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본다? 데이터 기반 조직이 된다는 것!

2021-03-15 김해근 브래키츠 대표 hg.kim@brackets.solutions

< 김해근의 패션기업 디지털 성장 전략 3>

조직의 디지털 포텐셜을 높이는 과정


 ◇ 오해 1. 우리도 데이터 봐요!

"데이터 세상입니다.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결정해야 합니다." 요즘 넘쳐나는 얘기다. 성공했다는 회사는 죄다 데이터에 엮인 성공스토리를 말한다. 그런데 성공하지 못하는 회사라고 데이터를 보지 않을까? 데이터를 쌓지 않고 데이터를 보지 않는 회사가 어디 있을까. 자영업자도 지난달 매출데이터를 보고 이를 의사결정의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대기업에게 BI(Business Intelligence)니 EIS(Executive Information System)이니 하는 말은 아주 익숙한 얘기다. 그러니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라고 하면 "우리도 데이터 봐요"라는 답이 돌아오는 것이다.


데이터를 보라는 얘기는 그동안 보지 않았던 데이터, 보지 못했던 데이터를 보라는 얘기다. 컴퓨팅 파워가 급격히 증가해 분석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것이 가능해졌고 이에 기반해 사용자들이 손쉽게 데이터에 접근할 도구들이 개발되었기에 이를 적극 활용하라는 얘기다.


◇ 오해 2. 무조건 빅데이터?

데이터라고 하면 온통 빅데이터와 AI 얘기다. 데이터로 성공한 회사들 얘기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치를 창출했다는 식이다. 과연 그럴까?


'자라'는 이미 2007년부터 매장재고 배분을 자동화했는데, 이 사례는 빅데이터 활용 성공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 오프라인 패션기업들이 모두 자동화하고 싶어하나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바로 그 '매장배분 프로세스'다. 하지만 여기에 활용된 데이터란 매장 매니저가 입력한 요청 재고, 과거 매장 판매실적, 현 매장 재고, 창고 재고 등이다.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매장별 수요 예측을 자동화하긴 했지만 이것이 빅데이터 기반의 AI를 활용한 것은 아니고 전통적인 통계 기법을 활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비즈니스의 가치는 데이터의 크기가 아니라 데이터의 활용법에서 도출된다.


패션기업에서 매장별, SKU별 판매 추이만큼 중요한 데이터가 또 있을까? 하지만 이미 쌓여 있는 SKU별 판매 데이터에 대해 조금만 관점을 달리한 분석을 하려해도 IT 도움 없이는 안되고 고객데이터와 교차 분석을 하려면 몇 주는 족히 소요되는 것이 현재 다수 패션기업의 현실이다.


기획MD의 새 시즌 기획 일정은 촌각을 다툰다. 그런데 지난 시즌 데이터를 조금만 깊이 있게 분석할라 치면 IT의 도움을 받아도 몇 주가 소요되니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꿈꾸지만 실상은 내부 데이터 활용도 원활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 오해3. 데이터에 투자하면 매출이 증가한다?
이 질문은 데이터 활용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반에 걸친 오해다. 경영진이든 실무자든 투자를 하면서 효과를 따지 않을 수 없으니 당연한 질문이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무신사, 지그재그, 스티치픽스 같은 회사는 태생부터 데이터 기반 조직이다. 비즈니스 모델부터 디지털에 기반해 있고 구성원들도 디지털 마인드로 충만하다.


