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러웨이 골프’는 어떻게 성장했나?

2021-08-15 하성호 Simone Investment CFA  shha@simonecf.com

<하성호의 패션투자 뒤집어보기 9>



표1 - 캘러웨이(ELY), 아쿠쉬네트(GOLF) 5년 주가 추이 비교


지난 칼럼(892호)은 아쿠쉬네트를 재무적인 관점에서 분석해 보았다. 이번 칼럼은 아쿠쉬네트 만큼 현 골프산업의 호황을 만끽하고 있는 캘러웨이 골프를 분석해보았다(표1). 숫자 보다는 캘러웨이 골프 창업시점의 조직구조를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패션기업, 패션 스타트업을 위한 인사이트를 도출해 보고자 한다.

◇ 딕 델라 크루즈와 엘리 캘러웨이의 만남

1982년 유명한 클럽 제작자이자 히코리스틱 골프(Hickory Stick Golf) 창업자인 딕델라 크루즈(Dick De la Cruz)는 어려워진 회사의 자금 충당을 위해 투자자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1981년 자신의 와인농장을 Hiram Walker 에게 1,400만 달러에 매각한 엘리 캘러웨이(Ely Callaway)에게 투자 제안을 한다. 캘러웨이는 최초 히코리 스틱 골프의 지분 절반을 사들였고, ‘Callaway Hickory Stick USA’로 사명을 바꿨다. 그리고 1984년 나머지 지분을 40만 달러에 매입하면서, 회사를 인수하게 된다. 1988년 부터 현재의 사명 캘러웨이 골프(Callaway Golf Company)를 사용했다.

딕 델라 크루즈는 히코리 스틱 골프를 매각하고 난 후 회사를 떠났을까? 오히려 그는 캘러웨이에 남아 클럽 개발에 몰두했고, 이후 골프산업 발전에 전설 같은 존재로 남게 되었다.

◇ 탁월한 경영자 엘리 캘러웨이

엘리 캘러웨이는 원래 골프산업 종사자는 아니었고, 전문 경영인으로서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가 히코리 스틱 골프 지분투자를 했던 나이는 62세였다. 엘리 캘러웨이는 10세때 미국 잡지 Literary Digest를 팔아 150달러를 번 후 그 돈으로 복숭아 나무를 사서 첫 수확한 복숭아들을 750달러에 팔았던 일화로 유명하다.

24세에 필라델피아 보급부대 최연소 소령(병참장교)이었고, 2차 대전 때 미 육군의 면화 제품 최고 조달 책임자로 참전했다. 당시 미국 면화 의류 전시 생산량의 70% 구매를 담당했고, Levi Strauss, Hart Schaffner Marx, Arrow Shirt 같은 회사가 거래처였다. 이때 경력을 바탕으로 전쟁이 끝난 후 의류산업에 종사했고, 48세에 당시 세계 최대 섬유 회사였던 벌링턴 인더스트리(Burlington Industries) 사장이 됐다. 벌링턴에서 나온 후 캘리포니아로 넘어가 토지를 매입 후 Callaway Vine yard & Winery를 창업해 와인사업을 시작한다. 와인사업은 뉴욕의 포시즌즈 같은 고급 호텔 레스토랑에 와인을 제공하며 성공가도를 달렸고, 1981년 1,400만달러에 와인농장을 매각해 약 9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남겼다.

마스터스(Masters) 창립자 바비 존스(Bobby Jones)의 먼 친적이자, 취미로서 골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캘러웨이는 와인 농장 매각 후 골프를 즐기면서 히코리샤프트 웨지에 푹 빠지게 되었다. 이 클럽을 만든 히코리 스틱에 전화해 얼마나 본인이 이 제품을 좋아하는지 말해줄 정도였다.

