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즈 ‘레트로 전성시대’

2021-04-15 박중근 켐프코리아 대표  jk.park@kempkorea.net

<박중근의 끝없는 신발전쟁 1>
과거의 재현이 아닌 현대에 맞는 재해석이 ‘레트로






개인적으로 매년 봄이 되면 지하철에서 신발 사진을 찍어오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보통 십여 명 정도의 사람이 들어오는데 그들이 신는 브랜드를 보면 대략적인 브랜드의 유행이나 시장 점유율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아디다스'가 강세였던 2016~2017년 경에는 10명 중 7~8명이 '아디다스'를 신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나이키'가 강세인 2020~2021년에는 10명 중 9~10명까지 '나이키'를 착용했다.


바야흐로 '나이키' 신발의 최고 전성기가 온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1분기 매출을 보면 단연 '나이키' 강세가 눈길을 끈다. '아디다스'가 국내에서 6년 이상 1위를 지켰다고 한다면 많은 이들이 의구심이 들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나이키'는 언제나 가장 잘 팔리는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나이키'가 국내에 첫발을 디딘 1981년도부터 마치 그랬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1981년 처음으로 문을 연 '나이키' 대리점을 방문해 본다면 우리의 환상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 것이다. 어린 중학생이 뛰는 가슴으로 어머니와 함께 방문했던 '나이키' 매장에는 3개 모델 9개 색상이 전부였다. 흰색 진열장 벽면의 1/3도 채우지 못한 구성이었고 옷도 얼마 없는 횅한 매장을 접할 것이다.


스니커즈 전쟁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이키'든, '아디다스'든 그냥 브랜드가 좋은 것이고 많이 보이면 트렌드인 것이다. 패션의 역사는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정설이 있듯이 스니커즈 역사도 계속해서 무한 반복을 거듭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한 세대가 지나면 한 물간 제품이 다음 세대에게는 새로운 제품으로 변신하게 되니까 말이다.


솔직히 브랜드가 좋아서 제품을 사는 경우 못지 않게 제품 자체의 매력에 빠져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인기 브랜드가 무엇이든 2021년 현재 대한민국은 신발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에도 불구하고 운동화 매출은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그 중에서도 으뜸은 '스니커즈 전쟁'이다.



1981년을 그대로 재현한 '프로스펙스'의 오리지널 라인 광고



◇ '나이키' '휠라' '뉴발란스' 레트로 모델의 복각
현재 많이 팔리는 스니커즈의 대부분은 이미 20년에서 길게는 40년 전에 유행했던 제품이다. 당연히 젊은층에게는 처음 보는 제품이지만 어린 시절에 그 제품을 경험했던 이들에게는 신선하다. 필자도 최근 중학교 시절에 처음 신었던 '나이키' 테니스화를 반가운 마음에 구매했다. 그리고 지금 거리를 강타하고 있는 '나이키' 제품도 무려 1974~1975년경에 부산 삼화고무에서 생산되어 전세계로 팔려 나가기 시작한 러닝 레트로 제품인 것이다. 아쉽게도 90년초에 대부분의 잘 나가던 부산 신발 생산 기업들은 부도가 나고 신발 산업이 쇠락을 걷게 된 역사도 아쉽다.


현재 레트로는 크게 어글리와 지극히 정상적이고 복잡하지 않은 러닝 제품으로 분류된다. 1996년까지도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휠라'는 그 이후 글로벌 브랜드의 매서운 추격에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그리고 20여년간 많은 내부 변화를 겪었고 2018년부터 무서운 기세로 어글리 슈즈 트렌드를 이끌어 오고 있다. 이는 다른 브랜드에게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디스커버리'가 이 기회를 너무나 잘 활용했고, 심지어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상품 구성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뉴발란스'는 전통성 있는 퍼포먼스 러닝 브랜드에서 이제는 누가 봐도 캐주얼 스니커즈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는 말이다. 이것을 본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몹시 궁금해진다.


'푸마'도 그 길을 걸어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푸마'는 2000년 일본 축구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한 명실 상부 퍼포먼스 브랜드였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소비자는 과거의 '푸마'를 알기나 할까? 흑묘든 백묘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니커즈는 패션 아이템이기에 소비자의 선택이 언제나 바뀔 수 있다는 긴장을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Reebok '비앙케토' - '메종 마르지엘라'와 '리복'의 클래식 레더 타비 '비앙케토'는 두 브랜드를 대표하는 타비 토와 클래식 레더를 합쳐 탄생한 모델이다.



◇ 과거의 사례에서 미래의 방향을 탐색하기
모두 인정하듯 레트로룩은 이미 전국민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건 브랜드에서 보는 입장이다. 물론 일부 소비자에게는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레트로이지만 대부분의 구매자들에게는 그건 단지 신상일 뿐이다. 디자인이 좋고 현재 나의 패션스타일에 잘 맞는 하나의 제품으로 인식할 뿐이다. 필자는 과거 초대된 포럼에서부터 수년간 써온 컬럼에서도 동일하게 말하는 것이 있다.


부디 과거의 실수에서부터 배우기를, 그리고 전략적인 투자를 해 나가길. 우연히 소비자에게 선택된 것을 내가 마치 잘 해서 그런 것처럼 착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소비자는 간사하며 나에게 돈을 주는 사람이고 브랜드에 구속된 존재는 아니다. 아무리 '나이키'가 전국민에게 다 어필하는 듯해도 그저 20% 미만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미래를 고민하지 않고 현재의 트렌드에서 안주하고 만족했던 브랜드의 과거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철저히 배신당했고 다시 선택되기까지 수십년의 세월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아디다스'나 '나이키'도 25년 전에는 불과 500억원 매출이 조금 넘었을 뿐이었다. 그 시점 엄청난 매출 차이로 2등을 지켰던 '프로스펙스'도 절치부심 현재 트렌드에 합류했다. 잘 됐으면 좋겠다. 대한민국도, 모든 스니커즈 브랜드도.



Nike Air Max 95 Neon - 1995년 처음 출시한 '나이키' 에어맥스의 25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12월 출시한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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