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씬에 미니멀 바람이 분다
2019-11-15서재필 기자 sjp@fi.co.kr
‘이스트쿤스트’ ‘쿠어’ ‘드로우핏’ 등 두각

얼씨컬러, 꾸안꾸 등 미니멀 트렌드 뒷받침

“미니멀리즘은 삶에서 과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제거하며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이를 통해 행복과 충만함, 그리고 자유를 느낄 수 있다.”


<미니멀리즘: 의미있는 삶을 살기>의 저자 조슈아 필즈 밀번의 말이다. 이처럼 정제된 디자인을 지향하는 미니멀 트렌드의 바람이 최근 자유분방한 스타일의 스트리트 캐주얼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라이풀’ ‘이스트쿤스트’ ‘쿠어’ ‘드로우핏’ ‘라퍼지스토어’ 등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브랜드들이 스포티 무드와 오버사이즈, 강렬한 컬러감으로 대변되던 스트리트 캐주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니멀 콘셉의 남친룩으로 인기가 높은 류준열(왼쪽)과 박서준 (출처: 인스타그램)


사실 미니멀룩은 이전부터 꾸준히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왔다. 최근 ‘미니멀리즘’이 의식주를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으면서 패션시장에서도 그 영향력이 커졌다. 색상은 차분한 컬러나 무채색으로, 실루엣은 보다 여유롭고 단정함을 드러낼 수 있도록 오버사이즈로 디자인된 것이 최근 미니멀 트렌드의 특징이다.


최근 5년 사이 스트리트 캐주얼이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다양한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SPA 브랜드들까지 스트리트 캐주얼 콘셉의 아이템들을 생산하는 과잉공급 현상이 벌어지면서 이에 지루함을 느낀 20~30대 소비자들이 ‘깔끔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아이템을 찾으면서 미니멀 패션이 또 다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이는 1인 가구의 증가와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구매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비 성향과 연결된다.




최근 연예인들의 공항패션도 한 몫하고 있다. 댄디한 남친룩을 선보인 김영광, 얼씨컬러의 니트와 데님을 매치한 소녀시대 수영, 아이보리 컬러의 오버사이즈 니트를 입은 에이핑크 손나은 등 연예인들의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스타일들이 화제를 모으는 것도 미니멀 트렌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패션 유튜버 깡스타일리스트(본명 강대현)는 “미니멀리즘 패션은 보이는 것을 최소화하고 단정한 느낌의 최소화된 멋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소재나 디테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 글로벌에서는 화려한 시그니처 로고 없이 색채감과 실루엣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아크네 스튜디오’ ‘라프시몬스’ 등이 대표적”이라며 미니멀 트렌드를 소개했다. 


무신사 MD는 “올 가을 아우터, 스웨트셔츠, 슬랙스 등을 중심으로 미니멀 감성의 아이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미니멀은 가을의 정취에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 최근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스타일을 지향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차분하면서도 언제 어디서든 입을 수 있는 스타일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라이풀’ 겨울 시즌 코트 라인


◇ 미니멀, 베이직과는 다른 감성으로 차별화


패션시장에 떠오른 미니멀 트렌드는 기존 베이직한 아이템들과는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클래식한 블레이저 재킷 및 트렌치 코트에서 조금씩 변화를 준 디자인의 아이템이 대표적이다. 여름 시즌 트렌드였던 네온 컬러에서 이번 가을 겨울 시즌 트렌드 컬러로 떠오른 얼씨 컬러(Earthy Color)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부 브랜드들은 흐름을 타고 매출 상승세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 ‘라이풀’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포트레이트’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아 고급스러운 실루엣과 실용적 디자인, 무게감이 느껴지는 컬러를 활용한 컬렉션을 발매하며 미니멀 감성을 강화했다. 그 결과 다소 주춤했던 매출이 증가했으며 이번 시즌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스트쿤스트’도 이번 가을겨울 시즌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본격적으로 미니멀 무드를 강화했다. 그 직후 바로 매출이 상승하는 효과를 봤다. 특히 일본 편집숍 ‘프릭스스토어’에서 먼저 입점 제안을 하는 등 미니멀 캐주얼 패션이 널리 퍼진 일본에서도 시장성을 인정 받았다. 


윤환희 ‘이스트쿤스트’ 팀장은 “‘이스트쿤스트’ 역시 미니멀 무드를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브랜드를 리뉴얼한 결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외 플랫폼들에게 입점 제안을 받고 있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로우핏’의 경우 올 가을겨울 시즌 출시한 어두운 컬러를 활용해 발매한 트렌치 코트와 데님 팬츠의 초도 물량이 모두 판매될 정도로 호조다. ‘쿠어’ 역시 소재에 힘을 준 베이직한 아이템들이 출시 두 달만에 80%의 판매율을 보여주고 있다.


미니멀 장인으로 불리는 ‘쿠어’ 2019 FW 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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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standing Minimal Br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