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에도 ‘스트리트 캐주얼’ 열풍 이어진다

2020-01-09 서재필 기자 sjp@fi.co.kr

‘아크메드라비’ ‘커버낫’ 등 시장 흐름 주도할 듯


‘쿠어’ ‘키르시’ 등 매출 100억원대 신흥 강자 속속 등장


스트리트 캐주얼 열풍이 올해에도 뜨거울 전망이다.


‘슈프림’ ‘오프화이트’ ‘아크네 스튜디오’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만들어낸 스트리트 열풍이 지난 한 해 우리나라에 거세게 불었다. ‘뉴발란스’ ‘헤드’ ‘푸마’ ‘리복’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은 ‘디스이즈네버댓’ ‘로맨틱크라운’ ‘오아이오아이’ ‘아더에러’ ‘커버낫’ 등 스트리트 브랜드들과 협업해 MZ세대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시내 면세점들은 지난해 상반기 ‘MLB’ ‘아크메드라비’ ‘널디’ 등 면세점 스타 브랜드들의 대활약으로 중국 고객들을 사로잡으며 패션 카테고리 매출이 35% 증가했다.


지난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의 활약은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크메드라비’는 지난 3월 입점한 롯데면세점을 시작으로 국내 11개 시내 면세점에 입점해 지난해 75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무신사 스타 브랜드로 이름을 알린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 ‘로맨틱크라운’ ‘LMC’ ‘오아이오아이’ 등은 모두 매출 200억원대를 넘겼다. 특히 ‘커버낫’은 400억원 고지를 넘어서며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다.


강승혁 웍스아웃 대표는 “스트리트 붐이 불기 시작한 2003년 시장은 대부분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 판매하는 편집숍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 1000여개 브랜드가 넘는 시장 규모를 자랑하고 있고 몇몇 브랜드들은 글로벌 스포츠와 협업, 홀세일 등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브랜드 수의 증가보다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가 국내 패션시장의 주류 콘텐츠를 넘어 글로벌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점이 더 놀랍다”고 말했다.


국내외 인기를 끌고 있는 스트리트 캐주얼 (사진 출처: 나무위키)


◇ 200억원대 스타 등장, 시장 질서 확립


지난해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매출 상승 곡선을 보여준 브랜드는 바로 ‘아크메드라비(대표 구재모, 구진모)’다. ‘아크메드라비’의 시그니처인 베이비 페이스 라인은 면세점에서 중국 고객들을 줄 세우며 지난해 국내에서만 500여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 다롄 지역의 3년간 200억원 규모 홀세일 거래가 더해져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이 더 기대되는 상황이다.


배럴즈(대표 윤형석)의 ‘커버낫’은 스트리트 브랜드 중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 측에서 독보적인 질주를 했다. ‘커버낫’의 지난해 매출은 450억여원으로 지난 11월 블랙프라이데이 대박 매출(35억원)이 더해져 초기 설정한 목표매출액보다 높은 성과를 거뒀다. 또한 지난 여름시즌 무신사와 자사몰에서 반소매 티셔츠 라인만 25만장을 판매하는가 하면 신학기에 출시한 코듀라 어센틱 로고 럭색 백팩은 당시 하루 200여개씩 주문이 몰리는 진풍경을 만들었다.


RMTC(대표 김민성, 이세윤)의 ‘로맨틱크라운’은 중국 i.t와의 거래가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전체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국내에서도 ‘헤드’ ‘마크곤잘레스’ 등과 협업해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내며 지난해 전년대비 50% 증가한 22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200억원 매출을 넘긴 브랜드는 ‘디스이즈네버댓’ ‘LMC’ ‘오아이오아이’ ‘널디’ ‘비바스튜디오’ 등으로 새로운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있다. ‘앤더슨벨’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전년과 비슷한 규모지만 영업이익이 30% 증가했다. 여기에 해외 홀세일 확대로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스트리트 캐주얼의 성장 비결은 효율성이 높은 온라인 채널에 집중하고, 시그니처 아이템 중심으로 상품군을 축약한 ‘선택과 집중’ 전략에서 비롯된다.


