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패션인> 김진면 휠라코리아 대표
2017-12-18이아람 기자 lar@fi.co.kr
“휠라의 도약은 현재 진행형, 동주공제의 조직문화가 그 밑거름”

<동주공제 同舟共濟 :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건넌다>


“브랜드의 성공에는 조직의 조화가 숙명과도 같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김진면 휠라코리아 대표


올 한해 스포츠를 넘어 패션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은 브랜드를 논하는데 있어 휠라코리아의 ‘휠라’를 꼽는 것에 주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10대들이 거리를 ‘휠라’ 슈즈로 물들였고, ‘휠라’가 재해석한 복고 트렌드는 젊은 층의 문화 코드로까지 자리를 잡았다.


패션 업계 종사자라면 신규 브랜드를 성공시키는 것보다 노후화된 브랜드를 되살리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에 공감할 것이다. 사실 ‘휠라’는 지난 몇 년간 젊은 고객에게 선택 받지 못하는 ‘아재 브랜드’ 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휠라’는 달라졌다. 슈즈’ 코트디럭스‘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올해는 의류도 높은 인기를 되찾으며 양 날개를 활짝 폈다.


2015년 ‘휠라’ 사령탑을 맡은 김진면 대표는 브랜드 론칭 이래 처음 선임된 전문경영인이다. 그가 뚝심을 가지고 밀어부친 리뉴얼 플랜에 윤윤수 회장은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으로 힘을 실어줬고 ‘휠라’는 부활에 성공했다.


<패션인사이트>는 김진면 대표를 2017년 ‘올해의 패션인’으로 선정했다. 그가 쓴 ‘휠라’의 재기스토리 만이 아니라 ‘소유가 곧 경영’이기 마련인 우리 패션기업들의 현실 속에서 성공한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각 부서가 최상의 퍼포먼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지휘자 역할에 충실
“휠라의 도약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이르다고 봅니다. 올해가 비행을 위해 활주로에 접어든 시기라면 내년은 높은 곳을 날기 위한 ‘비상’의 해가 될 것이라 자신합니다. 다만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화합과 조화된 조직이 밑거름이 되야 합니다.”


서초동 사옥 집무실에서 만난 김진면 대표는 인터뷰 내내 ‘조직 문화’에 대한 소신을 강조했다. 옛 제일모직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콜롬보코리아 대표이사, 제일모직 패션사업1부문장을 거쳐 휠라코리아 사장에 오르기까지, 그는 “성공에는 조직의 조화가 숙명과도 같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했다.


그는 제일모직 근무 당시 삼성필하모니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클라리넷을 연주했던 시절을 회상했다. 브랜드 역시 서로 다른 악기와 개성을 지닌 단원들이 만들어 가는 과정이며 이에 필요한 것이 상호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의 경영 철학 역시 ‘동주공제’ (同舟共濟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건넌다는 뜻)다.


“먼저 유연하고 창의적인 회사 분위기를 만드는데 집중했습니다. 회사 부서 구성원들이 오케스트라 단원인 셈이죠. 저는 각 파트가 최상의 퍼포먼스를 구현해 낼 수 있도록 지휘자의 역할을 수행 했을 뿐입니다.”


김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먼저 사내 인트라넷에 350여 명의 임직원이 본인을 소개할 수 있는 ‘Know each other’ 섹션을 만들어 본인부터 자기소개 글을 올렸다. 가족 관계에서부터 취미, 고향 등 소소하지만 공유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을 적었다. 사장이 먼저 소통의 장을 열어 문화를 바꾸어 나가자는 의도였다.


매주 한 번씩 점심 시간마다 각 부서장과의 도시락 미팅을 하며 4개월 만에 전 직원과 대면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여기에 대리 사원급으로 구성된 주니어 보드 조직을 신설해 의견을 듣고 회사 및 브랜드 경영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며 조화로운 조직 문화 창출에 나섰다.


“조직의 안정화가 이루어지니 구성원들이 힘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휠라’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죠. 자연스럽게 제품에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된 셈이죠”




100만족 판매한 ‘코트디럭스’ 이어 후속작 ‘디스럽터2’도 히트
변화의 첫 번째 단추를 꾀는 일은 헤리티지 강화에서부터 출발했다. ‘휠라’의 100년이 넘는 고유의 헤리티지는 그야말로 최고의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헤리티지를 근간으로 빅로고 티셔츠, 테니스 무드 슈즈 등 전통적인 제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이는 다양한 협업이 더해져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펩시와의 협업을 시작으로 빙그레 메로나와 마운틴듀 같은 식품은 물론 일본 스트리트 브랜드 ‘해브 어 굿 타임’, 뷰티 브랜드 ‘베네피트’ 등과의 협업을 잇따라 진행하며 패션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무엇보다 ‘휠라’의 부활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코트디럭스’ 슈즈를 빼 놓을 수 없다.

‘코트디럭스’는 테니스화를 모티브로 브랜드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냈을 뿐 아니라 6만9000원이라는 합리적 가격으로 젊은 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 제품은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100만족에 가까운 판매고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디스럽터2’라는 후속작도 히트시켰다. ‘디스럽터2’는 1997년 미국과 유럽에서 출시됐던 ‘디스럽터’의 재해석 버전으로 올해 6월 출시 이후 20만족 이상이 판매됐다.

“10~20세대의 가격 부담을 낮춰준다는 취지의 합리적 가격정책이 주효했습니다. 저가 정책이나 이벤트성 할인이 아닌 소싱 경쟁력이 바탕이 되어 디자인과 품질, 합리성을 갖추다 보니 자연스레 젊은 소비자들이 매장에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죠. ‘휠라’ 부활의 가장 큰 의미는 주 고객층이 30~50에서 10~20대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홀세일 도입, 온라인 활성화 등 다양한 유통 접근, 신의 한 수로
10~20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중심 고객층을 아우르기 위해 대대적인 유통 정비도 단행했다.

서울 이태원을 비롯한, 부산 광주, 전주 대구 등 핵심상권에 기존 매장보다 세배 이상 큰 메가 스토어 10여 개를 구축했다. 대표적으로 이태원에 오픈한 직영 메가스토어는 지상 3층 총 134평 규모로 국내 소비자 뿐 아니라 해외 고객들도 붐비기 시작했다. 현재는 인근 지역에서 ‘나이키’ 다음으로 높은 매출 규모를 올리는 지역 명소로 자리잡았다.

기존 리테일(소매) 방식에서 벗어나 폴더, ABC마트, 슈마커, 핫티 등 홀세일 방식도 도입했다.  무신사 등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채널과의 협업 등 다양한 유통 접근을 시도한 것도 신의 한 수가 됐다.

‘휠라’의 부활은 자연스럽게 ‘휠라키즈’, ‘휠라인티모’ 등의 사업 실적 개선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휠라’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휠라키즈’가 내년 성장 가능성이 높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 집무실에는 계영배(戒盈杯 넘침을 경계하는 잔)가 항상 비치되어 있습니다. 계영배에는 7할 이상 물을 채우면 밑으로 흘러 버립니다.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하기 위함이죠. 그래서 아직은 신규 사업을 논하기 보다 ‘휠라’와 ‘휠라키즈’의 안정적 성장에 노력할 계획입니다. 이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사항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