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부서, 디지털化 장벽인가 기폭제인가

2020-10-15 한실장 

<한실장의 이커머스 썰전 13>






우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왜 이렇게 힘들까 고민하다 보면 다양한 원인이 있다. 첫째 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둘째 최고 경영자가 디지털화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변화를 주도하지 못한다. 셋째 오프라인 영업부와의 이해 충돌로 진전이 어렵다. 이 세 가지가 가장 많이 언급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기업에서는 이 보다 강력한 장벽에 부딪히는데, 바로 관리 부서 책임자들이다. 일반적으로 중소, 중견 기업들의 관리 책임자들은 CEO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최측근이다. 많은 사업부장, 영업 임원, 상품기획 임원들이 바뀌는 동안에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양한 실무자들과 20년 이상 함께 근무하며 전문가 못지않은 실무 지식을 경험하면서, 종종 본인들의 권한 이상으로 관여하고, 판단하며 최고 경영자에게 충언(?) 하기도 한다.


기업의 크기에 따라 한 명의 관리 임원이 관리 부서 전체를 책임진다. 또는 재무, 인사, 경영기획 각각의 책임자가 있다. 이들의 업무 특성상 사업 현황을 분석하거나, 사업 부서에서 제출한 계획의 타당성을 점검해 의견을 제시한다.


이들이 제시한 의견은 경영자가 판단하기에 중요한 근거가 된다. 관리 부서가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읽어내는가에 따라 사업의 방향이 좌우된다.


필자는 6년 전, 한 게임 회사 대표와 신규 사업을 논의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미국의 와비 파커(Warby Parker)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모델을 토의하던 중, 사업 초기 반품률이 이슈로 대두됐다. 필자는 경력 대부분을 패션 소매업에 종사했고, 온라인 비즈니스 역시 패션 상품을 다뤘기 때문에 초기부터 다양한 가능성을 점검해 최대한 반품률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게임회사 대표는 "사업 초기에 왜 인위적으로 반품률을 낮추는 전략에 대해 고민하느냐? 반품을 포함한 고객들의 반응은 모두 소중한 데이터다. 이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사업을 최적화해 나가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말했다.


당시 안경(선글라스)이라는 아이템을 패션 카테고리로 본 필자의 입장에서는 사업 모델이 어떠하든 생산량, 재고, 시즌성 등을 감안해 반품률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고, 그 대표는 철저히 '디지털 방식'으로 신규 사업을 바라봤다. 그 당시에는 그 대표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 뒤로 2~3년이 지나서야 '아! 그때 그 대표가 한 얘기가 디지털 사업의 기본이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 오프라인 사업은 리스크를 안고, 한번에 큰 투자를 해야 하니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 필요했던 것이고, 디지털 사업은 오프라인 사업과 달리 큰 투자 없이 '반응(데이터)을 보면서' 조정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만 제대로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 사업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방식이 크게 달랐다.


실제 기업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오프라인 사업에 대해 익숙한 관리 부서와 규정들로 인한 해프닝은 반복적으로 벌어진다. 일례로 자사몰 퍼포먼스 마케팅 예산의 매출 대비 비중과 기간 내 예산 대비 소진 등에 관한 이견이다. 온라인 비즈니스(특히 자사몰)의 경우,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사업과 손익 구조가 다르고 예산의 수립 및 집행 방식도 크게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온라인 조직의 업무가 잘못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예산을 점진적으로 증액해 가면서 동시에 CVR (conversion rate, 구매전환율)을 살피게 되는데, 적정 수준의 CVR이 유지되고 매출이 동반상승하면 기존에 책정된 예산보다 더 사용하는 것이 올바르다. 적정 수준 이상의 CVR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투입하는 비용 대비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니 비용 투입을 안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는 투입 마케팅 비용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즉시 검증하기 어려워 사전 계획에 최대한 맞춰서 집행하는게 일반적이다. 반대로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 숫자로 확인이 되는 상황에서 계획되어 있는 예산이라고 해서 굳이 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비용 사용을 최적화하는 이익 극대화가 디지털의 장점인데, 관리 부서의 이해와 유연한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계획성이 부족한 부서'나 '예산 관리가 엉망인 부서'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또 한가지 사례는 본사 직원들의 팀별 적정 인원이다. 오프라인 영업부와 비교해 판단하거나 매출 규모와 비례해 인원을 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사팀은 온라인 비즈니스가 사업 초기라는 것까지 감안하지 하지 않더라도 오프라인 사업과 성격이 다르므로 사업 특성에 맞는 적정 구성원을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온라인 사업은 사무실에 앉아있기는 하지만 거래처나 판매 사원들을 관리하는 역할이 아닌 직접 매출을 만들어내는 판매 사원 역할까지 포함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판매사원 없이 매장을 여는 경우는 없을 것이고, 영업 직원 한 명이 수십개의 매장을 관리하면서 사업이 제대로 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특성에 맞는 적정 인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필수 인력은 투자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위 사례들이 소소한 일로 판단할 수 있지만, 다수의 회사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장벽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을 맡고 있는 한 부서가 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부서 혼자 아무리 달려가려 해도 계속해서 이런 일들로 발목을 잡히고 에너지를 빼앗긴다면 어렵다. 우리의 관리 부서들이 본의 아니게 과거의 잣대로 평가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보다 디지털 사업에 최적화된 지원 부서로 변화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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