히코리 스틱을 인수 후 캘러웨이는 인지도와 수익성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1988년 캘러웨이의 대표 기술인 S2H2(Short, Straight, Hollow, Hosel)가 적용된 ‘S2H2 아이언’을 출시했다.
이어 ‘S2H2 우드’가 연속 히트를 치면서 캘러웨이라는 브랜드를 고객들에게 제대로 각인시켰다. 이 시기 제너럴일렉트릭 연금(GE Pension Fund)이 캘러웨이에 1000만 달러를 투자한다.

이후 1991년 캘러웨이를 정상으로 이끈 빅버사(Big Bertha) 드라이버가 탄생한다. 빅버사는 1차 세계대전 때 사용된 독일군의 대포에서 따온 이름이다.


빅버사의 외형적 특징은 25% 더 커진 티타늄 헤드, 기술적으로는 클럽 헤드 주변에더 많은 무게를 실었다. 캘러웨이에 따르면 이런 특징들이 공의 임팩트 시 골퍼들이 차별화된 느낌을 제공한다고 한다. 방향 제어와 좋은 비거리를 위해 골퍼들이 클럽의 정확한 임팩트 지점을 찾아야 하는 수고를 조금 덜어줬다는 이야기다. 즉, 아마추어 골퍼들의 드라이버 스트레스를 덜어주었다. 이를 살펴볼 수 있는 뉴욕타임즈의 캘러웨이 인터뷰 기사를 보자.

"72세 노인(당시 캘러웨이 나이)이 이 드라이버를 사용하면, 누구나 티샷을 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빅버사 이전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드라이버를 가장 두려워하고 기피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클럽이 됐다. 빅버사를 만들면서 우리가 한 일은 대중들의 드라이버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일이었다. 우리는 드라이버를 사용하기 더 쉽게 만들었다."
- * NYT, 2001. 07. 06




캘러웨이 골프의 핵심가치는 D.S.P.D(Demonstrably Superior Pleasingly Different)이다.
Demonstrably Superior - 명백한 우수함을 바탕으로, Pleasingly Different - 차원이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다.
즉, 명백하게 우수한 제품을 바탕으로 골퍼들의 게임을 더욱 즐겁게 만들기 위해 캘러웨이는 항상 혁신에 도전한다는 의미다.

◇ 클럽 제작 장인 딕 델라 크루즈

딕 델라 크루즈는 본인의 회사 히코리 스틱 골프를 캘러웨이에 매각 후 골프클럽 제작자로 활동한다. 캘러웨이 골프클럽 디자인 정체성을 대표하는 ‘S2H2’ 디자인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는 스테디셀러 빅버사 드라이버와 아이언 탄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업계 디자이너들의 설계에 도움을 준 델라 크루즈의 로프트 및 라이 측정장치를 가리켜 ‘델라 크루즈 게이지’ 라고 불렀다. 우드 같은 경우 아이언 대비 특유의 곡선 때문에 로프트 및 라이 측정이 어려웠는데, 델라크루즈의 측정기는 이를 가능케 했다는 평을 받는다.

필자는 캘러웨이 골프 성장은 CEO인 엘리 캘러웨이와 클럽 제작자 딕 델라 크루즈가 각자의 장점에 집중했고, 이런 조화로운 집중이 경제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조직구조(Governance)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다. 딕 델라 크루즈 입장에서는 좋은 오퍼레이터(Operator) 경영자를 만난 것이고, 엘리 캘러웨이 입장에서는 성장을 위한 핵심 콘텐츠를 확보한 것이다.

