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시장, ‘새로운 질서’가 선다
2017-11-21강경주 기자 kkj@fi.co.kr
글로벌 SPA, 국내 메이저, 스트리트 캐주얼 3파전
M&A 등 합종연횡…시장 이끄는 메이저 그룹 재편
트렌드 이끄는 스트리트 캐주얼 신진 세력으로 주목

캐주얼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유니클로’를 선봉으로 한 글로벌 SPA, 국내 메이저 그룹, 온라인을 거점으로 삼은 신진 세력 스트리트 캐주얼의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커버낫’ ‘앤더슨벨’ 등 스트리트 캐주얼은 온라인 채널 ‘무신사’를 거점으로 시장의 한 축으로 성장했다. 사진은 ‘커버낫’

‘유니클로’와 ‘스타일난다’의 등장
국내 캐주얼 시장은 IMF 이후 중저가의 이지 캐주얼로 10여 년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글로벌 SPA의 국내 진입과 온라인 채널의 대두로 급격하게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국내 진출 10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넘긴 ‘유니클로’


‘유니클로’는 2005년 9월 국내 시장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연매출 1조원의 공룡이 됐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가 성장해 1조2376억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자라’ ‘H&M’까지 글로벌 SPA 빅3의 매출 규모는 총 2조원에 달한다. 연매출 1000억원을 메이저 브랜드의 기준으로 잡았을 때 20개의 대형 브랜드가 공중으로 날아간 것이다.


이에 따라 경쟁에서 밀려난 브랜드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최근에도 더휴컴퍼니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플랙’ ‘팬콧’의 플래시드웨이브코리아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크리스패션의 ‘잭앤질’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사업을 접는다.


국내 캐주얼 시장이 ‘유니클로’와의 가격 경쟁으로 감성을 잃어갈 때 온라인 채널이 시장의 빈 공간을 채우며 급부상했다. 동대문 사입을 통해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고 여기에 새로운 온라인 채널을 결합하면서 소비자를 불러 모았다. 소비자가 움직이면서 채널 공동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전통적 유통 채널인 백화점, 가두점의 매출은 매년 하락세를 그리는 반면 온라인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갔다.


2004년 론칭한 1세대 ‘스타일난다’는 2015년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난닝구’는 지난해 1000억을 넘겼다. 이처럼 여성 캐주얼에서 시작된 온라인은 이제 ‘커버낫’ ‘앤더슨벨’의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와 ‘무신사’ 등 온라인 편집숍이 주도하는 5000억 시장을 탄생시켰다.


‘MLB’는 꾸준히 10대 소비자의 취향을 놓치지 않으면서 2000억규모의 메이저 브랜드로 성장했다


M&A, 시장의 조류를 바꾸다
최근 캐주얼 시장을 뒤흔든 조류는 M&A다. 이업종의 자본과 메이저 수출 기업이 국내 패션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한세실업과 엠케이트렌드(현 한세엠케이)의 합병은 단연 화제였다. 탄탄한 소싱 기반을 갖춘 글로벌 기업인 한세실업이 에프알제이에 이어 메이저로 꼽히던 엠케이트렌드까지 품에 안은 것.


에프알제이가 부도를 맞으며 인수된 것과 반대로 엠케이트렌드가 외형 3000억원 규모에 경영상태 또한 양호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각도 뒤따랐다. 패션경영 전문가인 김묘환 CMG 대표는 “국내 패션시장은 이미 글로벌 시대로 진입했기 때문에 마케팅과 소싱, 재무 사업 전반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미래성장이 가능하다. 이런 배경에서 수출과 내수의 강자들이 하나로 뭉쳐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YK038을 인수한 대명화학은 M&A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활약했다. 전신인 KIG그룹은 투자지주회사로 2000년 이후 공격적인 M&A로 IT·패션·유통·화학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현재 모다아울렛, 코웰패션, 케이브랜즈, 머스트비, 코즈니에 이르기까지 패션·유통 부문에서 올해 1조6000억원을 목표로 하는 메이저 그룹이 됐다.




메이저 캐주얼, 시장 이끄는 선두주자로

M&A는 캐주얼 시장의 메이저 그룹을 재편했다. 자체 제조업 인프라를 갖춘 캐주얼 강자 신성통상(대표 염태순), M&A로 힘을 얻은 한세엠케이(대표 김문환)와 대명화학의 케이브랜즈(대표 엄진현), 디자인·기획력을 선도하는 에프앤에프(대표 김창수) 등이 메이저 그룹을 이뤘다.