스케이트 보드 등 유스 컬처와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젊은이들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스트리트 브랜드는 적은 자본과 미흡한 인프라 덕에 그래픽 반팔 티셔츠, 스웨트셔츠에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도권 브랜드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과감하고 멋스러운 디자인과 희소 가치는 10~20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는 곧 스트리트 캐주얼 열풍을 만들어 브랜드 매출을 끌어올렸다. 현재 이들은 매년 상승하는 매출을 제품 퀄리티 강화와 카테고리 확대, 해외 판로 개척, 마케팅 등에 적극 투자하면서 올해도 상승세를 예고하고 있다.


최정희 ‘앤더슨벨’ 대표는 “퀄리티를 강화하는 것은 소비자와 브랜드 간의 신뢰다. 이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면 아무리 가격을 낮게 불러도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의 감성과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셀럽 패션으로 인기를 끄는 ‘아크메드라비’. 사진은 ‘아크메드라비’를 입은 배우 이민호

‘커버낫’ 2019 FW 룩북

중국 스트리트 브랜드 박람회 요후드에 참가해 눈길을 끈 ‘MLB’

◇ 자본 부르는 스트리트 캐주얼


국내 패션산업도 스트리트 브랜드의 성장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투자를 통해 체계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대명화학그룹(회장 권오일). 이 회사는 10여개 관계사 중 케이브랜즈와 PWD 등을 통해 전도유망한 스트리트 브랜드 육성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스트리트 씬에서 주목받고 있는 ‘LMC’ ‘오아이오아이’ ‘키르시’ 등에 지분 투자를 했으며 ‘피스워커’ ‘가먼트레이블’ ‘86로드’ ‘페이탈리즘’ ‘메종미네드’ 등을 인수했다. 케이브랜즈는 ‘그루브라임’을 인수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재정비에 나섰다. 무신사(대표 조만호)는 최근 유치한 1900여억원 규모의 자금으로 입점 브랜드들과의 네트워킹 강화와 신규 브랜드 육성 사업에 탄력을 더한다.


김남규 무신사 MD팀장은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보편적이지 않고 눈에 띄는 다양한 시도들로 패션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10~20대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며 확연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라이징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는 ‘쿠어’다. ‘쿠어’는 무신사 MD들 사이에서 미니멀 장인으로 불리며 지난해 첫 100억원 매출 고지를 뚫었다. 울마크컴퍼니 인증을 받은 프리미엄 메리노 울과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협업 개발한 원사를 사용해 퀄리티 측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신승현 ‘쿠어’ 대표는 “지난 11월에 진행한 첫 팝업스토어에서 기대 이상의 관심과 매출로 오프라인 진출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이에 힘입어 오는 3월 홍대입구역 인근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오프라인 유통망을 점차 확장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드로우핏’은 가을겨울 시즌 출시한 어두운 컬러를 활용해 발매한 트렌치 코트와 첫 데님 팬츠 시도가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120억원 매출을 올렸다. ‘드로우핏’ 역시 초기 성장가능성 높은 브랜드의 생산자금을 선결제해주는 무신사의 지원정책 덕에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키르시’는 지난해 140억원 매출을 기록한 유망 브랜드다. 체리 심볼과 키치한 감성의 디자인으로 15~22대 여성 고객들의 취향저격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마하그리드’ 역시 여름철 로고 티셔츠 판매 성황에 힘입어 첫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원더플레이스’ 등 국내 유통 채널을 비롯해 해외 편집숍까지 홀세일 거래액이 4배 가량 증가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이 10년 가량 이어지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브랜드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지만 높은 성장가능성으로 투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며 “스트리트 캐주얼들이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선 미래성장에 대한 명확한 플랜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로맨틱크라운’ 2019 FW 룩북

지난해 11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열린 '쿠어' 팝업스토어

  • '브라운브레스' 쿨레인과 Project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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