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세레나데’, 스트리트 캐주얼에 투자한다
2018-01-23강경주 기자 kkj@fi.co.kr
강력한 콘텐츠·미래가치…국내외 자본 시장 관심 높아져

‘슈프림’ ‘허프’ 등 해외 시장은 투자 인수 활발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이 자본 시장과 만나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국내외 자본 시장이 급성장한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에 지속적으로 지분투자, M&A 등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 성장 최대치에 들어선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이 사세 확장을 위해 신규 브랜드 사업, 해외 진출 등에 집중하고 있는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자본의 투입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이목이 집중된다.



국내외 자본 시장이 급성장한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브랜드의 미래가치와 경영 투명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케이드 보드, 힙합 음악 등 이른바 서브컬쳐가 뿌리인 스트리트 캐주얼은 대부분 소규모 비즈니스인 경우가 많았다. 사업적인 확장보다는 패션 자체에 몰두하는 운영 방식이 이들의 모토였다.


하지만 스트리트 패션이 글로벌 시장의 주류가 되면서 시장 규모가 눈에 띄게 불어났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글로벌 하이엔드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슈프림’ ‘오프화이트’ 등의 고가 브랜드)의 규모는 약 3090억 달러(약 329조원)로 글로벌 럭셔리 시장의 외형을 5% 가량 증가시켰다.


국내 시장에서도 스트리트 캐주얼의 외형은 날로 커지고 있다. 섬산련의 ‘2017년 한국패션시장 결산 및 2018년 전망’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캐주얼 시장 규모는 약 15조원이며, 올해 캐주얼의 성장세(5%)가 전 복종 중 가장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 조사에서는 ‘무신사’ 등의 온라인 편집숍과 스트리트 캐주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도 ‘무신사’가 지난해 거래액 3000억원을 기록했고, ‘커버낫’ ‘앤더슨벨’ ‘디스이즈네버댓’ 등의 브랜드도 외형 100억원을 넘어서는 등 그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그룹 칼라일에게 지분 50%를 5억 달러에 매각한 '슈프림'. 사진은 '루이비통X슈프림' 2017 F/W 컬렉션


커지는 스트리트 패션 X 新 콘텐츠 찾는 자본
이런 이유에서 최근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에는 M&A 바람이 불고 있다. 자본 시장은 미래가치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시장을 찾고, 더 이상 소형 비즈니스에 국한되지 않고자 하는 스트리트 패션의 니즈가 맞닿은 결과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있었던 ‘슈프림’의 지분 매각이다. ‘슈프림’은 글로벌 사모펀드 그룹 칼라일에 지분 50%를 5억달러(약 5000억원)에 매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슈프림’이 이번 지분 매각으로 새로운 매장 오픈과 물량 확대 등 사업 확장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했다.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 ‘베이프’가 홍콩 I.T에 2011년 인수된 사례가 있다.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허프’도 지난해 지분 90%를 일본 투자 회사 TSI 홀딩스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6300만 달러(약 668억원). TSI 홀딩스는 ‘스투시’ ‘언디피티드’ ‘마가렛호웰’ 등의 스트리트 브랜드에도 투자한 이력이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스트리트 패션에 대한 투자, M&A가 활발하다. (왼쪽부터) '슈프림' '허프' '베이프' '스투시'


이 같은 해외 브랜드들의 연 매출과 영업이익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고작 세계 11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1개의 온라인 몰을 보유한 ‘슈프림’이 연매출 10억 달러를 낸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부분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주류로 떠오른 스트리트웨어의 성장 가능성과 시장의 리딩 브랜드라는 점, 확실한 콘텐츠를 보유했다는 점이 거액의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국내 시장도 비슷한 추세다. 중국 등 해외 자본이 단순한 관심을 넘어 구체적인 지분과 금액을 제시하는 곳도 적지 않다.


한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대표는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중국, 일본 등의 해외 자본이 국내 브랜드를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로 지분을 매각하거나 M&A가 체결된 사례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슈프림’의 사례를 볼 때 곧 계약을 체결하는 브랜드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 시장에서 매출이 높고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강한 브랜드나 사업성이 높은 스트리트 패션 기업이 투자 인수 타깃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연 10~20억대 홀세일 매출을 올리고 있는 ‘앤더슨벨’이나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며 외형을 키우고 있는 ‘비바스튜디오’ 등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알려져 있다.


자본 투자의 유력 후보군으로 알려져 있는 '앤더슨벨'(왼쪽)과 '비바스튜디오'


‘무신사’, 브랜드 매니지먼트 나서나
지난해 ‘무신사’를 전개하는 그랩(대표 조만호)은 팀그레이프의 대표였던 서승완 씨를 영입, 신사업부의 총괄 이사직에 앉혔다. 팀그레이프는 ‘미쳐라’ ‘봉자샵’ 등의 온라인 소호몰과 ‘이스트쿤스트’ ‘마하그리드’ 등의 스트리트 캐주얼을 연이어 인수하는 등 M&A로 연매출 600억원대로 성장한 온라인 인큐베이팅 기업이다.


그랩은 현재 신사업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서승완 이사의 경력으로 볼 때 신사업의 방향은 브랜드 투자 및 인수에 맞춘 매니지먼트 사업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그랩이 ‘무신사’를 전개하면서 갖춘 기반이 브랜드 매니지먼트에 적합하다는 평이다. 그랩은 2016년 매출액 473억원, 영업이익 216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자본 구조를 갖췄다. 지난 3년 여간 입점 브랜드 생산비 지원, 최근에는 화보 촬영 지원 등 다양한 방면에서 브랜드에 대한 투자도 계속해왔다. 지난해에는 대물량을 출시하는 PB ‘무신사 스탠다드’로 생산 기반을 갖췄고 국내에 3305㎡ 규모의 물류창고 2곳과 1157㎡, 1322㎡ 규모의 물류창고 2곳을 확보해 물류 시스템도 탄탄하게 구축했다.


'무신사'의 브랜드 매니지먼트 진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브랜드 간 합종연횡…경영 투명성 선행돼야
브랜드가 직접 M&A에 나서는 모습도 나타난다. 온라인 구조에 맞춰진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확장보다는 다수의 브랜드를 보유해 외형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여기에 더해 각각의 브랜드가 가진 강점을 합쳐 자본부터 마케팅, 기획, 물류에 이르는 탄탄한 시스템을 구축해 글로벌 시장을 노리겠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최근 브랜드 인수를 고려했다는 한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대표는  “브랜드의 구조가 온라인 시장에 맞춰진 만큼 국내 오프라인 진출을 통한 외형 확장은 어려움이 있다. 직접 브랜드를 론칭하거나 인수하는 식으로 500억짜리 하나 보다는 100억짜리를 5개를 키우는 것이 더 알맞은 형태”라며 “국내 시장에서 최대치의 성장을 이뤘다고 본다. 혼자 힘으로는 어려울 수 있는 해외 시장을 힘을 합쳐 도전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브랜드가 경영 악화에 빠지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초에는 시장의 대표 브랜드였지만 최근 경영 악화에 빠진 A 스트리트 브랜드가 인수처를 찾으면서 몇몇 브랜드가 인수에 나섰지만 결렬된 사례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이 10년 가량 이어지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브랜드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도 M&A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선 먼저 투명 경영이 선행돼야 한다. 실체 최근 몇몇 기업의 M&A 가 좌초된 것도 실사 과정에서 부외부채가 지나쳤기 때문이다. 또 무엇보다 미래성장에 대한 명확한 플랜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투자 유치에 앞서 브랜드의 경영 투명성에 대한 조언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