신성통상은 제조 인프라가 브랜드 성장의 토양이 됐다. 자회사 에이션패션의 ‘폴햄’은 올해 1800억원, ‘엠폴햄’이 600억원의 연매출이 예상된다. 올해 2000억원 매출이 예상되는 SPA ‘탑텐’까지 3개 브랜드에서 4000억을 훌쩍 넘겨 메이저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 TD ‘올젠’까지 합세하면 그 규모는 5000억까지 커진다.

신성통상은 외형 확장과 함께 지난해부터 각 브랜드의 효율화 작업과 내실 강화에 주력했다. 양날의 칼일 수 있는 대물량의 재고 부담을 해소하고자 생산량을 조절했다.

‘폴햄’은 올해 상품회전율이 6.4회전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지난해 신성통상의 회전율은 4.1 회전 수준으로 전년대비 50% 가량 높아졌다. 영업이익은 150%나 늘었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은 “글로벌 진출도 멀지 않았다. 국내 외형이 5000억원은 되어야 해외 시장에 도전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규모를 키운 만큼 넥스트 스텝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M&A를 통해 체질개선 등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한세엠케이는 내년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건다. 이미 시장에서 브랜드력을 인정받아온 만큼 한세의 제조 인프라를 활용해 확실한 메이저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매스 타깃의 진캐주얼 ‘TBJ’는 SPA를 청사진으로 삼고 그 비중을 높인다. ‘버커루’ ‘NBA’ ‘앤듀’ 등은 스텝 바이 스텝으로 늘려간다.

김영윤 ‘버커루’ 사업부장 상무는 “소싱 인프라가 탄탄한 한세실업의 제조 기반을 활용하면 원가율을 최소 10% 이상 낮출 수 있다. 이는 곧바로 브랜드의 수익으로 연결된다”라며 “‘버커루’는 올해 생산량을 15%가량 낮추며 아웃렛·온라인 활성화로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다. 내년부터는 한세실업과의 시너지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케이브랜즈는 M&A로 1600억 규모의 패션 기업이 됐다. 자체 론칭이 아닌 인수·합병으로 일군 성과다. 2008년 ‘겟유즈드’, 2011년 ‘닉스’에 이어 지난해 ‘흄’까지 품에 안았다. 올해 ‘겟유즈드’ 450억, ‘닉스’ 420억, ‘흄’이 550억원 매출, 지난해 론칭한 데님 멀티스토어 ‘지유샵’은 18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10여 년간의 M&A로 쌓은 자본 관리와 브랜드 운영은 케이브랜즈의 노하우다. 최근 한 식구가 된 ‘흄’은 인수 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올 상반기 전년대비 15% 이상 신장했다. 매장 확대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다.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획 생산 시스템의 변화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반응 생산 비중을 늘려 트렌드에 대비하는 한편 연 200만장의 데님을 생산하는 케이브랜즈의 노하우를 새 무기로 장착했다.


‘MLB’는 제품력 하나로 2000억 규모의 메이저로 떴다. 올해 상반기 전년대비 40%라는 괄목할 신장세를 기록했고 2250억원의 연매출이 예상된다.

특히 중국 소비자가 몰리면서 면세점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면세점이 월매출 10억원을 기록, 9개 면세점 매장에서 월 평균 매출 40억원을 올렸다. 면세점 매출의 90%는 모자다. 중국 현지에서 ‘언프리티 랩스타’ 등 힙합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MLB’의 볼캡도 덩달아 중국 젊은이의 핫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스트리트 무드에 부합하는 트렌드와 디자인을 놓치지 않으면서 단일 브랜드로 메이저 반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스테레오 바이널즈’는 다양한 글로벌 콜래보로 해외 직구 매출이 올 상반기 20억원까지 올랐다.


스트리트 캐주얼, 소비자 감성 적중
스트리트 캐주얼은 패션 시장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너나할 것없이 ‘스트리트 패션’을 차용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스트리트 캐주얼 시장은 연일 상승세다.

