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킹 파워가 사업 성패 좌우
2018-01-31이아람 기자 lar@fi.co.kr
대기업-자본, 현지기업-유통, 중소기업- 콘텐츠 결합

국내 패션기업들의 중국 진출 패턴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이 성숙기에 돌입하고 글로벌 메이커들 득세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 기업들은 이미 상장이라는 명목하에 막대한 자본력을 보유,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반면 자본과 인력 등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기업들의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에는 중국 기업과 협력하거나 아예 사업권을 매각하는 등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직진출을 자제하고 현지 파트너, 현지 인재들과 조우하면서 국내 기업의 강점과 현지의 강점을 살린 비즈니스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진출에 있어 글로벌 네트워킹 파워가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잡게 된 셈이다. 이는 대기업의 자본, 현지 기업의 유통, 중소 기업의 콘텐츠가 결합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수주 사입 비즈니스 모델 각광, 현지 유통기업 매장 개설
먼저 유통기반이 탄탄한 중국 기업이 비용을 부담해 매장을 개설하고, 제품을 수주 사입하는 모델이다. 홀세일 마켓은 디자이너 브랜드와 규모가 작은 홀세일 전용 브랜드에 이미 일반화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서울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전문 쇼룸과 세일즈랩(에이전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IT그룹이 운영하는 i.t 매장 입구에는 ‘스타일난다’가 간판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또 매장 내에는 ‘랩’ ‘로우클래식’ ‘로켓런치’ ‘노이어’ 등이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 i.t에서 사입하며 판매 일체를 i.t가 책임지고 있다. i.t는 상하이나 베이징 등 대도시는 물론 전국적인 복합쇼핑몰에도 핵심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한국 브랜드는 매장 인테리어나 재고 부담없이 중국사업을 펼치고 있다. 기존 사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트위’ 쿠알라룸푸르 KL게이트웨이 매장


티엔제이의 ‘트위’와 ‘민트블럭’도 중국사업 파트너를 선택한 케이스다. 이랜드그룹과 치피량그룹과 손을 잡고 양사는 판매에 주력하고 티엔제이는 상품기획과 공급을 전담한다. 이 회사는 중국 뿐 아니라 동남아지역 역시 유통 기업과 손을 잡아 전개하고 있다.
엔라인의 ‘난닝구’도 중국 전략의 핵심을 현지 기업과의 네트워킹으로 잡았다 앞서 ‘난닝구’는 중국 상하이에 매장을 내며 직진출을 한 바 있다. 하지만 경험과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직접 해외 시장을 핸들링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 전문 유통사들과 손을 잡는 방법으로 선회했다. 현재 ‘난닝구’는 이랜드와 웨이핀후이와 제휴를 맺고 있다. 이랜드는 중국 내 팍슨뉴코아 백화점에 ‘난닝구’ 매장 6개를 전개 중이다.


지티에스글로벌의 ‘벨롭’도 좋은 사례이다. ‘밸롭’은 지난 2016년부터 총 5회에 걸쳐 상해 최대 패션 박람회인 CHIC-영블러드에 참가했으며, 그 과정에서 중국 후이메이 그룹과 조인했다. ‘밸롭’은 지난해 3년간 250억원을 수주사입하는 계약을 체결, 이슈화됐고 연말부터 티몰과 웨이핀후이, 징동 등 중국 내 주요 이커머스에서 판매되고 있다. 후이메이는 중국 내 온라인 판매와 마케팅을 전담하며, 지티에스글로벌은 제품을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삼성물산패션부문과 YG엔터테인먼트와 합작으로 만들어진 네추럴나인의 ‘노나곤’도 기존 브랜드와 달리 홀세일 비즈니스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노나곤’은 론칭부터 글로벌에 맞춘 시스템을 바탕으로 다른 모험을 시도했다. 기본적으로 삼성물산의 상품력에 YG의 엔터테인먼트적 마케팅을 결합한 것이다. 시작부터 남달랐다. 파리 트라노이 등 박람회에 참가해 바이어들에게 호응을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10꼬르소꼬모의 이탈리아 밀라노 본점과 중국 상하이점, 홍콩 최대의 명품 편집매장인 I.T 등에 팝업 스토어를 개설하면서 해외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다. ‘노나곤’은 글로벌 스트릿 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중장기 전략이 시행되고 있다.


‘노나곤’ 일본 팝업스토어


대기업 및 중견 기업 라이선스 및 합작사 설립
대기업과 중견 기업은 홀세일 비즈니스보다는 라이선스와 현지 합작회사 설립을 통한 진출로 변화하는 모양새다. 마케팅 및 기획 등 본사가 지닌 역량을 중국 기업에게 제공하고 현지업체는 이를 바탕으로 생산과 판매를 책임지는 형태다.

라이선스 진출의 대표 주자는 한세엠케이의 ‘NBA’다.

한세엠케이의 전신인 엠케이트렌드는 지난 2013년 ‘NBA’ 차이나와 중국, 홍콩, 마카오 지역에 대한 ‘NBA’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다음해 첫 매장을 오픈했다. 현재 ‘NBA’는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에 총 190개 매장을 확보했다. 국내 판매 가격보다 30% 이상 비싼 데도 중국에서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지난해 총 매출액은 700억원. 올해는 230개 매장에서 1000억에 근접한 매출을 노리고 있다. 사실 이 회사는 ‘NBA’에 앞서 ‘티비제이’ ‘버커루’ 등으로 중국 시장을 노크했다. 그러나 캐주얼 브랜드들의 한계점으로 볼륨화에는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미국 브랜드 ‘NBA’ 라이선스로 해결했다. 고비용 구조의 직진출을 선택하기 보다 브랜드력을 앞세워 현지 업체와의 조우로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사업이 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선택한 것이 주효했다.

