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1 정인기 기자, 권민 객원 에디터 unitasbran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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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년 전 고대 이집트 사람을 명동에 데려가서 둘러본 후 소감을 물어보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이 거리에 있는 모든 건물은 신전인가요? 아니면 무덤인가요?”
아마 그는 고대 이집트 건물들과 비교해서 지금의 건물들은 단지 재료와 구조가 다를 뿐 건축에 대한 이해는 비슷하다고 생각 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건물에 붙어 있는 간판 때문이다. 당시 고대 이집트 신전 혹은 무덤의 건축물 외벽에는 그 벽을 정으로 쪼아 수많은 글씨를 새겨 놓았다. 이러한 글들은 오늘날 각종 상징으로 즐비한 간판과 큰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
수많은 고대 상형문자는 아직도 풀지 못하는 내용이 너무 많다. 글자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 당시의 문화와 상징을 모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강아지는 우리에게 반려견으로서 이해되지만, 고대에는 그 시대의 문화와 자연환경에 따라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기능과 의미였다.
브랜드가 어렵고 공감되지 못하는 것은 상형문자와 똑같기 때문이다. 1980년대 애플과 지금의 애플은 완전히 다르다. 또한 미국, 일본, 한국 그리고 유럽에서 애플을 사용하는 사람이 다를 뿐더러 무엇보다 해석되는 의미도 다르다. 상형문자는 당시 문화와 상징을 공유한 사람만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따라서 브랜드를 연구하는 사람이 브랜드에 관심이 없거나 혹은 브랜드를 그저 세련되게 돈을 많이 버는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브랜드 본질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브랜드는 문화의 실체이기보다는 결정체에 가깝다. 스타벅스, 티파니, 불가리, 루이뷔통, 코카콜라, 애플, 이케아 등과 같은 브랜드는 그 시대에, 그 지역에서 문화의 결핍과 융합에 의해 만들어진 상징화된 상품이다. 예를 들어 할리 데이비드슨이 미국 문화의 실체가 아니라 1970년대 미국 젊은이들이 미국 사회를 즐기고 표현하던 결정체인 것처럼 말이다.
브랜드에 관한 책을 읽으면 브랜드 이야기만 나온다. 그 때문에 브랜드 자체에 관심이 없거나 특정 브랜드와 특별하고 부적절한 관계(마니아 혹은 브랜드 중독)가 없다면 브랜드가 말하는 의미와 상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브랜드에 관한 관심과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 곳곳에 브랜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처럼 브랜드의 어떤 것도 해독할 수 없다.
반면 브랜드에 대한 기본 지식과 관심을 가지게 되면 백화점에 방문했을 때 더 이상 브랜드가 상품으로 보이지 않게 된다. 대신 이 시대의 욕구, 결핍, 욕망, 필요로 보이게 되며, 그 순간 자신이 서 있는 백화점이 전쟁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브랜드를 알고자 한다면, 먼저 브랜드 그 자체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특정 브랜드에 대한 애착의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 브랜드 해부도
Tbc, PID, HCC, HTN, PCI, F/U, C/S, CC, UGI, GFS. 얼핏 보면 컴퓨터 명령어 혹은 무언가의 축약 용어처럼 보인다. 앞에서부터 그대로 해석한다면 다음과 같다. 결핵, 골반염, 간암, 고혈압, 중재술, 경과관찰, 제왕절개, 통증, 상부위장관조영술 그리고 위내시경이라는 의학 전문 용어다.