의사결정은 당연히 데이터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며 이커머스가 곧 매출이다. 이들에게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디지털 없는 조직'을 '디지털 있는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미 디지털화된 조직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하는 것이며 디지털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심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디지털 투자와 매출의 상관관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기존 패션기업은 어떨까?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버린다면 당연히 위 사례의 길을 가면 된다. 하지만 당장 그럴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디지털 없는 조직'을 '디지털 있는 조직'으로 '트랜스포메이션'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회사의 비전에 걸맞는 전략과 이행 과정이 필요하고 기획-디자인-생산-물류-유통 전반에 걸쳐 변화가 요구된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고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과정이다. 그래서 흔히들 이것을 '조직의 디지털 포텐셜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조직의 디지털 포텐셜이 높아져 어느 임계점을 넘어선다면 비로소 매출로 전환될 수도 있을 것이고 최소한 디지털화된 고객(Digital Consumer)에게 소외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조직의 데이터 포텐셜을 높이는 방안
이런 오해들을 극복하고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핵심은 데이터가 IT의 소유물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는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로 디지털화된 고객을 어떻게 만나, 어떤 경험을 줄 것이냐'이기 때문이다. 이는 상품기획 과정에서부터 시작해 최종 고객에게 제품이 전달되는 배송 과정까지 달라져야 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데이터 활용은 IT의 도움 없이는 안되겠지만 IT 조직에게만 맡겨 놓는다면 반드시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나이키는 태블로의 대표적인 고객 중 하나이다. (출처 : Tableau Public)


_ 방안 1. 경영진은 데이터로 질문하자
전사가 함께 가야할 길이고 그렇기 때문에 경영진의 강력한 리더십과 정확한 방향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든 데이터 기반 조직으로의 전환이든 경영진의 리더십이 첫번째로 중요하다. 데이터에 관한 리더십의 표현은 데이터에 대한 요구로부터 출발한다. 지금까지 보지 않았던 데이터를 요구하고 데이터를 근거로 보고받자. 그리고 그 데이터로 의사결정하자.


_ 방안 2. 데이터를 현업에게 돌려주자
IT 도움 없이 직접 분석할 수 있는 도구를 현업에게 쥐어 주자. "ERP에 데이터가 다 있으니 다운받아 써라, 필요한 데이터가 있으면 다운받아 줄 테니 IT에게 언제든지 요구하라" 이런 걸로는 안된다. 최소한 태블로나 파워BI 같은 데이터 비주얼라이제이션 툴 정도는 손에 쥐어 주자. 그리고 IT의 도움없이 현업이 손수 분석할 수 있도록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늘이자. 고객만 MZ세대가 아니다. 사내의 MZ세대들은 데이터를 분석해 보고 싶은 욕구가 충만하다. 최신의 컴퓨팅 파워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과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준다면 아래로부터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_ 방안 3. 기획MD부터 시작하자
최종 목표는 전사가 데이터 기반 조직으로 전환되는 것이겠지만 한번에 할 필요는 없다. 과거 BI시스템 구축처럼 전사 KPI를 설정하고 전사 시스템을 한번에 갈아 엎는 방식은 효과를 반감시킬 뿐이다. 데이터에 가장 목마른 조직부터 시작하면 된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기획MD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성비가 좋다. 기획MD는 데이터 활용이 가장 두드러진 조직이지만 역설적으로 IT시스템의 지원을 가장 덜 받고 있는 조직이기도 하다.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애자일 구축 방법에 따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투자 부담도 크지 않다. 기획MD에게 필요한 데이터 분석 환경을 갖추는 데에는 1~2개월의 구축기간과 몇 백만원의 초기투자로도 가능하다.


_ 방안 4. 데이터 거버넌스를 만들자
그동안 보지 않았던 데이터를 보기 시작하면 여러 난관에 부닥칠 것이다. 첫번째가 표준화의 문제다. 색상이나 핏에 대한 분석을 하고 싶어도 원천 데이터가 코드화되어 있지 않아 어려운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내에 여러 브랜드가 있는 경우 브랜드마다 데이터에 대한 기준이 다른 경우도 허다하다. 장기적으로 추가 데이터 확보도 기획해야 한다. 어떤 데이터를 확보할 것인지 계획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다시 분석에 활용해야 한다.


사내 IT조직은 어플리케이션 중심으로 역할이 나뉘어 있지만 데이터는 각 어플리케이션의 벽을 넘나든다. 사내외 데이터를 통합해 활용하기 위한 전사 데이터 플랫폼 구축도 필요할 것이다. 내부 데이터를 바로 활용하기 시작하는 것과 더불어 이런 중장기 플랜을 세우고 이행할 수 있는 데이터 거버넌스를 갖추는 것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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