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미래 1

2021-03-01 정인기 기자, 권민 객원 에디터  unitasbrand@gmail.com

A good brand is a good ecosystem



친환경 패션 브랜드가 시장에 존재한다면 어떻게 시장 생태계를 이루고 있을까? 친환경 브랜드는 어떻게 론칭이 되고 그 준비과정 중에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까? 무엇보다도 친환경 브랜드가 소비자의 마인드를 어떻게 바꿀까? 친환경 브랜드 경영자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면 어떤 이유일까? 매출 1조 친환경 브랜드는 환경을 어떻게 가꿀까? 과연 이런 패션 브랜드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고 하는 패션업에서 존재할 수 있을까? 아직 존재하지 않은 브랜드이기 때문에 인터뷰와 취재가 어렵다. 하지만 상상을 통해서 친환경 패션 브랜드의 모습을 형상화할 수 있다.


코로나 19처럼 특별하고 수많은 변수가 있는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어렵지만 창의적 접근 방법인 'SF 소설'을 써서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현재는 상상만 하면 이룰 수 있는 기술의 시대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통해서 보다 사실적이며 입체적인 미래를 훔쳐볼 수 있다.


톰 크루즈가 주연한 SF영화  [마이너리 리포트]는 2054년의 워싱턴을 배경으로 2002년에 개봉됐다. 당시에 상상력만으로 연출했던 최첨단 장비들은 2015년까지 약 85%가 상용화되었다고 한다. '그럴싸하게 미래를 보여주면 이루어진다'라는 SF 작가들의 주장이 증명됐다. 더 놀라운 것은 영화 마이너리 리포트는 SF 작가 필립 K. 딕의 1960년대 작품이라는 것이다.


가상의 미래 환경 패션 브랜드를 소개할  'Project-E'라는 특집을 준비하면서 1886년에 오귀스트 빌리에 드 링아당Villiers de l'Isle-Adam이 쓴 《이브의 미래》를 또 한 번 읽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로 치면 고종 23년에 쓰인 고전에 해당한다.


《이브의 미래》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나오는데, 바로 미국의 발명왕 에디슨이다. 오귀스트는 독자들에게 에디슨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에 대해 약간 혼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혀 두겠습니다. 요즘 그 누구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미국의 아주 유명한 발명가인 에디슨 씨는 15년 전부터 기발하면서 이상한 물건들을 잔뜩 발명했습니다. 그중에는 '전화기'도 있고, '축음기'도 있고, '마이크'도 있지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그 훌륭한 전구도 있고, 그 밖에도 다른 놀라운 발명품이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렇게 미국의 이 위대한 시민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하나의 전설이 대중들의 상상 속에 생겨났습니다."


오귀스트는 이 책의 영감을 얻는데 에디슨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나의 눈에는 '전화기'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오귀스트가 현재의 스마트폰을 보았다면 《이브의 미래》라는 책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 책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이름은 구글이 사용하고 있는 '안드로이드'의 원형에 해당하는 '안드레이드'다. 놀랍게도 지금으로부터 135년 전 오귀스트는 인간을 흉내 내는 '모사 인간'이라는 개념으로 '안드레이드'를 상상했다. 오귀스트 말대로 '전설(기술 혁신)은 대중들의 상상 속에서' 창조됐고, 120년이 지나 그 상상은 현실이 됐다. 그렇게 미래는 과거에 있었던 셈이다.


오귀스트 빌리에 드 링아당은 《이브의 미래》 도입 부분에 이런 글귀로 자신의 황당한 책을 읽고 반응할 두 독자 군을 생각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꿈꾸는 이들에게, 야유하는 이들에게.'


이 책이 나왔을 때 그의 생각대로 《이브의 미래》는 야유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핸드폰이라고 불리는 휴대 컴퓨터를 들고 다니며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오늘날, 그를 야유할 사람이 있을까?


패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만 할까? 분명한 것은 더는 지구를 오염시키고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패션의 목적이 이제는 스타일 Style 비즈니스가 아니라 지속가능 Sustainable 비즈니스로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재생과 친환경 원단 사용이 아니라 패션 비즈니스 자체가 친환경 생태계로 바꾸어야 한다.



Project 01 어떤 것들은 믿어야만 볼 수 있다 랄프 호지슨


먼저 메일을 늦게 보낸 것에 대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고 설명하고 싶네.


자네도 알다시피 이번 자전거 여행은 유럽 일주였으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전면 수정이 되었어. 그래서 어제부터 시작한 자전거 여행은 몽골의 동쪽 올란곰에서 출발하여 서쪽 도시인 처이발상에서 다시 남쪽으로 바야장크로 내려가서 울란바토르에서 끝나는 여행이지. 징기즈칸은 몽골을 말 타고 횡단했지만 나는 자전거로 몽골을 돌아보고 올 생각이야. 40일 동안 3,500㎞의 여행을 마칠 때, 유럽에 코로나가 어느 정도 나아지면  올랑바토르에서 러시아로 넘어가 스페인에서 끝내려고 하네. 암튼 이 엄청난 스케줄이 그저께 결정되었으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황당했는지 이해가 되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 함께하는 세품아 청년들과 스케줄 조절이 힘들었어. 그리고 아직 몽골의 도시이지만 내가 묶고 있는 이 민박집에서는 인터넷이 안 되어 경찰서에 가서 양해를 구하고 메일을 발송한 거네. 이 정도면 늦게 보낸 이유가 충분히 이해되겠지?


