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 CEO의 不動地 사람이 답이다
2019-01-25이은수 기자 les@fi.co.kr
디지털 마인드셋의 출발은 기업문화 혁신부터

패션의 본질은 상품, 新생태계 우선 조직설계 절실

# 아침부터 오프라인 사업부와 물량확보를 놓고 벌써부터 긴장 중인 온라인 MD. 이 끝도 없는 싸움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고민이 든다. 같은 회사 내 직원 임에도 불구하고 애가 타기만 한 온라인 MD는 '을'이다. (을형)
   
# 온라인 MD 2년차 김대리는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재고관리 시스템부터 확인한다. 오늘은 얼마나 재고를 소진을 할 수 있을까.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데이터형)


# 온라인상에 넘쳐나는 패션 아이템 중 자체 상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오늘도 최저가 맞추기에 눈치작전 펼치고 있는 온라인 파트 부문 박과장. 아니다 차라리 최상단 배너광고를 집행해달라고 할까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저가형)  


# 오프라인 MD인 이대리. 어쩌다 보니 온라인 파트까지 병행하게 됐다. 회사에서 하라는데 해야지 별수 있나. 제대로된 업무 스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업무를 진행하면서 배우고 있다고. 오늘도 야근각인 이대리, 눈 밑은 다크서클로 한창이다. (투잡형)
 
# 소위 말하는 정통 이커머스 업체의 경력으로 패션 기업에 이직한 김과장. 자사몰, 외부몰, 종합몰 소위 말하는 운영단 관리는 전문이다. 하지만 패션의 감성은 이해하기 어렵다. 잘 팔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패션감성은 몰라요형)




계속되는 불황으로 성장 정체에 빠진 패션기업들이 디지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패션시장은 최근 5년 간 연평균 성장률이 1.9% 그쳐 사실상 성장이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쇼핑 비중이 온라인, 모바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면서 기업마다 자사몰을 비롯해 오픈마켓, 종합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새로운 생태계 진입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의 적극적인 의욕과는 다르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오너는 주변에서 연일 들리는 '온라인 대박' 뉴스에 마음은 조급하지만, 가장 가까운 임원부터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싶지만, 어떤 직원을 채용해야 할지부터 고민이다. 온라인 유통업체 출신은 직영몰부터 구축해야 한다며, 수 억원대 투자금부터 제안한다. 사업부를 구성해 집중해 보지만, 안되는 이유가 수십 가지를 보고한다.


국내 대다수의 패션기업은 '디지털화'를 전자상거래(e-commerce)로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 되자 해당 분야의 경력자를 뽑거나 기존 내부 인력을 추려 온라인 팀을 구성해 재고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임시방편적 방식은 온라인 시장이 확대되면서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우선 이커머스 부문의 실적이다. 대부분 온라인 담당자는 사업부 내 파워를 갖고 행사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쉽게 말해 필요한 적정 재고를 운영할 권한을 위임받지 못하기에 실적을 내기가 쉽지 않다. 이커머스는 판촉을 밀어붙이는 동시에 재고가 뒷받침되어야만 만족스런 퍼포먼스를 연출할 수 있는 구조다.


◇ 디지털 혁신, 경영자의 '수용 의지'가 관건


따라서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변화하는 패션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례로 영국 패션 브랜드 '올세인츠'를 사례로 들 수 있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올세인츠'는 한국인 CEO 윌리엄 김((William Kim)을 영입하며 혁신 기업의 아이콘을 만들었다.


'올세인츠'는 2008년부터 글로벌 세일즈 전략을 펼치지만, 경영악화로 2011년 영국의 라이온 캐피털에 1억500만 파운드(약 1547억원)에 매각된다. 이와 함께 새로운 CEO로 '버버리'의 디지털전략을 총괄하던 윌리엄 김을 최고경영자로 영입했다. 이미 그는 버버리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내 업계에서 러브콜을 받던 인물이다. 그가 '올세인츠'를 선택한 이유는 혁신에 대한 수용 의지였다. '버버리'만 해도 거대한 조직체계를 이루고 있어 종종 변화의 파장이 시작과 끝을 달리 했다.


