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2020-11-01 정인기 기자, 권민 객원 에디터 ingi@fi.co.kr, unitasbrand@gmail.com



2012년 9월 17일 영국의 한 차고에 84년 동안이나 방치됐던 1928년형 '벤츠'는 280만 파운드(약 50억원)에 소더비에서 경매됐고 2001년 5월 19일 경매에 나온 110년 된 '리바이스' 청바지를 '리바이스' 본사가 4만 6532달러(약 6천만원)에 사들였다.


산업 폐기물도 경매에 나와서 상상할 수 없는 금액에 낙찰된 사례도 있다. 2007년에 11월, 프랑스 파리 에펠탑 계단의 일부인 4.5m 고철이 경매에서 15만 유로(1억 8000만원)에 낙찰됐으며 이후 2009년 12월 15일에는 높이 7.8m 에펠탑 철제 계단이 경매에서 8만 5000유로(1억 4500만원)에 낙찰됐다. 에펠탑 산업 폐기물이 보물이 됐다. 물건(상품)에 의미가 부여되고, 그 의미를 많은 사람이 공유하면 가치가 만들어진다. 마치 에펠탑 고철을 40명이 나눠 갖는 것과 같다. 그 가치가 누구나 인식하는 상징이 되면 '절대 가치'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절대 가치란 말 그대로 비교할 수 없는 절대絶對 가치다.


◇ 브랜드는 쓰레기가 되지 않는다
세상의 종말을 주도하는 인간의 비즈니스 시스템에 대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3년, 환경 운동가이자 사업가인 폴 호켄이 자신의 저서인 《비즈니스 생태학(The Ecology of Commerce)》에서 산업 쓰레기가 박물관에 들어갈 수 있는 대안을 제안했다.


"가치를 높이는 일이 비즈니스 본질이자 모든 것이 된다면, 그다음 문제는 우리 자신의 가치를 되찾는 일이다. 회복의 경제는 자연의 순환 과정을 모방하고 보강하는 지속가능한 생산 및 분배 활동 안에 생태학과 비즈니스를 하나로 결합한다. 비즈니스가 경제 및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려면, 경제와 사회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다른 기업들이 환경과 인간에 끼친 피해만을 다루는 환경 산업체들은 엄밀히 말해 가치를 높이지 못한다. 성장으로 말미암은 피해를 줄이는 일은 기껏해야 제 살 깎아 먹기식 기여에 불과할 뿐, 진정한 성장 산업이라고 할 수 없다. 거대 비즈니스 제도 아래에서 퇴색해버린 개인의 가치를 점차 회복해서 경제의 기능상 필수적인 가치가 되도록 해야 한다."


폴 호켄이 말하는 회복의 경제는 인간이 자연과 인간 상호 간, 우리의 일상 행위에 좌우되는 존재이며 동시에 그것을 위해 봉사라는 존재라는 비즈니스의 신지식을 제안했다. 지구 환경 파괴로 인해 더 늦기 전에 그의 주장대로 모든 경제적 단계가 자연의 시스템과 유사하게 지능적으로 짜여져, 기업과 고객과 생태계 간 공생 관계를 이루며 번창하는 경제가 되어야 한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지옥의 비즈니스 법칙이 아닌 《비즈니스 생태학》 관점에서 브랜드가 쓰레기가 된다면 결국 쓰레기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당신의 브랜드는 쓰레기인가? 아니면 브랜드인가? 대부분의 브랜드가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쓰레기가 될 재료를 브랜드로 만들어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면, 그리고 지구 쓰레기가 아니라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브랜드가 있다면 이것은 어떤 브랜드일까?


수많은 브랜드가 친환경 그리고 업사이클을 외치면서 마케팅 캠페인으로 이런 시늉을 하는 곳은 많다. 일종의 브랜드 가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작업 중 하나다. 하지만 태생부터 자연을 생각해서 만든 브랜드가 있다면 어떻게 시작했을까? 그들은 어떤 고민을 할까? 브랜드 가치를 위해서 환경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의 가치를 위해서 브랜드를 시작하는 브랜드가 말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연으로 돌아가는 브랜드 'LAR'(Look around) >>


버려지는 자투리 소가죽, 페트병 재활용 소재, 나무를 죽이지 않는 코르크 나무 껍질 소재. 처음부터 쓰레기가 아닌 자연이 되는 브랜드가 있다. 왜 만들었지 그리고 왜 신어야하는지 'LAR' 계효석 대표와 인터뷰를 했다.


