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린이’가 몰고온 골프마켓의 새로운 변화

2020-10-01 황연희 기자 yuni@fi.co.kr

2030 골퍼 겨냥한 신생 브랜드 쑥쑥 성장세

신생 골프웨어 브랜드는 기존의 공식을 깨고 새로운 마켓 룰을 만들고 있다


# 제가 입고 싶은 옷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서요
# 브랜드는 많은데 선뜻 사고 싶은 브랜드는 없어요~. 허리 사이즈가 너무 커요
# 필드보다 연습장, 스크린골프 더 자주 가는데 운동복은 싫고 기존 골프웨어는 과하다는 느낌이에요


최근 '골린이'라고 불리는 20~30대 젊은 골퍼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다. 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도 안전지대로 불리며 선방하고 있는 골프웨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다른 복종에 비해 신규 브랜드 출현이 많은 것도 특이하지만, 기존 브랜드와 다른 돌연변이가 등장한 것이다.


글로벌 인지도를 가진 골프웨어나 용품 파워가 탄탄한 브랜드들의 의류 라인 론칭이 기존의 론칭 방식이었다면 최근 등장하는 브랜드들은 타겟, 유통채널, 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공식을 써내려가고 있다. 마치 2010년 초반 캐주얼 마켓에서 스트리트 캐주얼이라는 이단아가 등장했듯 40~50대 중심의 골프웨어 시장에 노는 물이 다른 '괴짜'들이 주목받고 있다.


◇ 스트리트 감성의 레주얼 골프 등장
레저와 캐주얼의 합성어인 '레주얼' 골프웨어는 일상과 필드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스타일리쉬한 골프웨어를 뜻한다.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퇴근 후 골프를 즐기는 이들을 위해 추천하는 보더리스 스타일이다. 여기에 최근 골프 입문자들의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면서 스트리트 감성까지 더한 영 골프웨어 시장이 새로 부상하고 있다.


'닥스골프'가 이번 가을 3040 젊은 골퍼들을 위한 영 라인 '닥스런던'을 론칭했고 지난 봄에는 '잭니클라우스'가 35~45를 겨냥한 '더 메이저스' 컬렉션을 선보였다. 50대 이상 중년층의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들이 젊은 고객 잡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중년층의 이미지가 짙은 골프웨어들이 론칭한 영한 라인을 30~40대 젊은 고객이 선뜻 택하기에는 쉬워 보이진 않는다.


이와 달리 최근 등장하는 신규 브랜드들은 아예 처음부터 캐주얼한 스타일의 골프웨어를 지향한다.



신생 골프웨어 브랜드는 기존의 공식을 깨고 새로운 마켓 룰을 만들고 있다



LF는 '닥스런던'과 별도로 스트리트 캐주얼 감성이 가미된 골프웨어 '더블 플래그(Double Flags)'를 론칭했다. '더블 플래그'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30대 골퍼들의 취향에 맞춰 유쾌하고 자유로운 스트리트 감성을 극대화환 영 골프웨어다. 기존 골프웨어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맨투맨, 후드티 등 캐주얼 아이템들에 골프웨어의 기능성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도 골프 전문 온라인 셀렉숍 '더카트골프'의 PB로 '더카트(THE CART)'를 출시했는데 남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는 젊은 골퍼들을 타겟으로 한다. 시그니처 로고 피케 티셔츠 등 골프와 일상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을 전개한다. 코오롱은 내년 봄 '지포어' 골프웨어를 론칭하는데 이 역시 젊은 감성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아이올리가 내년 봄 정식 론칭하는 '혼가먼트' 역시 자유로운 라이프를 표현하고자 하는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골프웨어로 20~40대 영앤리치 골퍼를 겨냥해 선보인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을 위한 캐주얼한 감성의 골프웨어가 인기를 얻고 있다. 여성 골프웨어의 신예 스타로 떠오른 씨에프디에이(대표 윤지현)의 '페어라이어'는 고감도 패션 골프웨어로 인기다. 맥시 카디건, 울실크 니트, 보트넥 니트, 와이드 플리츠 팬츠 등 기존 골프웨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아이템들이 매장을 채우고 있다. '페어라이어'는 3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올라가면서 갤러리아명품관, 대구신세계 등 백화점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또 제주나인브릿지CC, 핀크스CC, 남해 아난티CC 등 유명 클럽하우스에 입점했다.


