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브랜드에 특별한 ‘사인’을 하십시오!
2019-10-15황연희 기자 yuni@fi.co.kr
글로벌 홀세일 비즈, 시그니처 아이템이 승부수


자물쇠와 열쇠가 달린 ‘버킨백’ 디자인을 보면 ‘에르메스’가, ‘No.5’라는 숫자를 보면 ‘샤넬’ 향수가, 베이지&블랙 컬러의 체크 패턴을 보면 ‘버버리’가 떠오르듯 브랜드의 시그니처는 브랜드를 식별하고 프리미엄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경쟁력 중 하나다.


해외 유명 패션 트레이드페어에서는 수 백, 수 천개의 브랜드가 바이어의 Pick-Up을 위해 작은 부스에 일렬종대로 나열되어 있는데 어떻게 눈에 띌 수 있을까? 페어에서 모든 부스를 둘러보기에도 바쁜 바이어들을 붙잡고 우리 브랜드의 히스토리, 아이덴티티를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글로벌 마켓에 진출한 브랜드 중 직진출이나 파트너사를 통해 진출한 제도권 브랜드를 제외하고 홀세일 비즈니스를 하는 브랜드는 디자이너 브랜드 그리고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이다. 번듯한 단독 매장 하나 없는 이들은 대부분 유명 편집숍의 한 행거를 차지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브랜드의 인지도까지 낮은 브랜드의 경우 고객 유인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지난 10년 동안 해외 글로벌 마켓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박윤희 ‘그리디어스’ 디자이너는 “나만의 확실한 시그니처 아이템을 만드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 디자이너 홍수 시대, 당신의 시그니처는?


이제는 더 이상 브랜드의 태생이 어디인지, 복종은 무엇인지가 중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브랜드를 어필할 수 있는 시그니처 아이템의 유무가 글로벌 홀세일 비즈니스에서도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리디어스’는 최근 뉴욕, 파리패션위크 등에 참여하며 글로벌 바이어와의 상담을 진행했고 현재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해 글로벌 바이어를 상대하고 있다. 여러 브랜드 중에서도 ‘그리디어스’의 화려한 그래픽 프린트는 이 브랜드를 식별할 수 있는 시그니처다.


2009년에 시작한 ‘그리디어스’는 론칭 초기부터 독자적인 화려한 프린트를 개발해 해외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개성 강한 실루엣도 차별화 포인트지만 카피할 수 없는 그의 그래픽 프린트는 기하학적이면서 미래지향적으로 시장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기를 얻고 있다. 때문에 글로벌 패션 트레이드에서 그의 부스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며 국내 서울패션위크에서도 해외 바이어들의 러브콜이 많은 브랜드 중 하나다.


박윤희 디자이너는 “프린트 디자인이야말로 ‘그리디어스’가 옷으로 표현하는 대표적인 언어 중 하나다. 디자이너 브랜드는 대물량을 소화하는 대신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어필해야 하기 때문에 ‘샤넬’하면 ‘트위드 소재’가 떠오르듯 ‘프린트=그리디어스’공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그리디어스’는 현재 중국을 비롯해 미국, 쿠웨이트,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등 유럽 및 아시아 마켓을 중심으로 진출해 있으며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또 ‘바비’ ‘UMF’ ‘지방시 코스메틱’ 등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고 2020년 춘하시즌에는 골프웨어 ‘왁’과의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그리디어스’를 알릴 예정이다. 


‘그리디어스’의 시그니처는 독특한 프린트 디자인을 개발해 이를 10년째 제품에 활용하고 있다


박민선, 변혜정 디자이너가 전개하고 있는 ‘랭앤루’는 시그니처 아이템이 명확한 디자이너 브랜드다. 사업 초기에는 여러 아이템을 도전하며 가능성있는 시장을 노크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고 2011년 저지 랩원피스를 메인으로 한 여성 캐주얼 ‘랭앤루’를 론칭하며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 ‘랭앤루’는 단일 아이템에 화려한 패턴물을 적용하고 패턴의 가짓수를 늘려 랩원피스를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만들었다. 원피스 단일 품종임에도 불구하고 폭넓은 컬러 레인지와 서양화를 전공한 박민선 대표의 감각이 더해져 유일무이한 브랜드가 탄생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랭앤루’ 시그니처 아이템은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통했다. 이들은 2012년부터 홍콩패션위크에 참여해 글로벌 판로를 개척하는데 주력했으며 그 결과 중국, 홍콩, 일본 등 수많은 바이어와 거래를 성사시켰다.


‘랭앤루’는 초기에는 춘하시즌 수요가 월등히 높기 때문에 2~9월까지만 영업을 하는 이색 전략을 펼쳤으나 브랜드 볼륨이 커지면서 지금은 봄~가을 시즌에는 랩원피스, 겨울에는 페이크퍼를 개발해 2개의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운용하고 있다. 최근에 볼륨을 확대한 페이크퍼 아이템은 코트, 원피스 등으로 출시되고 ‘랭앤루’의 화려한 컬러감을 그대로 믹스한 것이 특징이다.


변혜정 디자이너는 “브랜드 볼륨이 커지고 오프라인 매장이 생기면서 원피스 외에도 블라우스, 스커트, 트렌치코트 등의 아이템이 추가됐지만 ‘랭앤루’의 9년 동안의 시그니처 아이템은 랩원피스다. 오랜 기간 동안 스테디셀러 아이템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매시즌 다른 컬러와 패턴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한 까닭이다”고 말했다.


