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넘어선 라이프스타일

2018-11-15 홍석우 패션 에세이스트  yourboyhood@gmail.com

홍석우 패션 에세이스트


2018년 10월 마지막 주말, '테렌스 (Terrence Kim)'와 '케빈 킴(Kevin Kim)' 형제가 만드는 패션 브랜드 '이세(IISE)'와 글로벌 스포츠웨어 브랜드 '언더아머'의 프로젝트를 보기 위해 을지로 한 골목에 는 많은 인파 모여들었다.

'다음 세대'와 '교포 2세'라는 중의적 의미를 지닌 '이세'는 튼튼한 가죽 가방부터 2015년 처음 시작한 기성복 컬렉션까지 차근차근 범주를 넓혔다. 이 브랜드는 정작 모르고 지나친 한국 전통문화와 소재, 제작 기법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스트리트와 고급 기성복의 경계에 선 '이세'가 스포츠웨어 브랜드 '언더아머'의 서울 파트너로 선정된 후 벌인 첫 프레젠테이션도 마찬가지다. 기능성 아노락 재킷부터 운동용 티셔츠와 스포츠 양말까지, '이세'는 '언더아머'의 스포츠웨어에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 기술자들의 천연 염색을 덧입혔다.

'이세'와 '언더아머'는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가 행사를 여는 강남 지역을 애초에 염두에 두지 않았다. 대신 오래된 철물점 골목과 거대한 마천루들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을지로의 38년 된 주점을 택했다. 요즘 을지로는 과거 압구정동과 연남동과 성수동이 그랬던 것처럼 문화적으로 자생하는 젊은이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세'와 함께 행사를 준비한 지역 문화 잡지 '비슬라'가 초대한 지역 디제이, 예술가, 맥주와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신선한 변화가 그곳에 있었다. '서울'에 기반을 둔 패션 브랜드가 전통 기법을 글로벌 스포츠웨어 위에 염색하고, 지역 창작자들이 만든 문화를 자연스럽게 연계하며, 참여 한 모두가 삼삼오오 대화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지금 서울의 청년문화이자 라이프 스타일이었다.

스포츠웨어는 어디에나 있다. 심지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일상복에도 가깝게 들어왔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오프화이트', '032c', '어콜드월'과 '디스이즈네버댓' 같은 스트리트 브랜드가 만드 는 후드 파카와 스웨트셔츠, 윈드브레이커와 아노락 점퍼는 전통적인 스포츠 활동과 아웃도어에서 출발했다.


'IISE' X 'Under Armour'


◇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화

밀레니얼 사이의 스포츠웨어 유행 또한 먼 곳에 있지 않다. 복고풍 로고를 전면에 내세운 이래 '휠라'는 한국의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젊은이들의 '머스트 해브'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에서 '휠라'가 보여주는 행보는 전대미문이다. 패션 브랜드가 전략적으로 포장한 라이프 스타일 이미지가 아니라, 진짜 지금 한국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문화를 누구보다 발 빠르게 혼합한다.

온라인 게임 '배틀 그라운드'와의 협업과 트위치 게임 스트리머 '우왁굳'과 협업 한 캡슐 컬렉션 등은 스포츠 브랜드였던 '휠라'가 얼마나 동시대 문화와 발빠르게 호흡하는지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다.

스트리트에 기반을 둔 패션의 역동성은 끊임없이 동시대 혁신의 최전선에 서고자 노력하는 스포츠웨어의 핵심 역량과 맞닿아 있다. 2000년대 초반, '푸마'와 '아디다스'가 '질 샌더'와 '요지 야마모토' 같은 고급 기성복 브랜드와 협업하며 기능 성과 실용성 영역에서 존재하던 스포츠 브랜드를 하이 패션까지 확장했다면, 그 범위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밀레니얼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모바일 시대의 스트리트 웨어와 스니커즈까지 말이다.