장민준 LF 골프사업부 팀장은 "변화하는 골프웨어 트렌드와 20~30대 젊은 골퍼들의 숨은 니즈를 찾는 것이 관건이며 이를 신속하게 상품기획 및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통 채널도 이전과 다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하나만 띄우자! 시그니처 아이템 전략 통한다
골프웨어는 일반 캐주얼 의류에 비해 골프웨어 하나로 토털 스타일링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토털 착장에 대한 개념이 강하고 골프용품까지 확대해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이 통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브랜드들은 스타일 수를 줄이는 대신 특정 아이템 중심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높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마치 스트리트 캐주얼이나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시그니처 아이템 전략과 유사하다.


클로브클럽(대표 전주현)은 클래식한 감성의 라이프웨어를 추구하는데 30대 초중반 여성들에게 필드웨어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클래식 니트 폴로는 론칭 첫 시즌부터 베스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했고 액티브 스웻셔츠와 액티브 플리츠 스커트 역시 젊은 골퍼들에게 인기다. 특히 C로고 모자는 '클로브'를 띄운 일등공신이자 필드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아이템이다.


전주현 '클로브' 대표는 "일상생활에서 입을 수 있는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웨어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다. 골프웨어라고 규정하고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데일리 웨어로 손색이 없는 골프웨어를 찾는 여성층이 늘어나면서 특정 아이템이 골프웨어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유사한 컨셉의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좀 더 명확한 브랜딩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앤제이인터내셔날(대표 전승희)이 이번 가을 론칭한 '마이컬러이즈'는 파리지엥 스타일을 추구하는데 스커트와 로고 캔버스백을 주력으로 전개하고 있다. 지퍼 라인 스커트, 프릴 포켓, 프릴 플리츠, 캉캉 큐롯 등 디테일의 변화를 준 스커트와 필드용 캔버스백으로 브랜드 로고를 노출시키고 있다.


전승희 대표는 "지난 25년 동안 골프를 쳐왔는데 점점 맘에 드는 골프웨어가 없는 것 같다. 퇴근 후에 바로 골프장으로 달려갈 수 있는 보더리스 개념의 여성 골프웨어를 생각하게 됐고 특히 '스커트맛집'으로 알려질 수 있도록 스커트 라인을 중점으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신규 골프웨어들이 주력하고 있는 시그니처 아이템은 골프장갑이다. 젊은 골퍼일수록 포인트 요소를 찾는 니즈가 강해 컬러풀한 골프 장갑으로 차별화하는 브랜드가 늘었다. '지포어'는 컬러풀한 골프장갑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브랜드로 국내에도 골프장갑 라인이 먼저 수입됐으며 '어뉴' 역시 컬러풀한 골프장갑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휠라골프'는 영 골퍼를 위한 컬러 장갑 'FRG300 프리미엄 글로브'를 출시했다.



◇ 골프 선수가 아닌 SNS 스타 팬심 열풍 
골프웨어 브랜드의 대표적인 마케팅 전략은 프로 골프 선수 후원이다. 남녀프로골프대회에 타이틀 스폰을 하거나 프로 선수들을 후원하면서 메이저 경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노출시키고 골프웨어의 퍼포먼스 전문성도 어필하기 위함이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의 비용을 투자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후원 타겟이 SNS 채널로 전환되고 있다. SNS 채널과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공유하고 즐기는 스포츠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는 #골스타그램 #골린이 #정라 #스벙 등의 골프 관련 신조어가 늘어나며 영 골퍼들의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을 메인 채널로 운영하는 골프웨어들은 온라인상의 바이럴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SNS 활동이 활발한 인플루언서들을 브랜드 서포터즈, 앰버서더로 모시고 있다. '어뉴'는 정기적으로 어뉴크루를 모집하고 적극적인 SNS 마케팅으로 '#대세어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인스타그램에 '어뉴' 키워드로 포스팅된 게시물이 1만여개가 넘는다.


