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 Biz, 지속가능한 콘텐츠 육성이 本質

2020-07-01 황연희 기자 yuni@fi.co.kr

패션그룹 대명의 콘텐츠 플랫폼 무한확장


패션기업들이 이커머스 비즈니스를 강화하며 자사몰 운영에 이어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으로 판을 키우고 있다. LF와 한섬은 LF몰, 더한섬닷컴으로 각각 5,000억원, 1,100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이번 시즌 동시에 AU몰, EQL몰을 단독 플랫폼으로 론칭했다. 또 이랜드월드의 '키디키디', 코오롱인더스트리FnC몰의 '더카트골프', 신원의 '쇼윈도우' 등 단독 플랫폼을 통해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비즈니스를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이들의 성패를 단정짓긴 어렵다. SSF샵, 코오롱몰, SI빌리지 등에서 타사 브랜드 콘텐츠를 유통해본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은 좀 더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트래픽과 자본의 힘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불가변 원칙을 고려했을 때 무모한 도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사실이다.


패션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커머스 플랫폼이 아닌 온라인 경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브랜드 콘텐츠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안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커머스 플랫폼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 확보가 관건이기 때문에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자 입장으로 비즈니스 관점을 바꾼 콘텐츠 플랫폼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 대표주자로 패션그룹의 반열에 오른 대명화학그룹과 스스로 브랜드 콘텐츠 육성에 나선 무신사 그리고 이제 시동을 걸고 있는 에프앤에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이랜드 등이 최근 패션 콘텐츠 플랫폼 비즈니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중 브랜드 콘텐츠 및 SCM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는 대명화학의 행보는 여전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대명화학, 각 유닛별로 콘텐츠 플랫폼 구축
우량의 브랜드를 육성하는 BAMP 비즈니스에 주력하고 있는 대명화학그룹은 콘텐츠 플랫폼 비즈니스에 최전방에 서있는 기업이다. 코로나19로 시장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역량있는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한 인수 및 투자는 끊이질 않고 있다. 패션기업, 커머스 플랫폼에 이어 패션 콘텐츠 기업, 또 SCM 인프라까지 구축한 대명은 이들을 새로운 유닛으로 활용해 새로운 플랫폼을 형성하도록 함으로써 플랫폼 레이어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현재 이커머스를 위한 패션 콘텐츠 플랫폼은 ABK를 대표로 개별 투자를 단행한 오아이스튜디오, 레이어, 비바스튜디오, 키르시, 커넥터스이며, 또 신규 법인으로 출범한 하이라이트브랜즈, WWB, 모던웍스가 있다. 이들은 각각이 또다른 플랫폼 구심점이 되어 글로벌 이커머스 마켓으로 항해할 수 있는 패션 콘텐츠를 육성하고 있다. 각각이 패션 콘텐츠 기획사가 되어 유망주 발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올해 사명을 변경한 ABK(어센틱브랜즈코리아, 대표 박부택)는 브랜드 수를 12개로 늘리면서 법인을 세분화했다.


'피스워커' '가먼트레이블'을 전개하는 ABK를 주축으로 '메종미네드'와 '86로드'는 새로운 법인 베이스먼트랩으로 구분했고 '페이탈리즘' 역시 최근 신규 캐주얼 '폴코어'를 론칭하면서 별도 법인 퍼스트매니지먼트로 분리했다. 또 남성 슈즈 브랜드 '바나나핏'과 '애드오프'를 전개하는 리베르가 있다. 여기에 최근 인수한 아조바이아조(대표 김세형), '그래피커스'를 전개하는 벤엔데릭(대표 허웅수)과 인기 패션 유튜버 깡스타일리스트(본명 강대현)와 연합해 솔레일서울(대표 강대현)을 설립하고 추동시즌 컨템포러리 캐주얼 브랜드를 론칭한다. 이로써 ABK와 관계된 법인 수만 총 7개로 세분화됐다. 이와 함께 ABK는 하반기 자사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편집숍을 구성,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그래피커스를 활용해 해외 수출 및 면세점 비즈니스에도 시동을 건다.