2018년도 가을/겨울 시즌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중단하기로 한 러시아의 스타 디자이너, '고샤 루브 친스키'는 수년째 '아디다스'와 협업한 컬렉션으로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 모았다. 밀리터리와 스포츠웨어, 워크웨어 요소들, 특히 냉전 시대부터 이어진 러시아 군복 디테일이 '아디다스'와 협업한 스포츠 웨어와 독특한 균형을 이뤘다. '아디다스' 와 협업한 고샤 루브친스키 컬렉션은 이미 전 세계 온라인과 오프라인 편집매장에서 매진되었다.

전문 러너와 사이클 선수 브랜드 이미지가 강한 '오클리'는 어콜드월의 '새뮤얼 로스'와 함께 '오클리 바이 새뮤얼 로스' 컬렉션을 2018년도 가을/겨울 시즌 처음 선보였다. '새뮤얼 로스'는 '오클리'뿐만 아 니라 글로벌 스포츠웨어의 정상 자리를 수십 년째 지키고 있는 '나이키'와도 협업하며 스트리트웨어의 미래임을 증명하고 있다. 올 11월 발매하는 '어콜드월 X나이키 디자인' 협업 스니커즈는 이미 인스타 그램과 스니커즈 전문 모바일 잡지들을 도배했다.

부유한 스키 여행자들의 구스다운 점퍼에서 고급 기성복 브랜드로 완벽하게 자리 잡은 '몽클레르'는 '몽클레르 지니어스'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알린 후 이제 막 두 번째 시즌을 차례로 공개하고 있다.

고급 기성복 패션 디자이너부터 스트리트 웨어까지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브랜드가 연달아 컬렉션을 발매하는 시스템 이다. 추운 계절에 유독 강세를 보인 한계를 타파하고 1년 내내 젊고 다양한 고객 과 만나기 위하여,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이자 새하얀 캔버스를 마련한 셈이다. 계절에 한두 차례가 아니라 매달 새로운 제품과 컬렉션을 내보내는 구조는 쉽게 열광하고 쉽게 질리는 요즘 소비자들의 소 비 사이클과도 맞닿아 있다.


'Moncler Genius' 룩북


◇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저변 확대

스포츠웨어가 라이프스타일과 만나는 사례는 점점 더 다양하게 늘어난다. 이는 곧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점점 세분화 되며, 개인주의적으로 변해간다는 뜻과도 이어진다. 패션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 모두에게 2018년의 스포츠웨어는 전문 선수를 위한 '애슬래틱 웨어'를 넘어서 일상과 운동 모두에서 입을 수 있는 '액티브 웨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과정이다.

성공 사례는 멀리 있지 않다. 모든 스포츠 브랜드가 경쟁과 성취를 말할 때, 요가 전문 브랜드로 출발하여 큰 성공을 거둔 '룰루레몬'은 근래 보기 드문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패션과 레저, 일상복과 운동복의 경계를 허문 아웃도어 '보이시즈'는 2010년대 출발한 스포츠웨어 브랜드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2013년 창업 이후, 2016년 성장률은 무려 800%에 달했다. 일찍이 가능성을 알아본 '아페쎄'의 장 투이투부터 월스트리트의 벤처 투자자들까지 이 작은 액티브웨어 브랜드에 자금을 댔다. 전례 없는 속도로 오프라인 매장을 연달아 내고, 온라인과 소셜 미디어 마케팅으로 새로운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설립자 타일러 하니는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브랜드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실제로 '보이시즈'가 이야기 하는 스포츠 스토리는 거대한 경기장의 인기 선수들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대신 동네 공원에서 매일 달리는 사람들, 직장을 마치고 요가 수업을 들으러 가는 전문직 여성, 주말이면 하이킹을 떠나는 보통 사람들에게 더욱 초점을 맞춘다.

스포츠웨어가 패션과 본격적으로 만난 이래, 고급 기성복부터 스트리트웨어, 그리고 밀레니얼과 보통 사람들의 일상까지 파고들었다. 일상복을 대체할 수 있는 세련된 운동복부터 최첨단 혁신 기술을 담은 스니커즈가 스포츠를 넘어선 스포츠웨어의 영향 아래 있다. 이처럼 '스포츠 라이프스타일'의 저변은 점점 더 넓어질 것이다.


'OAKLEY' by Samuel 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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