그가 오자마자 시작한 일은 디지털 체질화를 위한 디자인 사고, 온라인 사이트 개설, 디지털화를 통한 업무 효율화 등이다. 이를 통해 적자 상태였던 매출을 끌어 올려 2017년 억 만파운드, 매출을 기록했다. 영국 패션기업 대부분이 역성장하는 와중에 이뤄낸 성과였다.


윌리엄 김은 한 방송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의 과정이며 조직의 문화입니다. 변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기술이 아닌 그 기술을 받아들이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기업문화를 혁신하는 것이 최우선


해외 기업의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국내 패션기업의 아쉬움이 여실히 드러난다. 디지털 마인드셋을 위해 국내 패션기업들이 해야할 과제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디지털 혁신에서 어쩌면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의 문화'이다. 오너나 특정 사업부만 움직여선 한계가 있고, 기업 구성원 전체가 디지털 문화를 느끼고, 거기에 걸맞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조직을 변화하고 업무의 우선 순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에 문화가 있다면 특별한 전략이 없어도 새로운 변화를 수용할 수 있다. 특히 패션은 문화가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디지털 세상에서 생활하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번째는 '실행'이다. 그러나 현실엔 신속하고 과감한 실행이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과거 제조업 시대에는 창업자인 오너가 사업 전반의 흐름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에 과감히 결단하고 지를 수 있었다. 그러나 온라인 시장에서는 오너는 물론 내부 핵심 인사들이 온라인 채널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더욱이 의사결정권이 약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직원을 배치한 탓에 실행이 더딜 수 밖에 없다.


세번째는 조직 체계를 갖추고 해당 업무에 유능한 인재를 배치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관련 업무는 외주를 주거나 내부 관리만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전사적 개편을 해야 하며 비용과 시간에 대한 손실이 막대하며 해결 방법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김소희 트렌드랩 대표는 "디지털 전환 작업을 이끌어갈 수장인 CTO·CIO 영입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CIO(Chief Information Officer)는 기업의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를 담당하는 임원이다. 기업이 추구하려는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각 부서에 적절한 디지털 툴과 인력을 배치해 실적이 나오도록 유도한다. CTO(Chief Technology Officer)는 디지털 인프라보다는 판매를 촉진하는 디지털 기술 등에 초점을 둔다. 소비자와 어떻게 더 잘 소통할 것인지, 어떤 디지털 툴을 사용해 구매 전환율을 높일 것인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패션기업들은 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부족할 뿐더러 제대로 된 디지털 조직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 SCM을 디지털로 전환해 '정확한 스케줄' 확보해야


패션기업의 디지털화에 SCM이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흔히 디지털화는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느냐? 혹은 어떤 유력 플랫폼에 입점하느냐를 우선시 한다. 그러나 패션은 상품기획에서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배송까지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6~10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SCM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그 과정에서 원부자재 수급과 제조 일정, 물류 등 관련 기업들과 협력해야 하기 때문에 공정별 정확한 스케줄 관리가 디지털화의 핵심 과제로 거론된다.


김묘환 컬쳐마케팅그룹 대표는 "디지털은 궁극적으로 백야드에서 SCM을 디지털로 전환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협력업체들과 연계된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ERP)이 필요하다. 흔히 디지털을 첨단 하드웨어 설비를 우선적으로 거론하지만, 기술의 발달은 어떤 재벌도 해결하지 못한다. 체계적인 SCM을 통해 고객에게 정확한 시간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SCM의 중요성은 온라인이 주력인 스타트업 기업들에게도 공통된 과제로 남겨져 있다.


