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토아’, 3조원대 티커머스 시장 정조준
2018-05-01이채연 기자 leecy@fi.co.kr
SK, 적자영업·수익모델 부재의 유통사업 흑역사 지울까
SK의 유통 플랫폼, 이번에는 웃을 수 있을까.

SK그룹은 작년 말 SK브로드밴드의 ‘B쇼핑’ 사업부문으로 운영하던 티커머스 사업부를 SK텔레콤 계열 별도법인 SK스토아(대표 윤석암)로 독립시키고 시설투자와 조직강화에 나서고 있다. 티커머스는 TV를 통한 사업자, 시청자 간 양방향 전자상거래를 말한다.
SK스토아는 최근 서울 상암동 본사에 촬영, 편집 등 방송 시스템을 갖춘 직영 미디어센터를 오픈하고, 홈쇼핑 MD 경력자를 충원했다. 또 TV 플랫폼의 약점인 이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모바일 거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모바일사업팀장으로 최근까지 GS숍 온라인쇼핑팀장으로 근무했던 하재원 씨를 영입했다. 모바일사업팀에서는 우선 방송 상품을 받아 판매하는 형태로 초기 매출을 잡고, 트래픽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전용상품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SK는 분사 이전 1500억대이던 티커머스 취급고를 2021년까지 2조원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정부가 중소기업 제품을 일정 비율이상 구성하는 조건으로 티커머스 활성화를 장려하는 만큼 콘텐츠 발굴과 가격경쟁력만 갖추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국내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50%를 상회하는 SK텔레콤과 오픈마켓 11번가의 막강한 회원 자원이 자신감의 원천이다.

실제로 SK뿐만 아니라 국내 전체 티커머스 사업자들의 취급고 규모는 확대일로다. 한국T커머스협회 추산 올해 국내 티커머스 시장 규모는 최대 3조원으로, 2016년 이후 매해 1조원씩 늘어나는 추세다. 사업자도 홈쇼핑계열과 비홈쇼핑계열을 포함 4월 현재 17개 채널에 이른다. 무엇보다 이익률이 생방송 중심 TV홈쇼핑의 2배다. 2017년 기준 TV홈쇼핑 7개사 중 상위 3개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0%대를 간신히 붙잡고 있지만 티커머스는 업계 1위인 KTH의 K쇼핑(지난해 취급고 약 2500억원)부터 상위권 평균이 약 20%(업계 추산, 2017년 기준)다.

SK의 단기 전략은 TV홈쇼핑의 생방송 시청자를 흡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 유입과 재방문을 유도하는 첨병인 패션 카테고리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 패션 카테고리는 식품과 이미용 상품에 비해 아직 매출 기여도가 낮고 MD 역시 기존 TV홈쇼핑 벤더들의 지분이 크다. 하지만 적게는 수천장부터 보통 수만장 단위의 물량을 가지고 출발해야 하는 라이브 홈쇼핑에 비해 재고 부담이 적어 패션기업과 직접거래 가능성이 높다.

또 정부가 올해부터 ‘TV홈쇼핑과 티커머스 상품 중복 시 재승인 불가’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채널들은 패키지만 바꾸더라도 신상품을 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콘텐츠 생산자가 유리한 입장이다.

사실 SK가 이제까지 보여준 유통사업의 성과는 투자규모나 의지에 비해 빈약하다. 오픈마켓 11번가가 백화점, 종합몰까지 입점관을 확대하며 1조 가까이 거래액 규모를 키웠지만 업계 1위 G마켓을 따라잡기 위해 무리하게 광고비를 쓰고, 쿠폰 프로모션을 벌인 탓에 적자영업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별도 공시를 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는 지난해 11번가의 영업손실 규모만 900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접 MD를 한 패션 플랫폼 ‘프로젝트앤’도 고배를 마셔 이달 3일 사업을 중단한다. 2016년 9월 SK플래닛(대표 서성원)을 통해 론칭한 ‘프로젝트앤’은 쿠팡과 빠른 배송 전쟁을 벌이는 11번가의 물류와 배송 시스템을 공유할 정도로 회사의 지원을 받았지만 정작 수익 모델을 만드는데 실패했다.

SK스토아가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 편집숍 프로그램으로 만든 ‘더퍼스트’ 방송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