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와이리 안되노?

2020-04-15 한실장 

디지털화, 이미 해 볼 만큼 다 해 봤죠

< 한실장의 이커머스 썰전 1>



중소, 중견 패션 기업 경영자들에게 “온라인 비즈니스를 잘 해보고 싶은데 생각만큼 잘 안된다”며,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는 요청을 종종 받는다. 직접 만나보면 역사가 긴 회사일수록 미팅 초반에 이런 얘기를 자주 듣는다. “웹사이트도 여러 번 만들어 보고, 전문가라는 사람에도 투자해보고, 해 볼 건 다 해봤는데 신통치가 않더라고. 우리 회사랑은 잘 안 맞나 싶기도 하고…”


국내 패션시장에서 온라인 비즈니스라는 화두가 시작된 것이 2000년대 초반 롯데닷컴의 출범과 함께라고 보면 벌써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중소, 중견 패션 기업들 중에서도 조금 빠르게 움직였던 기업들은 미약하나마 온라인 사업팀을 꾸리고 이 변화에 대응하고자 노력했고, “누가 옷을 온라인으로 사느냐?”, “온라인은 싸구려 상품이나 사는 곳이 아니냐?”라는 의견이 더 강했던 곳들은 그러고도 몇 년을 더 속절없이 흘려 보냈다.




2000년대 중반이 지나가며 관련 미디어에서는 온라인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고, 2000년 후반으로 가면서는 대부분의 회사 경영자들에게서 “우리도 온라인을 제대로 해야 되는 거 아니야?”라는 강한 주문이 나온다. 이 주문을 받은 영업을 책임지는 다수의 임원들은 긍정적인 답을 하지 못했다. “좀 알아봤는데 사이트 구축하는데 돈만 많이 들고, 막상 성과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렇지? 저가는 몰라도 우리 같은 브랜드는 온라인에 잘 안 맞지” 질문을 했던 사람도 앞서 시작한 경쟁사들이 잘 되지 않는다는 보고가 내심 반가웠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더 흘러 경영자들도 더 이상은 온라인 비즈니스를 늦출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 무렵, 영업 임원으로부터 반가운 보고를 받게 된다.


“온라인 비즈니스 전담팀을 꾸릴 필요도 없고, 사이트를 만들 필요도 없고, 매니저들을 활용해서 온라인으로 물건을 팔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백화점들이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들을 통해 입점 브랜드들의 물건을 팔기로 한 것이다. 소위 백화점몰의 탄생이다. 상품 이미지도 백화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손쉽게 찍을 수 있었고, 조금씩 줄어가는 듯 했던 백화점 매출도 반등했다.


브랜드들은 모처럼 활기를 찾았다. ‘온라인 좋은 거 였구나. 이게 매출이 나오네. 그럼 우리도 사이트도 하나 만들어 볼까?’ 용기를 내고,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있던 홍보팀을 시켜 전문기업을 찾아 쇼핑몰을 만들고 담당도 뽑는다. 자사몰도 런칭하고 온라인 사업을 본격적으로 할 거라고 보도자료도 배포한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한달이 지나도 매출이 신통치가 않다. 담당자는 광고가 필요하다고 보고한다. 광고비를 쓰니 매출이 좀 나오는 것 같지만, 광고비나 매출이나 비슷하고, 수익성은 꿈도 못 꾼다. 이 시점에 영업 임원과 관리 임원이 동시에 투입돼 백화점몰이 훨씬 수익성이 높고, 온라인 사업이라는 게 투자도 많이 필요하고, 쉽지 않다는 충언을 올린다.


‘역시 이게 우리랑은 잘 안 맞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잘 모르는’ 온라인 보다 ‘잘 아는’ 오프라인에 더 집중하기로 한다. 그 뒤로도 약 10년 동안 사이트를 몇 번을 더 만들어 보고, 담당을 바꾸기도 하고 조직을 영업부에 두었다가 관리 임원 밑에 두었다가 그도 아니면 경영자 직속으로 두기도 한다.


나름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았지만, 항상 변하지 않았던 점은 있다. ‘온라인 쇼핑을 하지 않는’ 다양한 오프라인 비즈니스 베테랑들이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관점으로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최종 승인을 해온 것이다. 명동, 광복동, 동성로를 가보지 않았거나 잘 모르는 사람이 대리점 사업에 대해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면 어땠을까?


<다음> 글부터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패션 회사 내부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하나씩 꺼내 <패션 써~ㄹ전>으로 쓸려고 한다. 패션산업의 진화를 위한 애정으로 봐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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