대부분의 의학 용어는 약어이지만, 이것은 이 용어의 기원이었던 고대 로마 그리스어의 약어다. 그래서 어렵다. 예를 들어, 의학 용어중에 기네스북에 오른 단어도 있다(발음도 어렵다). 채석과 채광 현장에서 먼지로 생기는 규폐증의 이름은 ‘pneumonoultramicroscopicsil’이다. 여하튼 이 단어는 의학 전문인이 아니면 절대 이해 못 하는 소위 ‘화성언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람에 관해 머리, 어깨, 무릎, 발, 팔 정도로 노래를 부르면서 외웠지만, 의사가 되면 인체와 그. 기능에 관한 용어는 수 천개가 넘고 게다가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전문 용어를 익혀야 한다(이러한 전문 용어가 늘어나는 것만큼 희한한 병과 불치병도 많아지고 있다). 인체에 관한 전문용어가 많아지는 이유는 의료산업 기계가 발달하여 인간을 전보다 더 세부적으로 해체하여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도 의학용어처럼 수많은 전문용어들이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브랜드 에쿼티(brandequity), 브랜드 관리 프로세스, 플랫폼, 기능적 이익, 정서적 이익, 자아 표현적 이익, 가치 사슬, 브랜드 라이센싱, 공동 브랜드, 확장 브랜드, 브랜드 연관성, 선호도, 연상 이미지, 브랜드 자산, 통합 브랜드 관리, 브랜드 전이, 브랜드 일관성, 포트폴리오 전략, 브랜드 모델과 비즈니스 모델 등 이외에도 100여 개의 전문 용어들이 있다.
시장에 오직 상품만 존재했을 때는 이런 개념들이 없었다. 상품이 브랜드가 되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들을 만들어내자 이러한 전문용어들이 하나둘씩 생기게 되었다. 이 용어들을 잘 살펴보면 성분분석, 주의사항, 사용 방법 등이 표시된 상품 패키지에는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 브랜드 전문 용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것은 브랜드와 소비자간에 일어나는 ‘특이한’ 사회 현상들이다. 이런 단어는 시장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존재하는 감정으로, 이 감정이 수시로 바뀌면서 변화되는 형태를 전문 용어처럼 말한 것 뿐이다. 따라서 어떤 브랜드에는 ‘자아 표현적 이익’이 있지만 어떤 브랜드에는 그런 것이 없을 수도 있다. 또 어떤 브랜드는 성장하면서 ‘확장 브랜드’라는 전략을 세울 수 있지만, 어떤 브랜드는 그런 개념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브랜드 용어가 계속 많아지는 이유는 애플과 같은 특별한 브랜드가 론칭되고 성장하면서 전혀 다른 ‘소비자 가치’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 용어와 치과 전문 용어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것처럼, 브랜드에 관한 한 권의 책을 읽고 또 몇 가지 전문 용어를 안다고 해서 그것으로 브랜드를 이해하려고 하면 매우 위험하다. 이제 브랜드를 알고자 한다면, 브랜드에 관한 한 권의 책과 하나의 브랜드가 아니라 수 권의 책과 수백 개의 브랜드를 탐구해야 비로소 하나의 브랜드를 이해할 수 있다.
◇ 브랜드 지식도 결이 있다
맥도날드, 나이키, 스타벅스 그리고 애플 등 우리 동네를 비롯하여 당신의 책상위에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글로벌 브랜드는 미국 브랜드다. 미국 브랜드만의 고유한 특색이 있다면, 새로운 시작을 개척함과 동시에 모든 시장을 차지하려 한다. 1등이 아니면 전부를 추구하는 미국 브랜드는 원주민을 몰아내고 땅을 차지한 전형적인 서부 개척 유전자가 있는 것 같다.
반면에 유럽 브랜드들은 어떤가? 역사와 전통을 내세우며 여전히 귀족적인 유전자가 발현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순간적으로 들끓는 시장에서는 페라리를 4000만 원짜리 보급형으로 만들어 모든 도로 마다 가득 차게 할 수 있을 텐데 페라리는 여전히 도시귀족 소수에게만 제공(?)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에르메스를 캐주얼용으로 만들면 우리나라에서는 스타벅스와 같은 효과를 나타내며 순식간에 5년 매출을 한 시즌에 벌 수도 있지만, 그들은 절대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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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브랜드의 아버지이자 원형은 코카콜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리바이스는 그야말로 미국 문화를 그대로 보여 주는 ‘문화 브랜드’로서, 지금은 브랜드가 아니라 아예 ‘미국’ 그 자체가 되었다. 미국 브랜드는 항상 본토 시장도 의식하지만, 마음은 세계화에 두고 있어서 프랜차이즈와 같은 확장 연합형 브랜드로 성장해 왔다. 그렇기에 미국에서 배울 수 있는 브랜드 지식을 살펴보면 선점, 확장, 연합 그리고 독점이다. (나열해 놓고 보니 정말) 너무나도 미국적(?)이다.
