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와 패션 브랜드: 문명의 충돌
2018-12-15홍석우 패션 에세이스트 yourboyhood@gmail.com

지난 11월 이탈리아 유명 패션 하우스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 가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 예정이던 '더 그레이트 쇼(The Great Show)'를 취소했다.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는 고급 패션 브랜드의 대형 행사를 공개 직전 중지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돌체앤가바나'의 중국 '인종 차별' 논란이 발단이었다.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브랜드의 홍보 전략 자체였지만, 감당하지 못할 만큼 후폭풍이 거세진 데는 '소셜 미디어'로 인한 패션계의 지형 변화가 단단히 한 몫 했다고 볼 수있다.

국적 불문 수많은 패션 브랜드가 '중국'을 향한 구애에 온 힘을 쏟는다. 80년대 백인 모델 시대 이후 흑인 모델 시대가 도래했고, 다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모델이 점점 런웨이와 패션 광고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이 이면에는 오랜 기간 정체한 미국과 유럽 시장을 넘어서 중국과 아시아의 신흥 시장을 향한 전략 접근이 깔려 있다.

하지만 여기서 종종 문화적 감수성이 충돌한다. 한 번 웃고 넘겼을 종류의 콘텐츠가 이제는 소셜 미디어를 타고 세계적인 논쟁거리가 된다. 특히 이번 사례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전략과 비즈니스에 심각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대표 사례가 되었고, 그 여파 또한 여전히 진행형이다.


논란이 된 '돌체앤가바나'의 'DG는 중국을 좋아해' 캠페인

논란을 일으킨 소셜 미디어 광고는 '돌체엔가바나'가 인스타그램과 중국 소셜 미디어 웨이보 채널에 공개한 '젓가락으로 식사하기' 시리즈였다. 2017년 시작한 '돌체앤가바나는 중국을 사랑해' 캠페인의 연속으로, 새빨간 드레스를 입은 중국 여성 모델이 고풍스러운 중국 식당에서 '젓가락'으로 파스타와 피자, 디저트를 먹는 모습을 담았다.

동양 식문화의 상징으로 낑낑대며 이탈리아 전통 음식을 먹다가 실패하는 모습을 밝은 모습으로 그렸지만 중국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중국인을 음식 먹는 방법도 모르는 미개한 인종처럼 묘사했다는 주장이다. 위챗과 웨이보 등 중국 소셜 미디어와 인스타그램에 수많은 논쟁 댓글이 달릴 때까지만 해도, '돌체앤가바나' 측은 이 사태를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내다본 듯하다.

이 사태에 그야말로 기름을 들이부은 것은 패션 관련 정보를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 '다이어트 프라다(instagram@diet_prada)'였다. '다이어트 프라다'는 98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다이어트 프라다'가 광고에 항의하는 인스타그램 사용자와 도미니코 돌체가 나눈 다이렉트 메시지가 공개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없이 번졌다.

유출된 다이렉트 메시지에서 도미니코 돌체는 중국을 향해 '똥 같은 나라, 중국 이민자들은 더럽고 냄새 나는 마피아'라고 용납하기 어려운 발언을 쏟아냈다. 패션 이벤트에 참여하기로 한 중국 유명인사와 연예인들은 줄줄이 컬렉션 참석을 거부하고 이를 비판했다. '돌체앤가바나'는 사과 영상을 올리기에 이르렀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패션 관련 정보를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 '다이어트 프라다(instagram@diet_prada)' 페이지

서양이 동양을 바라보는 환상과 비하의 절묘한 조화는 이미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단어를 통하여 수 세기 동안 이어졌다. 고급 기성복 브랜드가 중국인 모델과 함께 중국 문화권을 배경으로 캠페인 광고를 촬영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돌체앤가바나' 역시 컬렉션을 입은 젊고 매력적인 모델들이 베이징 후통 거리와 만리장성, 천안문을 배경으로 중국 택시 기사, 셀카를 찍는 관광객처럼 일반인들과 함께 등장하는 광고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그 광고를 '비하에 가깝다'라고 냉담하게 반응했다. 동시대 중국의 위상을 반영하는 멋진 건축물과 공간이 존재하는데, 외국 패션 브랜드의 화려함을 강조하고자 일부러 강렬한 대비를 살린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결국 '돌체앤가바나'는 중국 내 매체와 소셜 미디어에서 이 광고 시리즈를 내렸다. 허나 이시점부터 '광고가 실제로 논쟁적인가?' 하는점은 이미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바로 적게는 수십만 명에서 많게는 수천만 명의 열성 지지층을 거느린 중국의 인플루언서와 왕홍들이 젓가락 캠페인을 열성적으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밀레니얼 인플루언서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패션 정보에 민감하고, 재빠르게 반응한다. 특히 중국인들은 나이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체면이 구겨지거나 무시당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젓가락 광고'는 이러한 심기를 건드린 셈이다.

상하이에 기반을 둔 작가겸 감독 '시앙 카이(Xiang Kai)'는 2300만원 가량의 '돌체앤가바나' 옷을 태우고 신발과 시계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는 옷을 태운 목적이 '중국인과 중국 국가를 깨우는 것'이라며, '돌체앤가바나'를 구매한 돈을 '국가의 존엄성을 위해 낭비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밀레니얼' 세대들 사이에서 '돌체앤가바나' 매장에 항의 포스터를 붙이고, 옷을 비롯한 제품을 불태우는 영상 릴레이는 하나의 유행이 되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격해지자 이에 반응한 것은 온·오프라인 리테일러들이었다. 온라인 멀티 스토어 '육스 네타포르테(Yoox Net-A-Porter)'와 럭셔리 브랜드 편집숍 '미스터 포터(Mr. Porter)', 홍콩에 본사를 둔 백화점 체인 기업 '레인 크로포드(L a n e Crawford)', 그리고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양대 산맥 알리바바의 '티몰'과 '징동닷컴'이 발빠르게 '돌체앤가바나' 상품 판매 중지를 결정했다.

패션 광고와 마케팅이 특정한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준 사례는 지금껏 수없이 존재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를 타고 '세계적인 불매 운동'까지 번진 사례는 많지 않다. 그만큼 이번 사건은 특정한 문화권에 진입하는 패션 브랜드가 그 문화에 속한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소통해야 하는지 극단적인 방법으로 일깨워준 사례로 볼 수 있다.

물론 이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 아니면 '돌체앤가바나'를 비롯한 유럽 패션 브랜드의 중국 비즈니스 자체에 커다란 장애물이 될지 말이다. 하지만 하나만큼은 뚜렷하게 각인했다. 중국은 여전히 가장 거대하고 매력적인 소비시장이지만, 14억 인구가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를 뒤흔들 부정적인 화제의 중심에 설 때, 공들여 올린 탑이 무너지는 것 또한 순식간이라는 점이다.

이번 사태는 차별적 언행과 오만한 시각의 나쁜 선례를 넘어섰다. 패션 권력의 중심이 기성 매체와 패션 하우스에서 소셜 미디어와 익명의 다수로 전환되는 순간을 우리는 실시간으로 목격한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