‘랭앤루’는 화려한 컬러와 패턴을 활용한 랩원피스가 시그니처 아이템


◇ 스트리트는 시그니처 스웩!


최근 개최된 상하이 CHIC의 영블러드에서 해외 바이어의 이목을 집중시킨 부스 중 하나인 ‘아크메드라비’. 중국, 홍콩 등의 유통 바이어는 물론 심지어 일반 소비자들도 ‘아크메드라비’의 베이비 페이스 후디, 맨투맨을 구입하려 열을 올렸다. 한국에서 이제 막 시작한 신생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아크메드라비’는 명확한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승부수를 던져 단기간에 시장에 안착한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전세계적으로 스트리트 캐주얼 열풍이 불면서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도 해외 리테일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중국의 ‘I.T' 편집숍은 이전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신해 스트리트 캐주얼이 전면에 나선지 오래며 이탈리아의 ‘10꼬르소꼬모’에도 스트리트 캐주얼이 1층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도 특별히 해외 바이어를 물색하기 위한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그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K-POP의 글로벌 파워가 더해지면서 아이돌 그룹의 데일리웨어로 노출 효과를 얻은 한국 스트리트 캐주얼을 향한 글로벌 유통 바이어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피커스(GRAFIKUS)’는 독일어 Grafik에 영어 Us의 합성어로 이뤄진 브랜드명으로 우리 모두 즐길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론칭 초부터 글로벌 마켓을 타겟으로 시작했기에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공통의 포인트를 캐릭터 그래픽으로 선택했다.


2014년 워너브라더스의 ‘톰과제리’ 캐릭터를 시작으로 ‘루니툰즈 아트워크 컬렉션’과 ‘커밋’ ‘토이스토리’ 콜래보레이션까지 폭넓은 고객층이 선호하는 캐릭터와 협업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캐릭터 티셔츠, 후디를 ‘그래피커스’의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만들었다.


허웅수 대표는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은 최근 로고와 심볼 플레이에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다. 브랜드명을 가린다면 브랜드 식별이 어려운 브랜드도 많아 볼륨 캐주얼 브랜드와 다를 바가 없다”며 “‘그래피커스’는 컨템포러리 팝 컬처에 기반해 키치하면서도 위트있는 캐리터 디자인을 활용해 시그니처 아이템을 만들었고 이 부분이 해외 바이어들이 선호하는 부문이다”고 말했다.


‘그래피커스’는 지난 2016년 파리 편집숍 ‘꼴레뜨’에 입점한데 이어 중국, 홍콩의 ‘I.T', 일본, 대만, 스페인 등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쇼룸 비즈니스를 확대할 계획으로 역량있는 디스트리뷰터를 찾고 있다.


스트리트 캐주얼 ‘그래피커스’는 디즈니 구피, 플루토 캐릭터를 활용한 티셔츠로 해외 바이어를 사로잡았다


캐주얼 ‘드링크비어세이브워터(Drink Beer Save Water; DBSW)’는 이미 다양한 해외 바이어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핀란드, 네덜란드, 그리스 등 유럽 마켓은 물론 중국, 싱가포르, 일본, 대만, 홍콩, 방콕 등 아시아 마켓을 포함해 총 80여 거래선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부터 피티워모에 참가했던 ‘DBSW’는 브랜드앤버터, 화이트쇼, 룸스링크, 리버티, 캡슐쇼 등 글로벌 패션 트레이드페어에 참가하며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축소되는 유럽 시장을 대신해 여름 시즌이 특화된 태국, 베트남,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각국의 거래선을 개척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시그니처 아이템 ‘티셔츠’다. ‘DBSW’는 옷을 자신의 룩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닌 타인과의 소통을 이끌 수 있는 매개체라 생각하고 티셔츠를 통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시그니처 아이템인 티셔츠는 유니크한 디테일을 더해 스토리로 풀어낸 티셔츠부터 시작해 종이접기, 페이퍼 토이를 테마로 한 페이퍼 크래프트, 비어 볼링 클럽까지 매시즌 색다른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박진 ‘DBSW’ 대표는 “우리는 싸고 좋은 옷 말고, 적당한 가격에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해외 바이어와 오랫동안 상대를 하다 보니 나라는 달라도 그들의 니즈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남과 다른 명확한 특징과 이를 대변할 수 있는 시그니처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외에도 ‘슈프림’이 강렬한 레드 컬러에 SUPREME 로고를 브랜드 시그니처로 만들었다면 ‘아더에러’는 블루 컬러로 강렬한 인상을 만들고 있다. ‘아더에러’는 로열블루 컬러와 ADER 시그니처 로고를 포인트로 유니크한 스타일링을 제안한다.


맨투맨, 니트가 대표 시그니처 아이템이지만 오히려 독특한 컬러 감성의 스타일링이 ‘아더에러’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다. 대신 블루컬러와 로고로 강렬한 임택트를 더하고 있다. ‘아더에러’의 확고한 시그니처와 감성은 글로벌 소비자에게도 통했고 파리의 라파예트, 톰그레이하운드, 밀라노 안토니올리, 슬램잼 밀라노, 베를린, 룩셈부르크, 오슬로, 상하이, 홍콩, 뉴욕, 시드니, 런던 등 글로벌 도시 진출에 성공했다.


‘젠틀몬스터’의 시그니처는 제품은 물론 매장 인테리어도 차별화 포인트




‘DBSW’는 티셔츠를 타인과의 소통을 이끌 수 있는 매개체라 생각하고 이를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