◇ 게임산업 통해 본 패션 비즈니스 인사이트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정보를 가지고 캘러웨이 골프의 조직구조, 즉 의사결정 구조를 살펴보는 대신(필자의 판단으로) 패션산업과 유사한 게임제작사 크래프톤의 창업부터 배틀그라운드 론칭에 이르기까지 10년을 서사한 '크래프톤 웨이'를 통해 게임 제작자(디자이너 리더)와 경영진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게임은 감성적인 부분이 주요하게 작동하는 흥행 비즈니스였다. 게임은 당연히 재미있어야 흥행한다. 그런데 사람마다 느끼는 재미가 다르다는 게 문제였다. 재미는 사람마다 다르게 분포하는 것이다. 게임의 흥행이란 저마다 품고 있는 재미의 파편 속에서 공통의 재미 감각을 였어 올리는 예술이었다. 이 과업이야말로 게임 제작자들의 숙명이자 능력이었다."
* 크래프톤웨이,김영사, P28-

특히, 게임 제작자는 의류 기획자, 디자이너의 역할과 유사하다. 게임 제작자 만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수 없다. 반드시 전략, 마케팅, 실행까지 아우를 수 있는 경영진이 필요한데 아래 크래프톤이 고민해 나간 내용을 통해 패션 스타트업 입장에서 각자 조직에 부족한 역할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반추해 볼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






[장병규(크래프톤 이사회 의장)는 블루홀의 제작 리더십을 명확하게 정의했다. “제작 리더십은 게임의 재미, 제작, 성공을 책임지는 한 사람 혹은 소수의 사람들이다.” 경영진은 게임 제작의 전권을 휘두르지 않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게임의 재미를 개발하는 창의성은 어디까지나 제작자에게서만 나올 수 있다. 제작 리더십이 독립적으로 게임을 제작하고, 경영은 마일스톤을 기반으로 제작을 견제한다. 경영과 제작 리더십은 프로젝트의 비전과 방향, 팀과 예산, 검증 방법을 두고 논쟁한다(표2).] *크래프톤 웨이, 김영사, P392 -

[장병규는 제작 리더십을 다시금 정의했다. “블루홀이 그토록 강조하는 제작 리더십은 제작을 이끄는 한 사람혹은 소수의 사람들로, 어떤 게임을 1)재미있고 새롭게(방향), 2)제작할 수 있으며(제작), 3)파는 것까지도 (마케팅/사업) 고려할 수 있어야 합니다.”] * 크래프톤 웨이, 김영사, P434-



캘러웨이와 크래프톤 경영진의 공통점은 캘러웨이는 누구보다 골프를 사랑했고, 크래프의 경영진 또한 게임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는 것이다.

기업의 성장 과정은 각자 문화에 맞는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같다. 핵심 역량(콘텐츠)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성과 측정, 견제의 수단을 합의해 나가는 과정이다. 디자이너, 마케터, CFO,전문경영인 등 경영진 모두 산업에 대한 열정과 학습의지가 있어야 한다. 산업에 대한 열정과 학습의지는 지속가능함의 전제조건이다.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파트너는 알아서 찾아오지 않는다. 적극성을 전제로 한 지인을 통한 소개, 그리고 투자회사를 통해 소개를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당장 투자에 관한 논의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마음이 맞는 투자심사역 또는 멘토 한 두 명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할 것을 추천한다. 투자회사여야 할 큰 이유는 없다. 그들은 다양한 기업들을 만나고 확률적으로 내가 원하는 인재에 대한 네트워크가 이미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 대표를 만났다. 10년 동안 브랜드를 운영하며 느낀 점들, 그리고 어떻게 미래를 맞이해야 할지에 대한 대화를 했다. 그의 고민에 대해 필자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줄 전문가를 소개했고, 며칠전 첫 미팅을 진행했다. 브랜드 마케팅에서 판매채널 다변화 전략까지, 대화를 통해 많은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가 더이상 고민을 끌어안지 말고, 다양한 연결을 통해, 사람을 통해 고민을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 필자가 필자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성호 CFA | Simone Investment (shha@simonecf.com)

필자는 글로벌 1위 명품 핸드백 제조기업집단에 속한 사모펀드(PEF, Private Equity Fund)에서 기업투자 및 펀드운용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바라본 패션산업에 대해 여러분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쉽게 전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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