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호 그랩 대표
2017-12-15강경주 기자 kkj@fi.co.kr
“브랜드가 70, 우리는 30입니다”

5년만에 거래액 3000억…2조원 대 온라인 쇼핑몰 꿈꾸는 ‘무신사’

그저 패션이 좋았던 고3 남학생은 35세가 된 지금 3000억 온라인 쇼핑몰의 사장이 됐다. 패션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국내 대표 온라인 패션 전문몰이 된 ‘무신사’를 창립한 조만호 그랩 대표 이야기다.

“‘브랜드가 70, 우리는 30’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신사’는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고 성장을 돕는 서포터임을 항상 잊지 말자고 다짐하죠. 언제나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무신사’의 철학입니다.”

그에게 경영 철학을 묻자 ‘무신사는 서포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명함을 보니 수긍이 갔다.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를 항상 최우선 합니다’. 명함에 쓰여진 문구가 더욱 눈에 들어왔다.



‘무신사’를 전개하는 그랩은 올 여름 압구정로데오거리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가구·공간 디자이너인 이광호 작가가 디자인을 담당한 신사옥은 무채색의 컬러와 자재를 활용한 탁 트인 내부 전경이 특징이다. 이 작가는 이와 함께 조명을 활용한 독특한 작품을 설치했다. 이광호 작가는 “구석을 훤히 밝히는 조명과 같이 ‘무신사’가 세계적으로 존재감을 밝히는 패션 채널이 되길 기대한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조만호 그랩 대표가 이광호 작가 작품 아래에 섰다. <사진 무신사>


스타 브랜드의 요람 ‘무신사’

‘무신사’는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을 ‘입점’시켜 판매한 첫 온라인 쇼핑몰이다. 2000년대 중반 론칭한 스트리트 캐주얼 1세대인 ‘라이풀’ ‘커버낫’ 등의 브랜드를 소개하던 수준에서 발전해 이들을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커버낫’은 올해 ‘무신사’와 온라인 독점 거래를 시작하며 매출이 2배 가량 상승, 연 200억 외형을 바라보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몇 년새 대세로 떠오른 ‘디스이즈네버댓’도 ‘무신사’ 매출이 급상승하면서 올해 100억원 매출이 예상된다.


“‘무신사’는 하나의 키워드로 설명되는 쇼핑몰입니다. ‘무신사’에 가면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가 있다는 것이죠. 누구나 스트리트 패션을 한 곳에서 편하게 구경하고 쇼핑할 수 있고, 큰 돈이 안되더라도 패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편리한 플랫폼이 생긴 겁니다.”


마니아층의 패션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스트리트 캐주얼이지만 ‘무신사’는 대중적인 소비자 입맛에 맞춘 쇼핑몰이다. 조 대표는 “우리는 ‘매스(MASS)’라는 명확한 타깃을 가진 쇼핑몰”이라고 강조한다.


‘무신사’의 웹페이지 디자인(UI/UX)은 간결한 선과 텍스트가 특징이다. 한 눈에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고, 남녀노소 누구나 눈에 익은 대중적인 디자인이다. 또 국내 패션 전문몰 중 가장 빨리 모바일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주며 소비자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이 ‘무신사’와 만나면서 급성장을 보인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무신사’의 다양한 프로모션과 마케팅 전략에 더해 3년 전부터 시작한 생산비 지원 프로그램도 입점 브랜드가 성장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우리는 서포터…브랜드가 돋보여야 한다
조 대표는 “플랫폼의 최우선 목표는 무엇보다 브랜드를 돋보이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처럼 ‘무신사’의 강점은 커뮤니티와 웹진에서 쌓은 콘텐츠 제작에 있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콘텐츠로는 브랜드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이미지 중심의 콘텐츠인 ‘쇼케이스’를 들 수 있다.


‘쇼케이스’는 브랜드 소개와 이벤트를 결합한 방식으로 매출 신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첫 선을 보였던 지난해에는 조 대표가 직접 총괄 디자인을 맡을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현재는 전문 디렉터를 영입해 주 1회씩 선보이고 있다.


2017년 현재 ‘무신사’ 입점 브랜드 수는 3000여 개에 육박한다. 이제는 제도권 메이저 브랜드까지 입점하며 영역이 넓어졌다. 조 대표는 늘어난 브랜드 수만큼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카피 관리팀’을 두고 노골적인 디자인 카피나 라벨갈이 등 브랜드답지 않은 브랜드에게는 즉각 퇴점 조치를 내릴 정도로 단호하다.


“‘무신사’는 이제 ‘작은 브랜드를 넘어 모든 브랜드를 판매하는 패션 전문 종합몰’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매출 상위 랭킹 브랜드와 메이저 브랜드 외에도 신진 브랜드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는데 몰두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연간 거래액 30~40억원 규모의 스타급 브랜드를 꾸준히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코리아패션대상’ 국무총리표창 겹경사
잘 알려져 있듯이 ‘무신사’는 패션·신발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조 대표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당시의 대표 커뮤니티 플랫폼이었던 ‘프리챌’에 작은 패션 운동화 커뮤니티를 오픈했다. ‘나이키’ ‘아디다스’의 한정판 운동화와 핫한 패션 사진을 볼 수 있는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 ‘무신사’의 시작이었다.


이듬해인 2002년 단국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에 진학했지만 여전히 조 대표의 관심사는 ‘무신사’였다. 학문적인 패션도 좋았지만 패션의 현장 더 가까운 곳에서 호흡할 수 있는 커뮤니티 운영에 더 마음이 끌렸다.


“02학번으로 졸업은 많이 늦었어요(웃음). 2012년에 졸업했으니 10년이나 학교를 다녔네요. 대학 시절에는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무신사’에 푹 빠져 살았던 것 같아요. 출범 당시 동호회 수준이었던 것이 2006년엔 웹진 형태로 업그레이드가 됐고, 그러다 2012년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를 입점시켜 판매를 시작했죠. 당시에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형태의 새로운 온라인 쇼핑몰이었죠.”


2012년부터 이커머스를 시작한 ‘무신사’는 2017년 기준 거래액 30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전문몰로 성장했다. 초창기 스트리트 캐주얼을 위주로 판매했던 작은 온라인 쇼핑몰이 5년 사이 30배의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또 하나의 패션 생태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무신사’의 놀라운 성장에 더해 조 대표는 최근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 8일 한국패션협회 주최 ‘2017 코리아패션대상’ 시상식에서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한 것. 조 대표는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코리아패션대상 역사 상 최연소 수상자다.


日 ‘조조타운’ 벤치마킹…거래액 2조 꿈꾼다
지금까지 남 부러울 것 없는 고성장을 이어온 ‘무신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조 대표는 답변대신 PT용 모니터에서 일본의 한 쇼핑몰 사이트를 보여줬다. 일본 ‘조조타운(ZOZOTOWN)’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일본의 조조타운입니다. 조조타운을 운영하는 스타트투데이의 주가는 2016년 1000엔 대에서 지금은 3000엔을 훌쩍 넘길 정도로 성장세가 빠릅니다. ‘무신사’도 이렇게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어요. 2020년에 국내 거래액 1조를 달성하고 해외 사업도 시작할 겁니다. 궁극적으로 국내 거래액 2조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글로벌 무신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