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알리, 하보미·하보배 ‘bpb’ 디자이너
2017-12-15강경주 기자 kkj@fi.co.kr
알리와 ‘bpb’의 102가지 모습

뮤직비디오 감독이 된 패션 디자이너

KBS ‘불후의명곡’ 우승자, ‘365일’ ‘별 짓 다해봤는데’ 등 다수의 히트곡을 보유한 가수 알리가 지난달 5번째 미니 앨범 ‘Expand’로 2년 만의 복귀를 알렸다. 이번 앨범에서 눈에 띄는 곡은 1번 트랙의 ‘102가지’. 알리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소울 풍의 멜로디가 만난 이 곡은 노래 자체로도 흥미가 가지만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가 더 눈길을 끈다. 뮤직비디오의 감독을 영상 전문가가 아닌 ‘패션 디자이너’인 하보미, 하보배 ‘bpb’ 디자이너가 맡았기 때문이다.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귀여운 디자인으로 여성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은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인 ‘bpb’. 하보미, 하보배 디자이너는 그들의 색깔을 뮤직비디오에 어떻게 풀어냈을까.

각자의 자리에서 개성을 뽐내고 있는 세 명의 아티스트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수와 패션 디자이너가 뮤직비디오라는 새로운 장르로 만났다. (왼쪽부터) 하보배 디자이너, 가수 알리, 하보미 디자이너 <사진 인디스튜디오>


‘bpb’와 알리라니. 조금은 색다른 만남이네요.
알리 대중에게 알려진 가수 알리와 ‘bpb’는 어쩌면 조금 안어울릴 수도 있겠네요(웃음). 하보미, 하보배 디자이너는 지인의 소개로 2016년 초에 처음 만났어요. 평소에도 패션에는 관심이 많았는데 ‘bpb’는 그 중에서도 애정하던 브랜드였어서 더 좋았어요. 사랑스럽고 소녀적인 감성, 과거의 아트를 현재의 아트워크로 만들어내는 위트와 자유분방함도 재미있다고 생각했죠.

하보미(이하 보미) 가수와 패션 브랜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잖아요. 처음에는 그저 일반적인 만남이라고 생각했지만 알리 언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의 작품을 피드백하거나 고민을 나누는 등 너무 말이 잘 통했어요. 그때부터 자주 만나는 친한 언니 동생 사이가 됐어요. 같이 다양한 방면에서 협업해보자라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고요.
 
그 방향이 뮤직비디오일 거라곤 아무도 생각못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인가요?
알리 ‘102가지’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자작곡이에요. 시작부터 ‘bpb’와 함께 한 특별한 곡이죠. 두 친구가 멜로디만 있는 가이드 상태의 음악을 듣고는 “예전에 언니가 했던 음악같아”라고 말했어요. 노래 가사에도 ‘언제까지 사랑노래만 할꺼냐, 남의 노래 뒤에서만 살꺼냐’라는 말이 나와요. 지금은 대중적인 발라드를 부르고 방송에 더 많이 출연하지만 소울, 재즈, 힙합을 했던 예전의 색깔있고 개성있는 제가 생각났죠. 가사를 쓰면서 완성할 때까지 1시간도 걸리지 않고 단번에 써내려갔던 것 같네요.

보미 가수 알리의 모습을 새롭게 그려내고 싶었어요. 해외의 유명 가수들은 너무도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알리 언니가 정형화된 이미지에 그치지 않고 더 다양한 모습을 가진 아티스트임을 증명하고 싶었죠.

하보배(이하 보배) 뮤직비디오는 저희에게 새로운 도전이에요. ‘bpb’는 패션 외에도 제가 직접 작업한 캐릭터, 아트워크 등 다양한 창작물을 보여줄 수 있는 브랜드에요. 뮤직비디오와 같은 영상도 물론 그 범위에 있고요. 첫 작품이 알리 언니의 뮤직비디오라는 건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해요.


