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경험보단 능동적 변화·딥러닝 필요

2020-05-18 패션인사이트 

분명한 의도와 목표가 있는 전략적 변화


같은 방법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Insanity: Doing the same thing over & over again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 천재 석학 아인슈타인이 일갈한 큰 울림은 여전하다.


패션 소비산업 생태계의 변화는 오히려 변하지 않을 것을 찾기가 어려울 만큼 크고 빠르게 지금도 진행 중이다. 패션기업의 경영 일선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단연 ‘변화’이다. 변화는 제어할 수 없는 조건이며, 단지 ‘그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라는 명제만 가능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는 그저 구호로만 요란할 뿐 실제 경영의 현장에서 그 실체를 찾아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2019년 우리나라 전체 패션기업의 매출 증감율은 0.5%이다. 2019년 경영목표에서 매출 성장율을 0.5%로 상정한 패션기업은 아마도 전무할 것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노출된 결과 앞에서야 ‘시장이 어렵다. 위축 소비경제 단계에 접어들었다. 경쟁이 심화되었다’는 때늦은 관전평이 쏟아진다. 수년 째 이어지는 뉴노멀(new normal) 소비 패러다임은 물론 디지털 유통 혁명의 여파조차도 그저 책 속의 담론에 불과했던 것이다.


2019년 우리나라 패션 소비생태계에 준거하며 그 어느 한 해보다 분투했던 다수 패션기업들이 쏟은 노력의 양이 부족했던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성과의 절대 변수가 노력의 양은 아니었다는 판단이다. 문제의 핵심은 변화에 대한 합치성이다. 떠밀리듯 강제된 변화가 아닌 분명한 의도와 목표가 있는 전략적인 변화의 능동성이 2019년 패션기업 경영성과의 성패를 가늠한 것이다.


용자가 미인을 얻는다(The Brave takes the Beauty)
변화는 왜 어려운가? 낯선 것은 불편하고 생소하며 두렵다. 익숙하지 않은 것은 먼저 부정되기 십상이다. 변화는 결과라기 보다는 과정이다. 과정 중에 있는 그 불확실한 변화에 대한 도전은 더더욱 그 결과를 신뢰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지나간 익숙함은 다루기도 쉽고 충분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성과도 예견된다. 바로 이 점이 변화의 최대 걸림돌이다.


실제로 기업 경영의 일선에서 변화 실행의 대부분은 선택의 여지 없는 극단적인 조건에서야 수용된다. 한계상황에 내몰린 변화의 형편없이 낮은 결과의 성공률은 다시금 변화에 대한 공포를 배가시킨다. 하지만 2019년 F-MPI의 평가 결과에 대응하는 가장 큰 변인은 바로 그 두렵고도 불친절한 변화의 실행으로 귀결되었다고 판단된다. 성과는 그저 노력의 양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전략적인(의도와 목표가 충일한) 변화의 결과물이었다는 것이다.


2019년 F-MPI 평가 초우량 기업군에서 더욱 대단위 변화의 실행이 확인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선택이 가능한 단계에서의 변화 실행은 기업이 온전히 변화 실행의 능동체로서 그 변화 프로세스를 통제할 수 있다. 2018년 전체 패션기업 중 매출성장을 구현한 기업의 비중은 46%였다. 2019년의 경우는 38%이다. 지속성장의 추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한국 패션기업의 성장 동력이 식어가고 있음은 시장수요 등 조건의 변화라기보다 변화의 능동성이 부족한 패션기업의 변화 실행의 조로현상 때문으로 판단된다. ‘죽지 않으려 애쓰다 보니 결국 오래 살았다’라는 고전적 경영 금언은 이제 그만 접어도 될 것이다. 생존이 당면과제가 된 지금 이 시점에서 오히려 지속성장가능 패션기업 경영의 제 1화두는 ‘능동적 변화’이다.


확률은 누적되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2018년 전체 패션기업 중 영업이익율 5% 이상을 달성한 기업의 비중은 37%였다. 2019년의 경우는 28%이다. 2019년 패션기업 전반을 관통했던 경영목표의 주류가 내실경영 아니었던가?


4차산업 혁명시대로 정의되는 인류 최고의 지성충만 이 시대에도 로또 명당의 문전성시는 여전하고, 로또 당첨에 대한 누적 기대는 유효하다. 실패의 경험 가치는 실패의 누적 양으로 축적되는 것이 아니다. 실패에서 배운다는 말은 실패의 원인에서 개선의 방책을 찾아내는 데 있다. 상수 조건이 된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의 패러다임에서 우리 패션 기업들은 어떤 새로운 경영의 묘수를 발견해 냈는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디지털 중심 패션소비 유통의 구조 변화에서 우리 패션 기업들은 어떤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 냈는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효율의 문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찌 보면 우리 패션기업들은 이제껏 패션 비즈니스 성과의 핵심이 되는 경영 방식이 아닌 주변 요인이나 소소한 형식 조건들의 변화에서 과도하게 기대를 목말라 했던 것이다. 패션 초인의 감각 보다 뛰어난 과학적인 분석 도구를 도모해야 한다. 경영 장인의 혜안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도모해야 한다. 형편없이 저조한 판매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개인 사람이 아니라 Deep learning이 가능한 머천다이징 기획이나 배분 도구를 도모해야 한다. 한국 패션 소비생태계 시장에서 우리보다 경험과 지식이 태부족한 해외기업들의 선전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뿌린대로 거두리라(種豆得豆)
콩을 심었는데 팥 싹이 트지는 않을 것이다. 2019년 매출증감율 0.5%, 영업이익율 5.6%, 재고자산회전율 3.37, 실제판매배수(ROS) 2.50, 판매소진율 60.5%. 이는 2019년 한국 패션기업의 평균 모습이다. 일견 이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 상당한 선전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평균 지표의 상당 부분은 성과우위 소수 상위 기업들로 순화된 바 크다.


2019년 패션기업 중 매출 감소를 면하지 못한 기업의 비중은 60%를 상회한다. 영업이익 적자를 면하지 못한 기업의 비중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연간 판매율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이 약 1/4에 달한다. 2019년 한 해 동안 판매한 물량보다 더 많은 재고를 이고 있는 기업이 50개사를 넘고 있다. 어느 한 면 이같은 모습이 오히려 지금 당면한 엄중한 우리 패션기업 경영 상황의 실체에 더욱 가까울 수 있으리란 판단이다.


아직도 일각에서는 패션 비즈니스는 높은 판매 부가가치가 허용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오해가 엄존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ROS 2.50은 2.5배라는 높은 판매 부가가치를 의미할까? ROS 2.50은 부가가치세는 물론 유통마진까지 포함된 허수일 뿐이다. 패션기업 경영성과를 대변하는 성과지표 이상의 판단 근거는 사실 전무하다.


불편하지만 현실 지표의 엄중한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2019년 패션기업 전반 지표의 악화가 단일 사건의 개입이나 일시적인 오류의 개입으로 초래된 것은 아니다. 수년에 걸친 F-MPI 평가의 흐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패션기업 전체 차원이든, 개별사의 차원이든 돌발이 아닌 추이가 담긴 연속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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