Q / 'NIKE'를 신으면 뛰고 싶은 마음을 갖게하고, '반스'를 사면 스케이드보드를 타고 싶어집니다. 'LAR'를 사면 사용자가 무엇을 하기를 원하시나요? 구체적으로 'LAR'를 구매한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기를 원하십니까?
'LAR' 계효석 대표(이하: LAR): 우리는 'LAR'을 구매한 사람들이 제 자리에 가만히 서있지 말고 움직이기를 원합니다. 움직임의 목적은 주변을 돌아보기 위함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지나쳐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같은 곳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늘 세상은 '집중 조명'되는 곳에 사람들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소중하고 지켜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조명받지 못한다고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만 천천히 걸으면, 돌아볼 수 있는 주변이 보입니다. 주변의 것들의 가치를 찾고, 바라보고, 지켜내는 것. 그것이 'LAR'을 구매한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 되기를 원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매일 밖에 나가 30분씩 산책을 한다면 이 세상은 더 따뜻하고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Q / 'LAR'는 신발을 통해 어디까지 변화시킬 것인가요? '나이키'는 과거에는 혼자 뛰었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함께 뛰는 조깅 문화를 만들었죠. 'LAR'는 트렌드, 라이프스타일 아니면 옷의 코디 혹은 'TOMS'처럼 정신적인 가치의 변화를 추구하시나요?
LAR : 오늘날 신발이라는 제품은 직립 보행을 위한 도구의 의미가 전부가 아닙니다. 신발은 스타일을 위한 도구입니다. 스타일은 자신의 존재-정신과 마음과 육신-의 의미를 나타내는 표현 양식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게 나타내는 표현 양식을, 사람들은 '패션 제품'이라고 표현합니다. 'LAR'은 자신을 나타내는 표현 양식입니다. 자신의 존재적 표현의 바탕에는, 자신을 표현하는 상대(관계를 이루어갈 대상)가 있어야 합니다. 스타일(표현 양식)은 자신과 타자(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기반으로 합니다.


스타일은 타자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기반에서 구축됩니다. 타자에 대한 의식-내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이 없는 스타일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LAR'은 친환경에 대한 세계관이 없는 패션 제품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친환경에 대한 의식은 스타일의 기반이고 패션의 기본 조건입니다. 음식 제품보다 패션 제품이 친환경에 대한 요소가 더 중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LAR'을 통해서 친환경에 대한 의식-내 주변에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 타자에 대한 공감이 없이는 절대로 패션 제품을 만들 수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LAR 신발을 신고 이 생명의 정신을 이해하여 더 이상 이 지구에서 일어나는 환경 문제에 침묵하지 않고 행동했으면 좋겠습니다.




Q / 'LAR'의 목적대로 사용자는 변화되고 있습니까? 실제 고객 중에서 LAR의 의도대로 사용자가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을 확인하셨습니까?
LAR: 사실 'LAR'을 사람들이 처음 접하고 '구매'까지 하게 되는 원동력은 일반적인 구매 요소와 다르지 않습니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고 사회적기업과 지속 가능한 소비에 대해 관심 있는 소비자들도 물론 있지만 신발의 디자인이 무난하고 깔끔하면서 키높이가 되고 편하고 가벼우면서 가성비가 좋아 구매하는 소비자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일반적인 관점으로 소비자들이 신발을 구매하기 때문에 오히려 'LAR'의 목적대로 사용자가 변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업 3년 차가 되어 요즘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려주는 블로그와 후기를 보면 이제는 'LAR'의 목적대로 조금씩 사용자가 변화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에는 후기에서 가성비와 기능성, 그리고 디자인만을 말했다면 요즘에는 '친환경 소재로 이렇게 편하고 예쁜 상품을 만들 수가 있구나, 업사이클 제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라는 후기가 자주 보이고 '기부를 하는 한국의 사회적기업도 이렇게 멋질 수 있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사람들이 조금씩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플라스틱 페트병으로 신발끈과 메쉬를 만드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페트병의 재활용에 대한 심각성과 중요성도 점점 알아가는 것을 느낍니다.


Q / 'LAR'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신발외에 다른 어떤 행동을 하십니까?
LAR: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희는 'LAR'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신발을 더욱더 친환경적으로 편하고 가볍고 예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외에도 저희가 미션과 사명을 가진 패션 브랜드로서 고객이 외적으로 느낄 수 있는 행동이 중요함을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3년 동안 서울시 보육원인 선덕원에 매출의 약 4%에 해당하는 금액과 신발을 12차례에 걸쳐 기부하여 아이들의 정서 회복과 자립을 위해 지원하였고 앞으로는 규모를 좀 더 넓혀 정식 재단에 바우처를 지급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아이들을 도와주려고 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활동 외에도 사람들이 '주위를 돌아볼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과 활동을 기획하고 있으며 회사가 점점 성장하고 'LAR' 팀도 갖춰나가면서 이러한 활동을 더욱더 구체적으로 해 나갈 예정입니다.