무엇보다도 6개월 동안 안 팀장에게 연락을 못 한 것에 대해서 사과하네. 나의 완전 색맹을 치료하기 위해 독일 튀빙겐 대학병원에서 아데노바이러스 주입과 수술을 해서 입원을 했었어. 나는 기꺼이 임상실험자에 지원했지만 실패했어. 여전히 나의 세상은 회색이야. 치료를 위해 3개월을 그곳에서 보내고 나머지 3개월 동안을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지. 그렇게 시작한 것이 대륙 자전거 여행이야.


암튼 이제 안 팀장, 이제는 안운규 대표님이라고 말해야 하나(요)? 안 대표님이라고 부르려고 하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니 당분간 안 팀장이라고 부를게. 이제는 나도 안 팀장의 상관이 아니기에 팀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네. 그냥 10년처럼 운규라고 부를까? 곧 마흔이 되니 운규 씨라고 할까? 이제 서로 비즈니스 관계가 아니지. 호칭에 대해서는 차차 정리하도록 하지.


안 팀장. 정말로 안 팀장이 창업을 이렇게 시작할지 몰랐네. 내가 회사를 그만둘 때, 안 팀장은 자신이 맡은 브랜드에 애착이 있다고 생각했어. 물론 안 팀장이 환경에 대한 가치를 회사 브랜드에 심을 수 없다는 것에 갈등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단호하게 결정을 할지는 몰랐어. 그러니깐 내가 누구와도 연락을 안 한 6개월 동안에 안 팀장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나의 경험, 아니 안 팀장과 내가 12개의 브랜드를 10년 동안 내보내면서 6개월 안에 시장조사를 하고 결심한 적은 없었지? 그렇게 급박했던 이유가 무엇일까를 나는 생각해보았어. 물론 투자자의 요청을 비롯한 인원 세팅까지 수백 가지의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안 팀장이 정말로 환경에 대해서 그 정도로 절박했는지가 궁금하네.


물론 예전부터 안 팀장이 '파타고니아'와 '프라이탁'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환경운동을 하는 것은 보지 못했거든. 만약에 내가 안 팀장이 환경 세계관에 대해서 내가 모르고 있었다면 용서해주게. 하지만 안 팀장도 나에게 환경 브랜드를 벤치마킹으로 이야기했지 환경 그 자체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하지? 우리 이토록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사람은 아닌데.


안 팀장, 먼저 나에게 신규 브랜드 네이밍 5개 중에 가장 친환경다운 하나를 고르기 전에 안팀장에게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 결론부터 말하면 신규 브랜드 네이밍을 지금 결정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라 위험한 일이야. 물론, 투자자와 멤버 세팅 그리고 콘셉을 위해서 이름이 필요한 것은 알지만, 친환경다운 그리고 친환경 단어로 조합된 단어를 모아서 만든 네이밍은 오히려 브랜드의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 있어. 먼저 글자로 하기에 너무 무겁고 버거운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가 4천 킬로미터를 횡단하면서 생각할 주제를 말해볼게.


안 팀장, 나는 수술 실패가 된 이후에 좌절을 경험했지. 과연 내가 좋아하는 패션을 할 수 있을까? 자네도 알다시피 자전거 라이딩을 좋아해서 항상 자전거 의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 언젠가는 꼭 만들 거라고 생각했지. 이번 수술에 성공하면 나는 온전한 색을 보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전거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 막상 수술에 실패하고 나는 나에게 물어보았어. "그래도 자전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니?"


나는 여전히 만들고 싶었지. 그런데 예전처럼 브랜드 전략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 뭐라고 말할까? 완전히 자전거와 하나가 된 다음에 만들고 싶었어. 그 방법으로 나는 몽골 자전거 여행을 선택한 거야. 3,500㎞를 자전거를 타면서 나는 자전거가 되고 싶었어. 여전히 하나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스페인까지 갈 생각이야. 솔직히 자전거와 하나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몽골을 횡단하면 뭔가를 느끼지 않을까?





안 팀장, 우리가 같이 브랜드를 만들 때 항상 했던 것을 기억해봐. 우리는 치열한 시장 상황에서 브랜드를 론칭을 할 때 [잭 웰치]의 질문에 답을 했지. 기억나지?


01, 지금의 경쟁 구도는 어떠한가?


02, 이 경쟁 구도를 바꾸기 위해 경쟁사는 지난 1년 동안 무슨 일을 했는가?


03,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04, 이 경쟁 구도를 바꾸기 위해 경쟁사들이 어떤 태도를 취할 때 가장 두려워지는가?


05, 우리는 어떻게 이 경쟁 구도를 바꿀 것인가?


이런 질문을 통해서 답이 나오면 우리는 5개의 질문에 답을 만들면서 보고서를 만들었지.


