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과 Z세대, 그리고 소셜미디어 패션
2019-01-25홍석우 패션 에세이스트 yourboyhood@gmail.com
패션&뷰티 영역 인플루언서 영향력 커질 것


스마트폰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전자기기가 된 이래 삶은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다. '손안의 작은 컴퓨터'라는 미사여구조차 진부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모든 일상 공유와 검색, 쇼핑과 취향, 심지어 추억 기록까지 스마트폰을 쓴다.

여전히 일과 업무는 개인용 컴퓨터에 기반을 둔다고 해도, 스마트폰은 많은 것을 바꿨다. 이는 패션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단지 소비 영역만이 아니라, 브랜드를 준비하고 선보이는 과정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 패션 브랜드, 소셜 미디어 활용으로 저변 확대


'99퍼센트이즈'라는 브랜드가 있다. 한국 패션 디자이너 바조우(Bajowoo)가 일본 유학 시절 론칭한 펑크 브랜드다. 지금은 '하입비스트 100'에 선정되는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로 성장했다.


2014년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를 수상하기 전부터 바조우는 하나의 '컬트(소수취향)' 영역에 존재했다. 그는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실제 펑크 문화와 음악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마니아였다. 도쿄에서 런웨이 컬렉션을 선보이고, 세계 유수의 편집매장에 옷이 걸리기 시작한 이래 펑크 특유의 D.I.Y(Do It Yourself) 정신이 듬뿍 담긴 가죽 재킷과 본디지 바지는 과거 '오프라인' 매장 시대의 펑키 이미지를 온라인으로 끌어들였다. '99%이즈'는 소셜 미디어 시대가 본격적으로 오기 전부터 존재했지만, 인스타그램과 같은 이미지 기반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지지를 듬뿍 받게 되었다.


얼마 전 '99%이즈'는 2019년도 봄/여름 시즌 룩북 촬영과 팝업 매장 행보를 인스타그램에 차례대로 공개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캘리포니아 지역을 대표하는 편집매장 중 하나인 '에이치로렌조'는 바조우의 팝업 매장 오픈과 동시에 기습 라이브를 예고했다. 물론 음악 공연이 아닌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말이다.


지드래곤과 씨엘 등 케이팝 대스타들로부터 시작한 바조우와 유명인사들의 인연은 인스타그램을 타고 미국과 유럽, 아시아 전역으로 번졌다. 지금 '99%이즈' 고객 중에는 살아 있는 전설 중 한 명인 퍼렐 윌리엄스부터 미국의 슈퍼스타 힙합 그룹, 미고스(Migos)의 래퍼 오프셋(Offset)과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 등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오프셋은 에이치 로렌조 팝업매장 방문과 인스타그램 라이브 출연부터 룩북 촬영에 이르기까지, 바조우와 절친한 친분을 과시하며 '99%이즈'의 영역 확장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록 음악으로 출발한 펑크 문화의 정신이 시대 변화와 맞물려, 더 자유롭고 파급력이 커진 '소셜 미디어 시대 힙합'과 만난다는 점은 흥미롭다. '99%이즈'의 대표작 '곱창 팬츠(Gobchang Pants)'는 '곱창'이라는 한국어를 고유명사로 사용했다. 펑크를 하나의 문화로 다루면서, 유동적으로 변하는 유행 안에서 뚜렷한 색을 고수한다. 여기에 더 빠르게 세계 곳곳으로 번지는 소셜 미디어의 파급력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99%이즈'의 가시적인 성과는 인상 깊다.



‘99%IS’ 인스타그램 피드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국내외 관계없이 소셜 미디어, 특히 인스타그램의 등장은 패션 브랜드가 나타나고 전개하며 부흥하는 방식 자체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다. 영국 출신 패션 디자이너 새뮤얼 로스(Samuel Ross)가 만든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어콜드월'은 과포화 상태에 도달한 스트리트웨어 시장이 향하는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사회적 계급과 갈등, 주변 일상 풍경의 조화가 현대 영국의 현실이라는 점을 인지한 '어콜드월'은 2015년 데뷔 이래, 소위 '워킹 클래스 히어로' 브랜드를 표방한다. 노동자 계급의 정서를 신중하고 복합적인 디자인으로 담아낸 이 런던 스트리트웨어는 독특한 위치를 선점함과 동시에 세계 온갖 고급 편집매장의 벽 한쪽을 차지했다.


'어콜드월' 컬렉션은 옷 자체에 담아낸 다양한 기술과 은유가 모여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보인다. 거의 모든 기성복 컬렉션에 특유의 간결한 로고 아트워크, 사진과 콜라주를 포함한 그래픽과 시각 이미지, 그리고 손으로 염색하거나 직접 마감한 핸드메이드 디테일이 가득하다. 흔히 보이는 스트리트웨어의 화려한 색채 팔레트는 이 브랜드에 없다. 대신 앞서 언급한 시각 언어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첨단 소재들이 함께 있다.


'어콜드월' 역시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를 중시한다. 하지만 유행을 쫓는 청년문화 이미지에 함몰되지 않고, 옷을 만든 이유와 디자인 모티브를 차분하게 설명한다. 스니커즈 문화와 로고에 열광하는 동시대 청년들은 '나이키'부터 '오클리'까지 '어콜드월'과 협업한 캡슐 컬렉션에 '좋아요'를 보낸다. 뿐만 아니라 리치더키드부터 딘까지, 미국과 한국의 힙합 알앤비 씬의 스타들이 그들의 충실한 고객이자 친구이며, 서포터를 자처한다.