하보미 'bpb' 디자이너


알리 씨의 말을 들으니 국내 패션 디자이너들의 고민이 가수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아요. 그런 고민이 있었던 것만큼 작업에 임했던 마음가짐도 남달랐을 것 같네요.
보미 뮤직비디오의 총괄 디렉터는 제가 맡고 동생인 하보배 디자이너가 아트워크와 소품을 담당하는 아트 디렉터를 맡았어요. 당연히 ‘bpb’의 옷을 입거나 제품이 등장할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시작 부분에 나오는 작은 소품 하나가 유일하게 나온 ‘bpb’에요. 옷의 스타일링도 친한 스타일리스트에게 부탁했고요. 보배가 말했듯이 ‘bpb’는 크리에이티브한 브랜드에요. 뮤직비디오 그 자체가 ‘bpb’라는 생각으로 기획하고 작업했어요.

알리 저에게도 이번 작업은 도전적인 일이었죠. 사실 저를 포함해서 ‘디바’라고 불리는 가수들은 음악성으로 승부를 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지만 이제는 자신의 창의성을 다양한 방면에서 발휘해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뮤직비디오를 보시면 알겠지만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독특한 콘셉의 영상이에요. 색감도 화려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에요. 102가지의 장르인 재즈나 소울 음악에 딱 어울리죠.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헤어스타일도 데뷔 시절 했던 것을 몇년만에 다시 해본 건지 모르겠네요(웃음).


가수 알리


영상을 제작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보배 다행히 주위에 영상을 공부한 지인들이 있어 물어보기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화보나 룩북 촬영을 했던 경험도 도움이 됐어요. 사진과 영상은 다른 영역이지만 많은 영감을 받았죠. 영상에 등장하는 소품이나 아트워크도 직접 기획하고 제작했던 일이니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보미 먼저 가사를 하나 하나 다 자르고 거기에 맞는 영상을 직접 적고 그렸어요. 모든 가사를 다 적고나니 책 한권 수준으로 분량이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나서 전체적인 콘셉을 잡았고 정리해보니 신기하게 종이 한장에 말끔하게 정리가 되더라고요. 영상 처음에 터널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특별한 장면이에요. 양양 고속도로에 있는 터널 중 하나인데 지나가는 차가 없어야 해서 한밤중에 가서 촬영했어요. 어려운 촬영이었지만 촬영 감독님도 결과물을 보고는 너무 만족스러워 하셨던게 생각나네요.


하보배 'bpb' 디자이너


첫 만남이 이렇게 재미있는 뮤직비디오였으니 다음이 더욱 기대가 되네요. 각자의 계획과 다음의 협업이 또 있을지 궁금합니다.
알리 새 앨범이 나왔으니 활동에 전념해야겠죠? 앞으로는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선배로 활약하고 싶어요. 어느덧 데뷔 10년을 훌쩍 넘겼더라고요. 대학에 출강도 하고 있고요. 정말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인정받을 수 있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사랑받는 음악 시장이 되도록 힘을 쏟고 싶어요. ‘bpb’와는 분명 더 재미있는 협업이 또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엔 옷이나 스타일링이 될 수도 있고 뮤직비디오처럼 전혀 새로운 작업이 될 수도 있을 거에요.

보미 꾸준히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어요. 내년에는 파리와 런던 컬렉션에 지원을 받아 참가할 예정이에요. 물론 알리 언니와의 협업도 더 재미있게 해볼 생각이고요.

보배 이번달에 ‘bpb’의 로고를 활용한 스웨트 셔츠와 후드 티셔츠로 구성된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어요. 처음으로 출시한 매스 타깃의 컬렉션이에요. 매니악했던 브랜드를 더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bpb’는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의 아티스트들과 콜래보를 이어갈 계획이에요. 내년에는 어떤 소식으로 찾아뵙게 될지 저희도 기대가 되네요.



하보미 디자이너가 말한 ‘102가지’ 뮤직비디오의 첫 장면인 터널(왼쪽)은 영상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bpb’가 제작한 영상이지만 ‘bpb’의 제품은 단 한 컷 (오른쪽), 그것도 작은 소품으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