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웨어, 레드오션 속 생존법은?
2018-01-03이아람 기자 lar@fi.co.kr
시장 기상도 ‘흐림’… 새로운 시장 환경과 동기화 준비해야
지난 몇 년간 골프웨어 시장은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왔다.

아웃도어의 인기가 수그러든 빈 자리를 파고들었고, 가두상권의 강자로 군림했던 어덜트 캐주얼의 파이를 잠식하면서 시장 규모가 지난해 업계 추산 3조원대로 커졌다. 2013년 이후 매년 약 3000억 가량 증가한 셈이다. 거기에 매년 증가하는 골프 인구, 특히 골프를 즐기는 3040 젊은층이 늘어난 점이 시장 확대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대한골프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7년 251만 명이던 국내 골프 인구는 2014년 531만명, 지난해 619만 명으로 늘어났다.



시장 규모가 5년 연속 성장했고, 골프웨어를 필요로 하게 될 사람들 또한 늘어나고 있으니 올해 골프웨어 시장을 낙관적으로 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현재 골프웨어 브랜드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전망하는 골프웨어 시장 기상도는 ‘흐림’ 이다.

기존 브랜드 간 뺏고 뺏기는 데 그치고 있는 유통망 확장과 신규 브랜드의 대거 진입으로 이미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입 브랜드 파워가 세고 대표적인 고기능, 고가격 복종으로 꼽혔던 골프웨어는 대리점 확보를 위한 가성비 싸움까지 불사,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 구조는 악화된 곳이 적지 않다.

특히 노면 상권에서의 경쟁은 점입가경이다. 기존 볼륨브랜드부터 백화점에서 잔뼈가 굵은 기존 브랜드까지 모두가 대형유통 인숍 보다 수익률이 높은 가두 대리점을 주요 공략지로 삼은 까닭이다. 최근 3~4년 전년대비 평균 20~30%씩 외형을 키운 주요 가두 골프웨어 브랜드들은 지난해 한 자릿수 신장에 그쳤다. 그마저도 유통증가분을 감안하면 점포 당 신장률이 마이너스인 셈이다. 

거기에 지난해 론칭 또는 리론칭한 ‘링스’ ‘볼빅브이닷’ ‘트레비스’ ‘쉬스’ ‘마스터바니에디션’ ‘23구’ ‘맥케이슨’ 등을 비롯해 안착을 시도하는 1~2년차 브랜드들만 줄잡아 20여 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이제 골프웨어 시장이 과열을 넘어 레드오션이 되었고, 과거 8조원에 육박하던 아웃도어 시장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 골프웨어 기업 임원은 “치킨게임이 시작됐다”면서 “시장이 커진다고 하니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따지기보다 점유율을 높이는 데만 열중해 한 회사 안에서도 매출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금의 골프웨어 시장을 만든 가장 인접한, 직접적인 계기는 중장년 층의 착장 변화다.

어덜트 캐주얼 브랜드를 입는 부모 세대를 가진 4050에게는 한동안 캐주얼 착장을 위한 거의 유일한 선택지가 아웃도어 브랜드였다. 그러던 것이 스크린골프장의 붐-업과 함께 골프웨어도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탔고 퍼포먼스보다 스타일에 초점을 맞춰 데일리 캐주얼 기획을 늘리면서 저변이 확대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업계에서는 ‘동일 타깃에게서 더 이상의 신수요 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백화점을 주력 유통으로 한 고가 브랜드 사이에서만 소비자 이동이 일어날 뿐이다.

이는 올해 골프웨어 기업들의 사업계획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의 기업은 올해 성장 목표를 10% 미만으로 잡았고, ‘내실경영’으로 포장했지만 결국 부실매장을 정리하고 재고를 털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만만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올 봄 골프웨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새 얼굴들이 있다. 

세아상역 계열 S&A의 ‘톨비스트’, 블랙야크의 ‘힐크릭’, 크리스에프엔씨의 ‘세인트앤드루스’ 등 탄탄한 수출기업과 아웃도어 리딩 기업, 골프웨어 선두주자의 도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톨비스트’의 경우 가두점을 주력으로 연내 60개 유통을 목표로 잡았다. ‘힐크릭’ 역시 70~80억에 이르는 대대적 마케팅 투자를 통해 론칭 첫해 60여 개 가두점을 가져갈 계획이다.

한정된 시장 파이를 놓고 치열하게 벌이는 경쟁은 불가피하고, 경쟁을 통해 살아남거나 도태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이제는 매장 수로 몸집을 불리는 경쟁이 아닌 골프웨어 본연의 아이덴티티와 상품기획 퍼포먼스로 진검 승부를 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에 앞서 골프웨어 시장 성숙기를 맞았던 일본의 사례를 보자. ‘마크앤로나’ ‘파리게이츠’ ‘힐크릭’ 등 한국 패션 또는 유통기업이 적지 않은 로열티를 지불하고 국내 전개권을 확보한 일본의 유명 골프웨어 브랜드 대부분이 자국시장에는 30개 정도의 매장만 운영하고 있다.

긴 저성장기를 겪으며 백화점에서 전문점과 편집숍으로 골프웨어 유통의 주도권이 옮겨가는 속에서 일본 골프웨어 브랜드들은 콘텐츠 세일즈를 택했다. 상품 제조와 유통은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안 중 하나다. 물론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오리진과 히스토리가 축적되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최근 국내 브랜드들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살린 제품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600만에 불과한 골프인구를 탈피한 상품 개발을 해야 할지, 600만을 위한 전문적인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 보인다.

김묘환 경영컨설팅 기업 CMG 대표는 “경영부터 인력관리 풀까지 새로운 시장환경과의 동기화를 준비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50대가 주도하는 90년대 어덜트 골프웨어를 구현하려 한다면 답이 없다. 적어도 현재의 스포츠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다고 할 때 ‘내가 같이 즐길 수 없는’ 비즈니스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