e커머스
그러나 온라인이라고 모두에게 핑크빛은 아니다. 대형 패션기업 브랜드 위주로 판매하는 온라인 종합몰의 경우 온라인 매출이 급성장했던 지난해 매출 신장률이 1.9%로 패션 전문 플랫폼의 1/5 수준에 그쳤다. 2017년만 해도 56.8%에 달했던 종합몰의 거래액 비중도 최근 52.5%까지 감소했다.
반면, 소호몰과 인디 디자이너, 스트리트 캐주얼을 기반으로 한 패션 플랫폼의 거래액 비중은 지난해 47.5%로 2017년 대비 10%나 증가했고, 무신사, 지그재그, 에이블리, 브랜디, W컨셉을 필두로 하는 일명 빅5 패션 플랫폼의 매출은 지난해 무려 59%나 증가했다. 가성비만으로는 공략이 어려운, 취향에 기반한 구매가 이루어지고 유행에 민감한 패션의 특성상 기존에 시장을 장악해온 종합플랫폼보다 패션 전문 플랫폼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비단 이들 빅5 패션 전문 플랫폼만 성장세를 보인 것은 아니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인 3월에서 5월 사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신규 판매자수는 코로나 이전의 11월~1월에 비해 58%나 증가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최근 스마트스토어 상점 개설은 월평균 3만5000여 건에 이른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2020년에 스마트스토어의 연 매출 1억원 판매자는 40% 증가해 2만6000명을 넘어섰는데, 네이버를 통한 이커머스 거래액 중 1위를 차지하는 부문이 바로 패션이었다. 네이버를 통해 거래된 논브랜드 패션의 거래액은 1조 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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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상공인 키워 생존하는 패션 e커머스 공룡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오프라인 구매가 절대적이었던 패션에서 이커머스가 돈 되는 마켓으로 급성장하면서 기존의 이커머스 강자들이 패션시장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기존의 몸집을 키우는 방식이 아닌 패션 전문 플랫폼의 인수와 협력을 통해서다.
카카오와 신세계가 온라인 패션 시장에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지그재그와 W컨셉을 인수하면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바 있는 네이버는 동대문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브랜디, 신상마켓과 손을 잡았다. 기존 소규모, 개인 판매자들에게 가장 큰 리스크 영역이었던 사입과 배송, 물류를 대행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로 셀러들과 연계한 것이다. 이 서비스에 참여한 판매자들의 거래액은 지난 4월 기준, 전년 대비 55%까지 증가했다. 물류에 드는 에너지를 상품관리와 마케팅, CS에 쏟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에이블리나 브랜디는 이미 이러한 풀필먼트 시스템을 바탕으로 거대 온라인에 산재해 있던 판매자들을 자사 플랫폼으로 불러들이는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사업초기의 진입장벽을 최소화한 덕분에 신규 셀러들을 공격적으로 확보하면서 다양한 상품력을 갖추고 고객을 모을 수 있었다.
◇ 경계가 모호해지는 셀러와 브랜드
배송과 CS를 대행하는 에이블리 파트너스는 판매자만 1만 2000곳으로 무신사의 세 배 가까운 판매자 수를 자랑한다. 물론, 무신사는 브랜드 기반이라는 점에서 비교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상 많은 수의 소비자들은, 지그재그나 에이블리, 브랜디 등의 패션 플랫폼에 입점해 있는 ‘육육걸즈’나 ‘슬로우앤드’같은 유명 쇼핑몰이나 ‘크림치즈마켓’, ‘슬로우베리’ 같은 스타 셀러들을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한다. 마치, 예전 소비자조사에서 다수의 소비자들이 ZARA를 백화점 브랜드로 인식한 것처럼 말이다. 이들은 단순 판매자가 아닌 인플루언서로, 충성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다수의 브랜드들보다 훨씬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충성도를 기반으로 자체기획이나 제작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지점이다.
◇ 소기업 중심 생태계가 이끌 지각변동
디지털 전환이 패션산업의 근간을 흔들어 놓고 있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데이터나 인공지능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를 불러모으며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패션전문 플랫폼이나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1인~소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가 성장하고 있는 현상은 이전의 어떤 변화보다 패션산업에 강력한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마치 개인의 수익을 보장한 유튜브가 기존의 미디어 시장을 재편했던 것처럼 말이다.
패션 강소기업들이 차지하는 파이 자체가 커지게 되면서 다품종 소량 오더와 커스텀에 대한 요구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대세 흐름이 될 것이며, 작은 기업들이 필요한 정보와 소통의 방식은 이전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변모할 것이다. 기술은 이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디지털 소싱으로 산업의 수요에 부응할테고,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패션을 대하는 행동은 이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패션산업, 이 변화를 주도하는 소비자의 패션 소비행동부터 젊은 소기업의 일하는 방식과 소통 방식, 그리고 이들과 코드를 맞춘 밸류체인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달라지고 있는 트렌드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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