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Global Biz를 위한 경영 혁신
2018-01-24정인기 기자 ingi@fi.co.kr
국경없는 패션 마켓, 불확실성 해소가 관건

# 글로벌 기업인 ‘자라’는 올해 외형 성장율을 1.6%로 설정했다. 불확실한 변수가 많은 것은 확실하지만 35조원 외형의 글로벌 기업이고 중국 등 여전히 성장잠재력이 높은 시장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이에 대해 ‘자라’는 “의류 생산에 대한 공급원가는 계속 오를 것이고, 이커머스는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 사회적으로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자라’는 지난해 한국시장서 4개 매장을 줄인 데 이어 올해도 4개점을 줄일 예정이다. 반면 현재 12%인 이커머스 매출은 꾸준히 늘려나갈 방침이다. 특히 이 회사는 중국시장에서는 매출의 99%를 온라인에서 일으키겠다고까지 선언하고 있다.

# ‘유니클로’는 지난해 한국시장에서 1조5000억원의 외형을 기록했다. 재미있는 것은 ‘유니클로’ 전국 매장을 수익율 순서로 배열하면 상위권 매장은 대부분 지방이라고 한다. ‘유니클로’는 군 단위 지방 도시에 진출하면서 △10년 이상 장기계약 △랜드마크 건물 선정 △임대료는 매출의 6~7% 수준 등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상권 요지에 대형 점포를 보유함으로써 많은 소비자를 집객할 수 있고, 낮은 임대료 덕분에 보다 다양한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형을 이유로 지방 점포의 재고를 줄이고, 매장을 철수하는 기업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국내 패션시장은 한마디로 이미 ‘국경없는 글로벌 마켓’으로 정의할 수 있다.

‘유니클로’와 ‘자라’ 같은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국내 마켓에서 각각 1조5000억원, 5000억원의 외형을 기록하며, 파죽지세로 성장하며 로컬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다. 반면 ‘스타일난다’ ‘난닝구’ ‘젠틀몬스터’ ‘임블리’ ‘로미스토리’ ‘앤더슨밸’과 같은 국내 브랜드는 글로벌 마켓서 성장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외 마켓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 ‘브랜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김위찬 교수는 최근 『블루오션 시프트』를 발간하며 “진정한 블루오션은 ‘인간다움’을 통해 몇몇 특출한 개인의 성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체질을 바꾸고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며, 앞선 기업들의 경영혁신 사례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패션인사이트>는 창간 18주년을 맞아 “성공하는 Global Biz를 위한 경영혁신”을 주제로 특집을 준비했다. 섣불리 진출했다가 적지않은 수업료를 지불했던 중국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마켓 △채널 △조직 △네트워킹 △브랜딩 등 경영 각 부문별로 새로운 변화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그에 걸맞는 혁신 사례를 찾아보고자 한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네트워크 구축
중국이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성장하는 데는 그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사드’ 정국을 경험한 다수 한국기업들은 중국시장 전략을 새롭게 고민하고 있다. 특히 중국시장에 이미 글로벌 시장서 실력을 검증한 기업이 안착했고, 중국 로컬 기업이 높은 경쟁력을 확보함에 따라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했던 직접 진출이 아닌 우리 기업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 B2B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스타일난다’를 비롯 최근 CYB 전시회를 통해 빛을 발하고 있는 ‘밸롭’, ‘숲 갤러리’ 등의 사례에서도 중국 현지 기업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하다.

중국에서 구축된 입지는 고스란히 동남아 마켓으로 이어지고 있다. 잘 알려진 것과 같이 동남아는 60~70%가 화교 경제권이다. ‘중국 내 브랜딩=동남아마켓 진출의 우선권 확보’란 차원에서 중국시장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

실제 지난해 1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1000㎡ 규모의 대형점을 오픈한 ‘트위’도 중국에서 이랜드 그룹(트위), 치피량 그룹(민트블럭)과 JV를 체결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은 특정 재벌기업이 유통과 브랜드 전개권을 독점하고 있어, 이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김영도 티엔제이 전무는 “인도네시아 MAPS 그룹은 글로벌 브랜드 320여 개의 자국 내 영업권을 보유중이며, 대형 쇼핑몰도 경영하고 있다. 브랜드 파워와 시장경쟁력만 인정되면 이들이 A급 점포에 매장을 확보하고 사입 가능하다”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상품기획과 마케팅 혁신을 아쉬워했다.