◇ 디자이너 스스로 매체 역할, 지지층 형성 가능한 '크루'로


약 4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헤론 프레스톤은 미국의 유명한 패션 학교 '파슨스 뉴 스쿨 오브 디자인'을 다녔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무수한 선배들처럼 패션 브랜드 인턴십으로 경력을 시작하지 않았다. 대신 '루이비통'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이자 '오프화이트'를 이끄는 버질 아블로가 속한 예술가 및 디제이, 패션 디자이너들의 크루 '빈 트릴'의 일원이 되었다. 여기서 그는 세계적인 래퍼 퓨처의 투어 컬렉션 상품을 디자인하고, 뉴욕 위생국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헤론 프레스톤이 뉴욕에서 런웨이 컬렉션을 처음 선보였을 때, 그의 옷에 가장 열광한 이들은 종이에 기반을 둔 패션 잡지들이 아니라 그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밀레니얼과 Z세대 소비자들, 그리고 온라인에 기반을 둔 매체 '하입비스트'였다. 헤론 프레스톤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는 2017년과 2018년을 그야말로 '휩쓴' 하이엔드 스트리트웨어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도버 스트리트 마켓'과 '분더숍'처럼 구매력과 명성을 동시에 지닌 오프라인 편집매장부터 '미스터포터'와 '매치스패션' 같은 글로벌 온라인 편집매장까지, 헤론 프레스톤 컬렉션을 '판매하지 않는' 유명 매장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이며, 매출 또한 수백억 원에 이른다. 헤론 프레스톤은 명실상부한 '인스타그램 고급 기성복'의 상징이 되었다.


하나 더 흥미로운 부분은 새뮤얼 로스와 헤론 프레스톤, 바조우 같은 소셜 미디어 시대 패션 디자이너들이 더는 자신을 '디자이너' 영역 안에 두길 꺼린다는 점이다. 소셜 미디어는 과거 패션 브랜드들이 거쳐야만 했던 대부분의 요소에서 자유를 주었다. 가령, 디자이너가 옷을 만들면 언제나 '구매자'가 필요했고, 패션 잡지 같은 전통적인 의미의 미디어들의 영향력 또한 상당했다.


하지만 지금 젊은이들을 보라. 누가 종이 잡지를 읽는가? 요즘 젊은이들은 무언가를 검색하기 위하여 구글이나 네이버를 여는 대신, 인스타그램 계정과 위치 정보를 확인하고, 유튜브 동영상 리뷰를 본다. 디자이너들은 그들 스스로 하나의 매체 역할을 하며 여론과 지지층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영향력 있는 매체의 도움보다, 그들 자신과 비슷한 창작을 펼치는 동료들, 즉 하나의 '크루'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취향을 바탕으로 뭉치는 데 더 쉬운 연결점을 제공한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디자이너들은 이제 단지 '패션'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은 디제이가 되어서 클럽에서 음악을 튼다. 화가로서 하나의 예술 오브제를 만들어내고, 새하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예술가이며, 생각하는 모든 분야의 창작자로서, 하나의 아이콘이자 인플루언서로 자리매김했다.


700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패션 및 스트리트웨어 뉴스 웹 매거진 ‘하입비스트


◇ 브랜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라이프스타일' 담아야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게 '패션 브랜드'란 자신들이 지지하고 동경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하고, 그 자체에 일종의 '신뢰'를 부여하는 장치에 가깝다. '99%이즈'의 디자인과 스타일만이 아니라, 바조우라는 창작자가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환경이 곧 '브랜드'가 된다. 소셜 미디어 속 창작자들이 행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소셜 미디어를 통하여 그 '삶'을 바라보는 '관객'이자 '고객'이 지갑을 여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사실 젊은이들의 소비 행태 변화에 작용하는 패션 브랜드와 소셜 미디어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패션 디자이너들 말고도 할 얘기가 많다. 한국에서 유독 인기를 끌었던 '블로그 마켓'은 블로그 전성기에도 존재했지만,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카페와 맛집과 여행 사진들, 명품 지갑과 가방 등은 20대 여성들의 소비 행태를 바꾼 거대한 문화가 되었다. '비즈니스 오브 패션'은 패션과 뷰티 영역에서 2019년 '인플루언서'가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발적으로 흩어진 취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브랜드 앱' 또한 지난 수년간의 성장세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된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 마무리하려는 찰나, 세계적인 모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한국 젊은 힙합 음악가와 함께 캡슐 컬렉션을 발매하는 행사에 초대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스트리트웨어, 힙합, 소셜 미디어와 고급 기성복의 결합 같은 것들이 언제쯤 생명력을 다할 것인가?'는 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항상 화두에 떠오르는 주제다. 누군가에게 그러한 파급력이 지겨울지 몰라도, '대중'을 대상으로 퍼지기에는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많이 남았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같은 소셜 미디어의 열성적인 지지자들에게 소비로 이어지는 패션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소셜 미디어 속에 남긴 말 한 마디와 사진 한 장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적어도 금세 사라질 흐름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초기 이 플랫폼의 입안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사람들의 '삶'이자, 판매와 마케팅의 도구로서 어떠한 비교 대상보다 정확하게 기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