LF가 전개하는 ‘헤지스’도 현지 기업과의 라이선스 비즈니스 성공작으로 꼽힌다.

2007년 말 중국 시장에 진출한 ‘헤지스’는 매해 두 자리 수 이상의 신장율을 거듭하며 중국 내 270여 개의 매장을 확보했다. 2015년에는 아동복 ‘헤지스 키즈’가 중국에 진출하기도 했다.

중국 뿐 아니라 지난해 올 8월에는 파리의 유명 편집숍 콜레트의 쇼윈도에 전시되며 유럽 시장에도 첫 발을 내딛었다. 파리 콜레트 편집숍에는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 라인 ‘아티스트 에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아티스트 에디션’은 전세계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 중인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헤지스’의 로고나 심볼 등 다양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에서 받은 영감을 ‘헤지스’에 녹여낸 유니크한 컬렉션이다.

휠라코리아의 ‘휠라’는 중국 현지업체와 합작사를 설립, 가장 성공한 케이스다. ‘휠라’는 2009년 중국 최대 스포츠 업체인 안타와 합작투자(휠라15%:안타85%)한 ‘휠라차이나’(현지 법인명 FULL PROSPECT)를 통해 중국·홍콩·마카오에서 사업을 전개 중이다. 휠라차이나의 연 매출 신장률은 30% 이상이다 현재 6~7000억대 매출을 보이며 알짜배기 회사로 성장했다.

특히 안타는 오는 2020년까지 매장 수를 2000개 매장으로 늘려 기업 전체 매출 규모의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휠라’의 성공은 국내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합작 진출에 시너지효과를 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아웃도어 ‘코오롱스포츠’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난해 안타를 파트너로 선택하고 합작사인 코오롱스포츠차이나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지분 비율은 코오롱그룹과 안타가 각각 50%다. 초대 대표에는 휠라차이나와 데상트차이나를 성공시킨 양하준씨가 선임됐다. ‘코오롱스포츠’는 2006년 중국에 진출한 이후 지난해 기준 21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진출 10년 만에 직진출을 버리고 합작으로 전환한 셈이다. 코오롱은 안타와의 합작을 바탕으로 중화권내 NO.1 아웃도어 브랜드 육성을 목표로 정했다.


라이선스 진출로 성공적으로 중국 시장에 안착한 'NBA'


대기업의 자본과 디자이너의 만남, 중국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개척 모델로
대기업이 지닌 자본과 크리에이티브의 만남도 눈 여겨 볼 만하다. 해외 시장을 공략할 묘안으로, 대기업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신 시장 개척에 디자이너 브랜드는 구미가 당기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물산패션부문의 ‘구호’, ‘준지’ 코오롱FnC가 인수한 ‘쿠론’과 ‘슈콤마보니’ 등이 히트작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대기업이라는 안락한 품에 안긴 디자이너 브랜드는 국내와 해외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먼저 삼성물산패션부문의 ‘구호’는 지난 2016년 9월 뉴욕 진출 이후 버그도프굿맨, 홍콩 럭셔리 백화점 레인크로포드, 컨템포러리 온라인 편집숍 쎈스 등에 입점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구호’의 글로벌 도전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뉴욕에 첫 입성한 후 해외 유명 백화점과 편집숍에 입점하며 가능성을 검증 받은 ‘구호’는 지난해 뉴욕에서 세 번째 프레젠테이션을 열고 글로벌 브랜드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프레젠테이션에는 영국 하비 니콜스, 홍콩 레인 크로포드, 럭셔리 패션몰 네타포르테 등 글로벌 주요 백화점, 온라인 바이어 및 WWD, 포브스, 뉴욕 타임즈, 베니티 페어, 하퍼스 바자, 엘르 등 패션 관계자 300여 명이 대거 참석하기도 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해외의 선진 기획 시스템을 도입, 딜리버리별 소재와 컬러, 아이템을 명확하게 구성한 점도 돋보였다. 또 보그, V매거진 에디터 등으로 활동하는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스타일리스트 탐 반 도프와의 협업으로 착장 중심의 기획력을 강화하는 등 세일즈로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도 한 몫 했다.

‘준지’ 역시 지난해 파리패션위크 진출 10주년을 맞았다.

현재 ‘준지’는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 등 30여개국 100여개 매장에서 판매되며 대기업과 디자이너간 M&A 사례는 늘 있어왔으나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평가되고 있다. 하반기 선보이는 여성복 ‘준지’는 벌써부터 기대감이 높다. 젠더리스(Genderless)로 대변되는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국내와 글로벌 마켓에 동시 런칭을 준비중이다.

코오롱FnC의 ‘슈콤마보니’는 국내 1세대 슈즈 디자이너 이보현이 지난 2003년 론칭한 브랜드다. 뛰어난 퀄리티와 독특한 디자인을 앞세워 국내외에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론칭 이후 매년 해외컬렉션 시즌에 맞춰 1년에 4차례 컬렉션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코오롱에 인수된 이후에는 국내사업과 글로벌 사업에 날개를 달았다. 현재 국내 80여개 매장과 해외 20개국 100개 이상의 매장에서 인기리에 유통되고 있다.


‘스타일난다’의 홍콩 i.t 패션카니발 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