Q / 1  [미션]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Q / 2  [고객] 반드시 만족시켜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Q / 3  [고객가치] 그들은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가?


Q / 4  [결과] 어떤 결과가 필요하며,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Q / 2  [계획]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나의 몽골 자전거 여행의 질문은 "자전거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이네. 그저 자전거 컬러에 옷의 컬러는 맞추는 것이 아니야. 자전거와 하나가 되는 질문이란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처럼 보이는 패션은 무엇일까일세. 아마 3,500㎞를 자전거를 타면 나의 몸은 자전거로 인해서 맞춰진 몸이 될 거야. 마치 내 몸은 땜질한 알루미늄 자전거가 아니라 카본처럼 만들어지리라 생각해. 그냥 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전거로 만들어진 몸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





photo by 김훈호 / (사)세상을 품은 아이돌


지금까지 자네와 내가 브랜드를 만들면서 했던 질문은 잭 웰치를 비롯한 여러 경영 구루가 말한 질문을 들었어. 사실 나쁜 질문이 아니라 시장 성공을 위한 영점 조정이었지. 하지만 말이야 안 팀장이 만들려고 하는 환경 브랜드에는 또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나는 안 팀장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싶어.


"안 팀장의 환경 브랜드가 성공하면 환경은 어떻게 바뀔까?"


"고객은 환경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뀔까?"


그러니깐 환경 브랜드의 고객은 사람일까? 환경일까? 이 브랜드의 최종 고객이 누구인지 궁금하네.


안 팀장이 만들고 싶어 하는 환경 브랜드는 이 질문의 대답이라고 생각해. 진짜 환경 브랜드는 쓰레기를 재생해서 브랜드를 만든다고 환경 브랜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진짜 환경 브랜드라고 생각해. 파타고니아를 입고 프라이탁을 메고 한 손에 일회용 플라스틱에 커피를 마신다면 약간 웃기지 않을까? 진짜 환경 브랜드의 고객은 어색할 거야. 어쩌면 안 팀장의 브랜드가 그런 고객에게 죄책감 내지는 마음에 불편함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안 팀장이 나에게 보여준 5개의 브랜드 네이밍을 지금 결정하지 않기를 바라네. 왜냐하면 이름을 정하면 콘셉이 결정이 되고 콘셉이 결정되면 바꿀 수 없기 때문이지. 브랜드 이름에서 환경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가장 알맞은 브랜드 네이밍을 찾아야 해.


자네 혹시 내 이름, 윤 시온의 한자를 알고 있나? 알려주지 않았으니 모르겠지? 시온은 視 볼 시, ? 감출 온이야. 내 이름의 의미는 감춰진 것을 보라는 뜻이지. 아버지와 어머니가 내가 배 속에 있을 때 지은 이름이야. 그런데 그분들이 내가 서서히 완전 색맹이 될 것이라는 알았을까? 나는 감춰진 색깔을 보지 못하는 홍채 이색증을 앓는 사람이야.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들에게 오드아이라고 놀림당하고 울고 들어온 나에게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지. 네가 색깔을 구별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색깔 때문에 감춰진 것을 보는 사람이라고 말했지. 그래서 내 이름을 시온이라고 했다고 어머니는 말했어. 나중에 어머니는 그냥 나를 달래주려고 했던 말이라는 것을 알았어.


대학교 때 어머니에게 초등학교 때 해주셨던 그 이야기가 힘이 되었다고 했는데 기억을 못 하시더군. 아무튼 나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든 이름이 되었어.


안 팀장. 친환경다운 브랜드 네이밍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친환경이라고 해석한 브랜드 네이밍이어야 해. 내가 알고 있기로는 '오픈 플랜'이라는 브랜드가 이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 안 팀장이 먼저 해야 할 것은 아래 질문에 답을 쓰는 거야. 그리고 (나) 대신에 (브랜드)를 넣어서 다시 대답을 찾아봐야 해.





나만 보는 것은 무엇일까?
나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나에게 어떤 질문을 하는가?
나는 최근에 어떤 질문을 많이 했는가?
나는 최근에 어떤 질문에 대한 대답을 가장 많이 했는가?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과 비교되는 것은 무엇일까?
나만의 이룰 수 있는 목적은 무엇인가?
나만의 독특한 사고방식은 무엇일까?
내가 최근에 선택하고 결정한 기준은 무엇인가?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그래서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안 팀장은 내가 안 팀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이런 질문을 내가 누구에게 하는지도 알고 있겠지. 언제가 안 팀장에게 고객이 이런 말을 할 거야.


"이 브랜드는 왜 만들었어요?" 이 질문에서 창업을 준비해야 해. 안 팀장의 답변을 듣고 직원과 고객의 가슴은 뛰어야 해. 그렇지 않다면 이미 우리는 죽은 브랜드를 기획하고 있는 거야.

오늘 너무 심각하게 메일을 보낸 것 같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도 안 팀장에게 진지하다네. 이 편지에 대한 답변을 듣고 그다음에 네이밍과 조직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고.



몽골 자전거 여행 중에 윤 시온



정인기 기자 ingi@fi.co.kr
권민 객원 에디터 unitasbran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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