저희는 앞으로 신발 외에 '룩어라운드 시선'  캠페인이라는 활동을 펼쳐나가고자 합니다.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미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고, 그 존재의 가치가 우리의 삶에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들에 대해 룩어라운드의 시선을 보내고자 하는 캠페인입니다. 달력에 기입되어 있는 수많은 기념일들(삼일절, 개천절, 광복절, 춘분, 추분, 우수) 등만 우리에게 중요한 날들의 전부가 아닙니다. 왼손잡이의 날, 오랑우탄의 날, 푸른 하늘의 날, 물의 날, 바다의 날, 작가의 날, 미소의 날 등등. 우리에게는 기념하고 주목해야 할 많은 날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이렇게 주목받고 있지 못하지만, 그 존재의 의미가 충분한 날들을 빨간 색으로 표기한 '룩어라운드 날들'  달력을 제작해 배포했습니다.


Q / 'LAR'의 임직원은 환경 신발 생산과 판매외에 실생활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십니까?
LAR: 회사에서 하루에 점심 식사와 커피 한 잔을 제공하는데 배달 음식은 거의 먹지 않고 커피를 마실 때는 꼭 개인 텀블러를 지참해서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플라스틱 페트병 1,000개는 아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희 같이 작은 회사도 단지 텀블러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매년 페트병 1,000개 이상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일상의 작은 실천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저 역시 차에 텀블러를 2개씩 갖고 다니면서 일상에서 플라스틱 페트병을 대체하고 있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가죽 의류를 갖고 있지 않으며 꼭 필요한 것은 사지 않고, 음식을 테이크 아웃 할 때 불필요한 포장지는 반납하면서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LAR'의 환경 보호를 위한 가장 중요한 활동은 쉽게 실증나지 않는 스타일의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시대와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입을 수 있는 디자인(timeless design) 제품을 만드는 것이 'LAR'이 패션 회사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본질적 환경 보호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Q / 'LAR'의 임직원은 브랜드 런칭 이전과 이후의 삶의 변화를 듣고 싶습니다
LAR: 28살의 어린 나이에 창업을 하여 현재 32살이 되었는데요, 주변 분들의 우려와는 달리 사업이 점점 성장하고 인생의 멘토 분들을 (더작은재단의 오승환 대표님, 임팩트스퀘어의 도현명 대표님, 나인후르츠미디어의 김남호 대표님) 만나게 되면서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성장하고 사람들에게 알려질수록 제 자신이 커지기보다 오히려 제 자신의 한계와 무지함, 그리고 부족함을 많이 느끼면서 더욱더 작아진 것 같습니다. 저는 창업을 통해 자아실현도 하면서 정말 돈을 많이 벌고 싶었고 성공하고 싶었으며 사업으로 자수성가를 하신 아버지께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의 유일한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LAR'을 3년간 운영하면서 일어났던 모든 좋은 순간들과 기회들, 그리고 모든 인연들은 저의 능력과 계획으로 제가 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진실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옆에서 성장하고 있는 'LAR'을 보면서 제 삶의 목적과 이유, 그리고 'LAR'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성장해야 하는 이유가 바뀌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 'LAR'을 잘 섬기는 것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성공을 하고 싶었는데 성공은 없다는 걸 알게 된 것, 지구가 건강한 줄 알았는데 지금 죽을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행동하게 된 것, 브랜드는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닌 정신을 파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그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Ecosystem Brand는 생태계의 원리를 따르는 브랜드이다. 인간 중심적 사고를 지양하며,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 속에 포함된 인간의 실체를 깨닫고, 그 둘 간의 깨어진 관계 회복을 돕는 데 초점을 둔다. 공존과 균형을 키워드로, 서로 연결된 유기적 관계 속 브랜드 역할을 고민한다. 에코시스템 브랜드는 성공한 브랜드이기 이전에 좋은 브랜드이며, 경제적 이익보다 먼저 유익의 가치를 선택한 브랜드이다. 비즈니스 뒷면의 보이지 않는 영역, 이타적 호흡이 가빠진 그곳에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가치와 영적인 것을 보이도록,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가치와 연결되어 순환의 메커니즘을 그리도록 하는 것이 Ecosystem Brand의 미션이다.


앞으로 연재될 a good brand is a good ecosystem(좋은 브랜드가 좋은 생태계이다)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첫째, 인간과 자연의 접점을 찾고, 둘째, 자연을 회복하기 위한 브랜드의 역할과 셋째, 브랜드와 사회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취재할 예정이다. 목표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Eco Job(환경과 하나 되는 업)은 브랜드 구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사회로 환원되고 공유되는 가치 창출을 위한 에코시스템 브랜드가 시장의 리딩 브랜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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