박부택 ABK 대표는 "남성 데님으로 시작해 캐릭터, 남성 컨템포러리, 캐주얼, 남성슈즈 등 패션 콘텐츠를 확대해왔고 여기에 인플루언서 깡스타일리스트까지 조인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이커머스 마켓에서 경쟁력을 공고히 하는 한편 오프라인에서 소비자의 경험치를 높여줄 수 있는 콘텐츠 비즈니스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패션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역할은 ABK뿐만이 아니다. 모던웍스 역시 글로벌 브랜드와 감성 스트리트 브랜드 중심으로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모던웍스는 '코닥' '슈퍼드라이' '마우이앤선즈' '마리떼프랑소와저버' '켈로그' '하이텍' '테트리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콘텐츠를 확보한 데 이어 자체적으로 '하이텍' 패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 퓨처트로를 통해 'AQO'를 전개하고 있고 디자이너 브랜드 '참스(대표 강요한 김진용)'에 투자했다. 최근에는 'FCMM'을 전개하는 박찬영 대표와 합자법인인 그레이트빅을 설립해 146년 전통의 미국 스포츠 브랜드 '바이크'를 론칭했으며 최정섭 대표와 이알컴퍼니를 설립, 가을 시즌 신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이 외에도 WWB(대표 권창범)는 '빈트릴' '캡스앤스터프' '볼컴'을, 하이라이트브랜즈는 '코닥어패럴', '슈퍼드라이'를 전개하며 슈퍼 스타를 육성하고 있다. '코닥어패럴'은 겨울 시즌 무신사에서의 테스트 합격에 이어 백화점, 가두점에서 선전하며 1억원대 매장을 만들어냈고 '빈트릴' 역시 이커머스와 롯데 면세점에 동시 진출해 글로벌 소비자까지 흡수하고 있다.


론칭 첫 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하이라이트브랜즈의 '코닥어패럴'


◇ 이커머스 패션 콘텐츠는 우리가 선수
최근에는 대명그룹이 투자한 이커머스 챔피온들이 새로운 콘텐츠 개발자로 나섰다. 누구보다 이커머스 생태계에 일가견있는 레이어, 오아이스튜디오, 비바스튜디오, 키르시, 커넥터스 등은 자신들이 투자를 받아 강건한 체질을 만들었듯 제2, 제3의 'LMC' '오아이오아이' 등을 만들고 있다.


레이어(대표 신찬호)는 '라이풀' 'LMC' '칸코'에 이어 '퍼즈(FUZZ)'를 리론칭해 편안한 감성 캐주얼로 전개하고 있다. 또 별도법인 비트맵을 통해 '마리떼프랑소와저버'를 전개 중인데 클래식한 로고 플레이 티셔츠, 모자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오아이스튜디오(대표 정예슬)는 '오아이오아이'의 성공을 이을 브랜드 '어피스오브케이크'를 인수해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있다. '어피스오브케이크(APOC)'는 곰돌이 마스코트와 로고를 포인트로 활용한 감성 캐주얼웨어로 오아이스튜디오의 감성으로 새롭게 해석될 디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바스튜디오(대표 허태영 이영민) 역시 '비바스튜디오'와 '키르시'에 이어 제3의 브랜드 육성에 나섰다. 현재 '커렌트' '커렌트포맨' '페이브먼트' 그리고 데님 브랜드 '파츠'를 전개 중으로 비바스튜디오의 감성이 넘치는 온라인 주역을 발굴하고 있다. 


최근에는 레시피그룹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레시피그룹은 디지털 마케팅 전문기업으로 레시피그룹의 주시경 대표는 '키르시' 론칭에 함께해 브랜드를 성공시켰다. 레시피그룹은 지난 10여년 동안 브랜드 마케팅 특히 온라인 퍼포먼스 마케팅에 특화된 기업이다. 그만큼 디지털 생태계에 노하우가 탁월하다는 평이다. 레시피그룹은 현재 패션 브랜드(관계사 포함)의 디지털 마케팅을 돕기도 하지만 자체적으로 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마우이앤선즈' '로씨로씨' '모블러' 3개 브랜드를 동시에 론칭한 레시피그룹은 각각의 콘셉과 특성을 달리한 콘텐츠로 성장시키고 있다. 서핑 및 액티브 스포츠 브랜드 '마우이앤선즈'와 로맨틱 감성 여성 캐주얼 '로씨로씨' 그리고 '모블러'는 남성 컨템포러리 캐주얼 웨어를 지향한다. '로씨로씨'는 장미 심볼과 로고 플레이, '마우이앤선즈'는 서핑을 근간으로 한 액티브 스포츠, '모블러'는 빈티지, 수베니어, 아웃도어라는 확실한 키워드를 가지고 온라인에서 소통함으로써 브랜드를 단기간에 인지시키는데 성공했다. 매출도 기대 이상이다.