최근 유럽 브랜드도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긴 하지만, 여전히 유럽의 브랜드 원형은 명품 브랜드다. 유럽은 100년 전만 해도 전 세계를 식민지로 거느리던 국가들이다. 지금의 명품 브랜드도 대부분 그때 만들어졌다. 그래서 핏줄은 속이지 못한다. 지금도 제국주의적 관점은 유럽의 여기저기에 남아있기에 그들은 문화적 우월성과 역사적 자부심으로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다. 유럽 제국주의 시절 때 지어진 거리에 우뚝 선 유럽식 건물처럼 지금도 상권마다 자신들의 위상을 드러내려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미국은 코카콜라, 유럽은 럭셔리 브랜드로 그들만의 브랜드 지식을 쌓아 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본이 될 만한 브랜드는 무엇이 있을까? 소위 재벌이 다루는 브랜드 경영에서 과연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 브랜드 지식에서는 컨셉과 브랜드 확장이 중심에 있다면, 유럽 브랜드 지식에는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헤리티지가 중심에 있다. 이처럼 브랜드 지식도 기원과 결이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브랜드 지식의 기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그리고 브랜드 지식의 배경인지를 알아야 한다.
◇ 유사 브랜드, 가짜 브랜드 그리고 모방 브랜드
‘등에[Tabanidae]’라는 곤충은 ‘절지동물문> 곤충과> 파리목> 등에과’에 속하는 벌레다. 등에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벌처럼 꽃에서 꿀을 빠는 등에가 있다. 꿀 파리라는 별명을 가진 왕꽃등에가 여기에 속한다. 또 하나는 모기처럼 소와 말의 피를 빨아 먹는 흡혈등에로, 대표적으로 왕소등에가 있다. 이처럼 등에는 모기, 파리, 벌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기, 파리 그리고 벌이 아니라 등에다.
시장에서도 브랜드가 되어 가는 유충 브랜드를 비롯해 벌처럼 생긴 등에와 같은 유사 브랜드, 가짜 브랜드 그리고 모방 브랜드가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는 과연 진짜 브랜드일까? 아니면 유사 브랜드일까?
이제 브랜드를 알고자 한다면, 브랜드에 관한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배우고 싶은 브랜드를 정하여 누적된 관찰과 체험을 해야 한다. 관찰 브랜드는 자동차, 컴퓨터, 의류, 식품 등 여러 분야에서 하나씩 선정, 연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브랜드에 관심 있다고 해서 모든 자동차 브랜드를 학습한다면 자동차 시장은 알 수 있겠지만 정작 ‘브랜드’를 모를 수 있다.
만약 자신이 좋아하는 자동차 브랜드가 진짜 브랜드가 아니라 본인의 취향에 따른 유사 브랜드였다면 나중에는 브랜드 장애까지 겪게 될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를 공부하기 위해 선택하는 브랜드는 ‘진짜 브랜드’ 여야만 한다. 진짜 브랜드를 찾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경쟁 브랜드가 인정하는 브랜드다. 모두가 모방하고 싶은 브랜드가 진짜 브랜드다. 그런 브랜드를 선정하여 꾸준한 관찰과 체험을 했을 때 소위,브랜드 감(感)이 쌓인다.
정리한다면
브랜드를 배우기 위한 방법으로
1) 브랜드만 보지말고 브랜드를 나오게 한 문화를 살펴보자
2) 브랜드 전문 용어를 아는 것이 브랜드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3 ) 브랜드 지식도 나라에 따라서 다르다
4) 브랜드 벤치마킹 학습도 브랜드 선별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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