일반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B2C 모델과 △시설비 직접투자 등을 선호하기 때문에 초기 리스크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아이덴티티 중심으로 브랜딩 절실
옛 속담에 “멀리 갈려면 내 몸부터 가볍게 해야하고 친구와 같이 가라”는 말이 있다.

한 때 패션시장에서 마이더스 손으로 평가받던 박재홍 사장은 요즘 ‘더프트앤도프트(Duft&Doft)’란 브랜드로 뷰티 마켓에서 유명 인사가 됐다. 코엑스 입구 플래그십숍에는 핸드크림과 바디크림, 마스크팩 등 핵심 아이템을 내세워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실적도 우수하다. 올해 4년차이지만 국내 ‘올리브영’ 전점과 미국 최대 뷰티&헬스 체인 CVS, 일본 LOFT, POLZA, 홍콩 SASA 등 지역별 최고 채널을 통해 소비자를 만나고 있다. 한국은 코엑스점과 롯데월드점, 신라호텔 장충점, 제주공항 등을 통해 브랜딩하고 국내외 메이저 리테일러와 협력해 실리를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한화와 포스코와 같은 종합상사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했으며, 본사에서는 차별화된 상품개발과 마케팅에 집중 투자했다.


M-커머스가 지배하는 글로벌 비즈
최근 중국은 물론 전세계 온라인 이커머스에서 가장 핫한 곳은 중국 ‘샤오홍슈’. 지난 2013년에 모바일 중심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지난해 7500만명의 실구매 고객 DB를 확보했고, 4조원의 연간 거래액을 기록했다.

지난 11일 서울서 개최한 첫번째 글로벌 서밋에는 350여 명의 브랜드 운영자들이 참석해 열기를 반영했다. 중국 내 3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웨이핀후이(VIP.COM)은 지난 2016년말 회사 내 PC 사업부를 없앴다. 대신 모든 업무를 모바일로 처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라’는 중국시장 매출의 99%를 온라인으로 일으킬 것으라고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시장 환경과 경쟁자는 새로운 채널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도 상당히 많은 국내 패션기업 경영자들은 “우리도 롯데닷컴을 통해 온라인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패션업계 SM, YG는 아직도 요원한가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국내 패션시장은 이미 글로벌 메이저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또 최근엔 아마존과 알리바바, 웨이핀후이 같은 IT 기업들이 패션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중국 알리바바의 투자처는 이미 1000개가 넘었다고 한다. 계열사 수 십개인 네이버를 문어발로 지목하며 떠들썩하게 인민재판한 우리와는 대조된다.

한 대기업 임원은 “대기업의 마인드로 신규 브랜드를 출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SPA와 같은 자본력으로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사업은 곤란하다. 요즘처럼 홀세일과 온라인 비즈니스가 활성화 된 시기에는 △좋은 자원을 인큐베이팅하고 △이를 제대로 된 콘텐츠로 키워 △금융자본과 결합시켜 글로벌 비즈니스로 성장시켜야 한다. 기존 중소기업도 예외는 아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국 패션산업과 기업들은 전환기 중심에 있다. 과거 패러다임으로 바라보면 암담하기 그지없지만,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기업 경영자를 만나면 희망이 샘솟는다. 이들 기업의 에너지를 제대로 펼칠 수 있는 마당이 펼쳐진다면 한국패션의 미래는 매우 밝다는 것이 이번 특집을 준비한 <패션인사이트> 기자들의 하나된 목소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