주시경 레시피그룹 대표는 "이커머스 마켓에서는 고객들의 리액션을 파악하는 것이 일차 포인트이고 이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도 관건이다. '마우이앤선즈'의 경우 브랜드 경쟁이 비교적 덜한 틈새마켓을 개척하는 등 이를 통해 12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며 "3개 브랜드를 각 카테고리 1등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 대명 관계사로 합류한 최아미 슈퍼비 대표는 하반기 총 3개의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며 베테랑 디렉터급 면모를 과시한다.



ABK 플랫폼 대열에 합류한 글로벌 스트리트 캐주얼 '그래피커스(왼쪽)'와 모던웍스 김진용 대표가 'FCMM' 박찬영 대표와 손을 잡고 론칭한 미국 스포츠 브랜드 '바이크'


◇ 모노그램, 디자이너들의 SM, JYP를 꿈꾸며
대명그룹은 패션 콘텐츠 기업에 투자한 것과 별도로 SCM 인프라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 기업들의 SCM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패션 디지털 생태계에서 SCM 인프라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자인 아웃소싱을 위한 모노그램, 신발 디자인 및 생산 소싱 마스, 생산 OEM, ODM 기업인 다니엘인터패션과 디코드, 물류 기업인 로지스밸리 SLK,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레시피그룹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자의 파트에서 또 하나의 플랫폼이 되어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기업인 모노그램(대표 기윤형)은 패션 브랜드들의 디자인 아웃소싱을 위한 전문 기업이다. 기윤형 대표, 김수정 상무, 배명철 상무, 장필규 이사 등 내로라하는 패션 디자인 베테랑들이 모노그램의 핵심 멤버다.


기윤형 대표는 K2코리아, '빈폴아웃도어', '블랙야크' 등 스포츠, 아웃도어, 골프웨어 디자인의 전문가며 김수정 상무는 '빈폴'의 성장기를 함께 했던 인물로서 트래디셔널, 남성, 스포츠 등을 두루 경험했고, 배명철 상무는 'MLB' '폴햄' 등 캐주얼 업계에서 이름을 날렸으며, 장필규 이사는 중국 안타그룹에서 '코오롱스포츠' 디자인 이사를 역임했다.


기윤형 모노그램 대표는 "국내에서도 영국, 일본처럼 디자인 아웃소싱 문화가 자리잡힐 거라고 생각한다. 패션 산업의 리스크 증가, 노동업무의 규제 강화, 인건비 증가 등의 이유는 물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패션 기업들도 조직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며 "우리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처럼 디자이너들의 SM, JYP가 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모노그램은 현재 4명의 수장 디렉터와 7명의 디자이너, 그리고 그래픽을 돕는 2명의 인력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1월 설립한 후 화승, '웰메이드', 중국의 '코오롱스포츠' '라피도' 그리고 신규 '지포어'의 의류 디자인 아웃소싱을 맡고 있다. 모노그램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여성복, 캐주얼 업체에서도 디자인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기윤형 대표는 "무조건 디자인을 아웃소싱으로 전환하라는 것은 아니다. 신규나 브랜드 방향을 재설정하고 싶을 때, 또는 기존 디자인의 고루함을 탈피해 새로운 분위기 변신이 필요할 때, 외부 업체와 협업이 필요할 때 디자인 아웃소싱을 테스트해보길 바란다"며 "시장 트렌드의 흐름 파악, 전략 상품 도출, 보완 부분을 채워주는 것은 누구보다 자신있는 작업이다. 업계 베테랑들에게 디자인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것도 효율적인 작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명화학의 행보는 확실한 패션 콘텐츠를 개발해 이를 디지털 패션 생태계에 최적화하는 한편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대명화학처럼 패션 콘텐츠 플랫폼 비즈니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무신사, 에프앤에프, 코오롱인더스트리, 이랜드 등도 좋은 성과를 만들어 이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무신사는 최근 자회사 무신사파트너스를 창업투자회사로 등록해 본격적인 브랜드 콘텐츠 발굴과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때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개그가 유행할 때가 있었다. 포털 사이트까지 팔 걷고 나선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 시장에서 패션 기업들이 진정으로 잘 하는 것이 무엇이고,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어떤 것인지 심사숙고 할 때이다.


황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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