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상품, 어디서 얼마에 팔리는지 알고 계세요?

2020-05-01 한실장의 이커머스 썰戰 ② 

온라인에서 25% 할인하고 있다는데 사실이야?



패션 브랜드에서 임원 이상 되는 분들이라면 "브랜드라면 소매 가격이 동일해야 한다"라는 불문율을 갖고 있을 것 같다. 이와 더불어 백화점의 어느 점포 어느 층 심지어 어느 브랜드 옆에 매장이 있어야 좋다는 등 섬세하고 치열하게 브랜드 관리를 해야한다고 배우고 또 그렇게 해 왔을 것이라 믿는다.


소위 '노세일' 브랜드라고 자부하며, 카테고리 상위권이라고 믿는 브랜드라면 이런 부분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브랜드 영업 담당자가 또는 책임자가 임의로 상품을 어느 마트에 펼쳐놓고 판매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또 아니면 유통 관리자나 대리점주가 할인율이 인쇄된 스티커를 손에 들고 우리 브랜드 상품에 붙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모른 척 하는 영업 담당자나 책임자가 있다면 경영자는 이들에게 어떤 조치를 할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브랜드를 자신 이상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경영자들의 입장에서 이들은 마치 브랜드를 망가뜨리려는 '반역자'처럼 느껴질 것이다. 우리 패션 산업의 역사가 패션 선진국에 비해 길지는 않지만, 패션업계의 경영자들은 수많은 해외 명품 브랜드들을 교과서 삼아 애지중지 소중하게 잘 키워 왔다.


그런데 그렇게 소중하게 키워온 브랜드가 내가 원하지 않는 곳에서 원하지 않는 가격으로 판매된 사실을 오랜 기간 몰랐거나 지금도 모르고 있는 경영자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최근 온라인 생태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보고 자료만으로는 이를 파악할 수가 없다. 기존 오프라인 사업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ERP와 보고 자료들로는 이를 파악할 수가 없게 되어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회의실의 모습을 한번 그려보자. 월요일 아침 상기된 얼굴의 경영자가 영업 임원에게 질문한다. "우리 아들이 그러는데 말이야. 요즘 온라인 어디서 우리 물건을 25%나 싸게 판다는데, 어떻게 된거야? 그런 보고 받은 적이 없는데" "아닙니다. 저희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뭔가 잘못 아신 것 같습니다. 손익 자료 보시면 할인율에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이렇게 대답한 사람이 거짓말을 한 것인지, 그도 그렇게 보고를 받아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오늘날 우리의 온라인 비즈니스 생태계는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복잡한 구조로 성장했다. 매장들이 각자 많게는 5개 이상의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 있고, 그 쇼핑몰들을 또 다른 쇼핑몰들과 다양한 제휴를 맺고 상품 정보를 제공하며 매장 상품을 팔고 있다. 또 각각의 쇼핑몰들은 다양한 회원 혜택과 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다.


약 1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라고 가정을 하면, 한 상품이 약 500개 이상의 온라인 판매처(어카운트)에서 팔리고 있음을 네이버 쇼핑 가격 비교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이 마저도 현황을 파악하고 있고, 최선을 다해 관리하고 있는 브랜드라면 최저가와 최고가의 차이가 적겠지만, 고객이 실제 구매하는 최종 판매처가 어디인지, 얼마에 사고 있는 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브랜드라면 가격 차이가 2배 이상 나는 상황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 판매처가 늘어나면 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온라인 어카운트를 늘리는데, 매장 인테리어 공사비와 같은 비용이 들지 않고, 온라인 어카운트 생성에 대한 내부 결재 규정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테니 경영자도 관리 부서도 신경 쓰지 못한 것이다. 예전처럼 누군가를 불러 물어보고 조사시킬 필요도 없다. 지금 네이버 쇼핑에서 품번을 몇 개만 넣어보자. 어디서 얼마에 팔리는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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