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종미 ‘플리츠마마’ 대표
2018-12-15이은수 기자 les@fi.co.kr
폐페트병의 화려한 변신, ‘플리츠마마’ 니트 플리츠 백


멋지고 실용적이며 지속가능한 패션 아이템이있을까. 여기 500ml 생수병 16개에서 추출한 원사를 가지고 니트 플리츠 백을 선보인 '플리츠마마'가 있다. 친환경 제품이라 예쁘지 않고 촌스럽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심플하지만 세련된 디자인, 시크한 컬러감, 무심한 듯 어떤 룩에도 잘 어울린다. 이미 론칭 전부터 '빈폴'과 협업해 익스클루시브 라인을 선보였을 정도로 화제가 됐던 '플리츠마마', 왕종미 대표를 만나봤다.




"친환경 제품이라서 촌스럽다고 생각하시나요? 재활용 재료로 만든 아이템이라도 얼마든지 시크할 수 있습니다. Look chic, Be Eco! 생태주의적 관점에서의 패션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을 다룬 더 뉴요커 기사의 한 대목이 '플리츠마마'(Pleatsmama)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왕 대표가 만든 '플리츠마마'는 페트병(500㎖) 16개로 만든 니트 플리츠백, 일명 주름 가방을 내세우고 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플라스틱 프리(Plastic Free)' 운동이 화두인 가운데,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제품으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왕종미 대표는 10여년 동안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니트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베테랑이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그녀는 버려지는 원사들이 늘 안타까웠다고.

"제가 친환경론자는 아니었지만 디자이너로서 일할 때 쉽게 버려지는 원사들이 늘 안타까웠어요.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OEM 업체의 경우 한해버려지는 원사가 7~8억 정도 되거든요. 그 중에는 수입 원사도 많기 때문에 늘 안타까웠죠."

◇ 효성티앤씨, 친환경 스타트업에 호의적

가방에 관한 관심은 육아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아이 엄마가 들만한 편안한 가방을 제작하기로 결심, 본격적인 창업에 나섰다.

"폐 원단을 보면서 재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이리저리 궁리했죠. 꾸준히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을 가졌죠. 하지만 쉽지 많은 않더라고요. 문제는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재료가 필요했어요."

"현재 서스테이너블한 재료를 찾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다들 공감하실 거예요.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죠.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효성티앤시가 폐페트병에서 추출한 폴리에스테르 원사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무작정 연락을 취했죠. 친환경 스타트업 기업들의 지원을 위한 호의적인 반응에 놀랐습니다."

효성티앤씨는 2008년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폴리에스터 원사(리젠)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석유를 원료로 한 기존 폴리에스터 섬유와 달리 리젠은 페트병을 작게 조각 낸 칩에서 실을 추출한다. 원사를 찾은 왕 대표는 본인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니트 플리츠 백을 만들었다.

니트 플리츠 백은 니트 공법으로 제작, 일괄적으로 직조된 원단을 재단하여 봉제하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성형하여 원하는 모양으로 편직을 하기 때문에 재단으로 인하여 자투리 원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또한 스웨터를 만들 듯 한 코 한 코 링킹 작업(니트 제품의 구성 가운데 같은 것끼리 루프를 연결해 꿰매는 것)으로 정성스럽게 연결하고 손바느질로 완성한 것이 특징이다.

"저 역시 재활용 원사를 처음 써봤기 때문에 걱정이 됐죠. 일반 원사에 비해 임·가공비가 비싼 것도 우려가 됐죠. 하지만 기대 이상의 강도, 발색으로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샘플이 나오자마자 주변 지인 분들에게 자문도 구해봤죠. 다행히 반응은 좋았습니다."

지난 7월 공식 제품을 내놓은 후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신세계 강남점을 비롯 현대 무역, 판교점, 온오프라인 편집숍에 입점해 팔리고 있다.

또한 ak, 섬유센터, 렉서스, 엘세븐호텔, 뷰티 브랜드 등 B2B 비즈니스도 함께 진행한다. 최근에는 카피 제품까지 나올 정도라고.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자사몰을 통한 구매를 보면서 처음엔 신기했습니다. 이후 협업 문의와 입점 제안이 늘어나면서 뿌듯해 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친환경이라는 브랜딩을 확고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왕 대표는 "친환경 소재를 찾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우연히 발견한 리젠 원사처럼 또 한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더 새로운 소재를 사용해 롱런 할 수 있는 서스테이너블 브랜드로 나아갈 계획입니다."



폐페트병 16개로 만든 ‘플리츠마마’의 니트 플리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