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지금 `패러디 전성시대'

2006-03-17  

원작의 재미 능가하는 유머와 기발함으로 마니아 형성

요즘 인터넷 최대 화두인 패러디 문화의 이면에는 저질성과 엽기성이 깔려 있다. 그래서 품위(?)를 따지는 분들에게는 다소 거북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2004년 제3의 미디어 인터넷 세상은 ‘얼짱’ 신드롬과 ‘패러디’ 신드롬이라는 두 쌍두마차가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4·15일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은 많은 영화 포스터나 드라마, 노래 등을 패러디해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조짐이다. ‘DJ와 함께 춤을’이라는 대선 로고송에서 비롯된 선거용 패러디가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유권자들을 웃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흔히 패러디는 ‘풍자나 희화화(戱畵化)를 위해 작가 또는 작품의 특징적인 스타일을 모방하는 문학 혹은 예술활동’이라고 정의된다.따라서 패러디는 단순한 모방 차원이 아니고, 패러디의 대상이 된 작품과 패러디를 한 작품이 모두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표절과 구분된다.

국내 인터넷에서 본격적인 패러디를 처음 선보인 것은 딴지일보였지만 너무 엽기적인 표현(?)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했다. 이어 개그맨 배칠수가 DJ의 목소리를 패러디한 DJ와 부시의 전화통화가 화제가 되었다. 특히 DJ의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부시를 나무라는 대목에서는 터져나오는 폭소와 함께 카타르시스도 함께 느끼게 해주었다.

딸기 소녀, 즉 ‘딸녀’를 소재로 한 다양한 패러디도 인기를 끌었다. 딸기밭에서 두 손에 딸기를 든 채 야릇한 표정을 짓고 있는 ‘딸녀’가 등장한 패러디 사진이 하루에도 수십 장씩 업데이트돼 인터넷 게시판을 달구었다. ‘딸녀 눈뜨던 날’, ‘딸녀 결혼하는 날’, ‘격투기 링 위의 딸녀’ 등 패러디 시리즈에 등장한 ‘딸녀’는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 네티즌의 호기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농촌활동에 참여한 여대생이다’, ‘일본인이다’ 등 각종 설이 분분한 가운데, 딸녀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네티즌들은 아예 ‘딸녀 팬까페’를 개설할 정도였다.

최근 패러디의 절정은 드라마 <대장금>. ‘월간 궁녀’, ‘궁녀파워’, ‘대궐 라이프’, ‘궁녀센스’ 등과 같이 잡지 표지를 패러디한 작품들은 드라마 내용보다 더 재밌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근에 나온 ‘월간궁녀 2월호’의 내용은 포복절도할 정도. 표지모델로 굳은 표정의 ‘주상전하’ 탤런트 임호가 등장해, 성기능장애설 홍역 치른 주상전하 “나도 남자… 죽도록 괴로웠다”라는 커버스토리는 폭소를 자아낸다. 여기에 “날 좋아하는 궁녀 여럿 있다” 1월호 사옹원 영감 주장에 “그런 궁녀 없다!” 정면 반박 기사, 수년 간 청상생활한 상궁 연생 “처음엔 얼굴도 못 알아봐…”의 ‘눈물의 체험수기’는 단연 압권이다.

다양한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한 ‘치맛깃 휘날리며’ 동감의 패러디 ‘영감’ 스캔들을 패러디한 ‘수랏간’ 선생 김봉두를 패러디한 ‘스승 한상궁’ 상감마마 과외하기, 최상궁 특사 등 네티즌들의 아이디어와 재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이러한 인터넷 패러디 문화의 즐거움에도 그늘이 있다. 즉, 사진합성을 통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희생양은 역시나 연예인들. 최근 강타와 이수영이 야릇한 포즈로 포옹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 화제가 되었지만 본인들은 조작이라며 법적 대응을 벼르고 있다. 여기에 일본 누드 사진에 한국 여자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해 마치 진짜 누드 사진인 것처럼 포장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조잡한 합성으로 인해 가짜로 판명나지만 가끔 너무 정교한 합성 사진은 진짜처럼 보여 네티즌들을 헛갈리게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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