골프웨어 '피브비(piv'vee)'는 20~30대 여성을 위한 골프&라이프웨어 브랜드다. 이 브랜드를 론칭한 주인공인 신나은 대표는 15여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파워 인플루언서 나니로 유명하다. 한국을 대표해 '샤넬' 컬렉션에 초대받을 만큼 인기를 얻고 있으며 영한 골프웨어가 없다는 생각에 지난 여름 젊은 여성들을 위한 새로운 콘셉의 골프웨어를 론칭했다. '피브비'는 '잘 치지 않았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20~30대 초보 여성들을 위한 골프웨어로 차별화했다. 이제 입문한 여성 골퍼들에게 어울리는 착장을 제안하는 것이 목표다.


신나은 대표는 "인플루언서로 대중들에게 알려져있지만 패션 의상학과를 전공했고 수입 브랜드에서 4년 이상 바잉MD로 근무했다. 패션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피브비'를 론칭했으며 여기에 인스타그램을 통한 대중과의 친밀한 소통능력을 더해 친숙한 스포티브 라이프스타일 웨어로 알려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 골프웨어가 무신사로! 온라인 채널에 주력
최근 론칭한 신규 골프웨어들은 유통 전략에서도 '남다름'을 선택했다. 그동안 백화점과 전국 가두상권, 그리고 도곡동 등의 골프특화 상권을 중심으로 전개했다면 최근에는 온라인 유통을 전면 공략하고 나섰다. 젊은 고객층의 주된 유통 채널인 무신사, W컨셉 등에도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적극 노크하고 있다. 또 오히려 자사몰을 주력 채널로 육성해 고정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LF는 '더블 플래그'를 론칭하면서 메인 유통으로 무신사 스토어와 자사 온라인쇼핑몰 LF몰을 선택했다. 20~30대 남녀 골퍼를 메인 타겟으로 정한 만큼 그들이 주로 이용하는 무신사를 1차 공략지로 정한 것.


또 '클로브'는 자사몰과 29CM에서 가장 좋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고 '마이컬러이즈'는 자사몰과 SSG 스타일골프, 더카트골프 등에 입점했다. '피브비'는 론칭 첫 해 위즈위드와 전략적으로 손을 잡고 독점 론칭의 방식을 선택했다. 위즈위드가 전량을 매입해 단독으로 전개하는 방식으로 내년에는 좀 더 다양한 채널로 확장해 전개할 계획이다.


신규 골프웨어의 온라인 선택 비중이 높아지면서 온라인에서도 골프 카테고리를 특화시킨 플랫폼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코오롱의 '더카트골프'나 무신사, W컨셉, 29CM 등에서도 골프웨어 비중을 늘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SSG닷컴 내에 여성 골프의류 편집숍 'S.tyle Golf'를 공식스토어로 오픈했으며 내년에는 오프라인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모자, 우산 등 골프 용품 중심의 브랜드 '멀리건'은 판매 채널의 제한을 두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판매자를 모집하고 있다. 오프라인 골프매장, 유명 블로거, 인플루언서, 골프 관련 종사자, 캐디 등 모든 채널을 통해 브랜드를 알린다는 전략이다.


골프웨어 한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스트리트 캐주얼 웨어를 경험한 고객들이 이제 20대 중후반, 30대에 들어섰다. 이들은 기존 제도권 브랜드에 대한 경험이 적기 때문에 골프웨어를 선택할 때도 오히려 신규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 같다"며 "최근 20~30대 영 골퍼가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골프웨어 시장에도 예상치 못한 변화가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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