최근 한 간담회에서 B브랜드 대표는 "처음엔 아마존 기반으로 개발을 시작하다 워드프로세스 기반으로 자체 개발로 돌아섰다. 그러나 한계를 느끼고 다시 카페24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디지털 시스템 구축에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했지만, 아직도 미흡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브랜드 대표는 "자체 개발이 필요해 5년간 투자했지만, 개발자들의 콧대 높고 전문 지식이 약해서 아직도 미완성이다. 10여개 플랫폼과 거래하는데 재고 현황 연계가 안돼 기획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스타트업이지만 연간 100억원대 브랜드가 연이어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SCM이 뒷받침된다면 2~3배의 성장은 무난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한섬, 신성, 태진…디지털화에 주력
경영자 의지와 기업문화 혁신이 돋보여


국내 패션기업 중에서도 이커머스 시장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확인해 디지털 혁신에 집중한 곳도 있다. 한섬의 '더한섬닷컴', 태진인터내셔날의 직영몰 '스타일엘큐', 신성통상의 '탑텐몰' 등은 성격은 각기 다르지만, 패션업에 대한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경영자가 디지털 사업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며, 제대로 된 방향성을 설정하고, 과감히 실행에 옮겨 기대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섬(대표 김형종)의 '더한섬닷컴'은 세일 공화국 속에서 노세일 고수하는 독보적인 온라인 쇼핑몰이다. '더한섬닷컴'은 지난해 매출이 800억원을 기록했는데, 2016년 매출이 22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사이 3배 이상 신장한 셈이다. 이 회사는 이 같은 성장 배경으로 상품에 대한 투자와 경영자의 리더십을 꼽았다.


이 회사는 사내 벤처 형태로 사업부를 구성했으며 상품과 콘텐츠 기획, 물류 시스템, CS까지 온라인 서비스를 하기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MD는 상품기획실과 함께 생산 단계부터 관여해 온라인에서 판매할 아이템을 선 바잉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다.


여유정 한섬 온라인사업부 팀장은 "온라인도 결국 본질은 상품이다. 상품이 우수하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찾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구성과 의사결정 과정이 중요하고, 이는 경영자의 과감한 결단과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는 의지가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고 언급했다.


태진인터내셔날(대표 전상우, 김유진)은 패션기업 중에서 비교적 일찍부터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 2006년에 자사몰을 오픈했다. 이 회사는 이미 온라인 회원수가 30만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 비중의 30%(백화점 연계매출 제외)를 차지할 정도로 안정적인 매출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일찌감치 이커머스 사업부를 신설해 자사몰과 외부몰을 관리, 다양한 시도와 리뉴얼을 거듭해 사업을 확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최근에 온라인몰 '스타일엘큐'로 새롭게 오픈해 모바일 최적화 작업으로 상품을 쉽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쇼핑 환경을 개선했다. '루이까또즈' 상품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파트너와 제휴한 상품도 선보여 눈길을 끈다.


김유진 태진인터내셔날 대표는 "온라인의 핵심 고객은 10~20대이고, 그 중에서도 Z세대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을 유입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콘텐츠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루이까또즈'는 브랜드 로열티를 바탕으로 지갑류와 자카드 소재의 가방 등에 집중하고, 40여개 전문 브랜드를 구성해 고객들의 선택폭을 넓힌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의 '탑텐몰'은 후발 주자임에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연일 이슈를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 롱패딩 선 판매를 온라인에서 시도, '뭉치면 다운'을 기획해 소위 말하는 대박을 쳤다. 이 프로모션으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온라인 매출 14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올해 들어서도 주력인 '탑텐'이 하루 평균 1억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정보경 신성통상 온라인지원팀 차장은 "온라인은 특정 아이템별 강점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아이템에 대한 충분한 물량 확보와 이를 적기에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냅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난해는 롱패딩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했고, 올해는 경량패딩과 티셔츠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향후 온라인팀 내에서는 시즌별 팔릴만한 아이템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이를 사전 기획에 반영하고 '탑텐몰'을 통해 선판매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