스트리트 캐주얼은 2000년대 후반 기성 브랜드에 식상함을 느낀 젊은 소비자의 감성을 충족시키면서 인기를 얻었다. ‘유니클로’의 등장으로 캐주얼 시장이 외형과 규모에만 매몰됐던 그 시기와 동일하다. 1세대 스트리트 브랜드인 ‘라이풀’ ‘브라운브레스’ ‘커버낫’ 등은 모두 2005~2008년 론칭해 현재까지 스트리트 패션을 대표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대부분은 이태원, 홍대 등지에서 스케이트 보드 등 유스 컬쳐와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젊은이들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들자’는 일념으로 시작했다. 과감하고 멋스러운 디자인을 연달아 내놨고 가성비와 브랜드 자체의 문화까지 갖추면서 젊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해 3만장의 다운 파카 판매량을 기록한 ‘커버낫’은 헤비 아우터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외형 100억원을 넘겼다. 이에 힘입어 오프라인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 스트리트 캐주얼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1만장의 코트, 4만장의 스웨트 셔츠, 후드 정도는 손쉽게 판매하는 ‘앤더슨벨’은 온라인과 홀세일을 기반으로 100억원 매출을 올렸다. 특히 미국 바니스 뉴욕, 홍콩 i.t 등 글로벌 바이어와 거래하면서 해외 비중이 크게 성장했다.

‘스테레오 바이널즈’는 디즈니, 코카콜라, 심슨가족, 국제우주기록보관소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기업·단체와 콜래보를 이어가며 콜래보의 대명사로 인기가 높다. 정예슬 디자이너의 ‘오아이오아이’는 남성 위주의 스트리트 시장에서 여성 취향의 디자인을 선보이며 시장 확장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외에도 ‘디스이즈네버댓’ ‘비바스튜디오’ 등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디자인과 브랜드 콘셉으로 히트 아이템을 적게는 수천장, 많게는 수만장까지 판매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높아진 인기에 홀세일 중심의 해외 진출도 늘었다. ‘스테레오 바이널즈’는 직구 소비자가 늘고 홍콩 레인 크로포드, 프랑스 콜레트에 입점하면서 해외 수출액이 올 상반기 20억원까지 상승했다. 미국 바니스 뉴욕에 입점한 ‘앤더슨벨’은 최근 공식 온라인몰 직구 매출이 전년대비 3배까지 상승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괄목할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무신사’, 캐주얼 스타 브랜드의 성장 기반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의 성장 비결은 비결은 효율성이 높은 온라인 채널에 집중하고, 제품군을 몇몇 베스트 아이템으로 축약한 ‘선택과 집중’ 전략에 있다.

소자본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보니 제품군은 그래픽 반팔 티셔츠, 스웨트 셔츠 등의 이너류에 집중하고 온라인에서 판매했다. 브랜드의 몸집을 키우기 위한 유통 확장보다는 제품 개발에 재투자해 카테고리를 넓혔다.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의 마크업은 2.5~3배수가 대부분이다. 소량 생산에 생산처가 국내인 경우가 많아 원가율이 기성 브랜드에 비해 높다. 이 때문에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망보다는 온라인을 주 무대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무신사’ ‘힙합퍼’ 등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편집숍이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무신사’는 올해 거래액 3000억원이 예상되고 있으며 W컨셉은 올해 1000억원의 거래액을 목표로 한다. 특히 ‘W컨셉’은 지난달 사모펀드 IMMPE에 612억원에 인수되며 그 성장 가치를 인정받았다. ‘29CM’도 2011년 GS홈쇼핑이 인수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스트리트, 디자이너 브랜드와 더불어 제도권 브랜드들도 속속 입점하는 추세다. 구매력이 있는 젊은 소비자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휠라’는 올 여름 ‘무신사’에서만 월 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월 최고 10억원 매출을 기록하는 등 새로운 온라인 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성통상의 ‘탑텐’은 제조 베이스의 경쟁력으로 올해 2000억 고지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판세 바뀐 캐주얼, 넥스트 스텝은?
전문가들은 “캐주얼 시장은 다가올 봄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겨울이 계속되던 캐주얼이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하나둘 나타났기 때문이다.

섬산련의 ‘2017년 한국패션시장 결산 및 2018년 전망’ 자료에 따르면 캐주얼의 성장세(5%)가 전 복종중에서 가장 클 것으로 점쳐졌다. 시장 규모 또한 15조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조사에서는 백화점, 가두점 등 전통적인 유통 채널의 영향력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무신사’ 등의 온라인 편집숍과 스트리트 캐주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주얼 시장은 그 영역이 방대하다. 한국 패션은 아웃도어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경험하면서 이를 몸소 체험했다. 소비자들은 아웃도어 브랜드를 기능성이 탁월하고 ‘캐주얼’하게 입는 제품으로 인식했다. 이처럼 남성복, 여성복,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모든 복종이 캐주얼을 내포하고 있다.

이제 캐주얼 기업들은 2가지 갈림길 앞에 서있다. 스트리트 캐주얼처럼 젊은 소비자에 감도를 충족시키는 정체성이 확실한 브랜드가 될 것인지, 혹은 아웃도어와 스포츠까지 아우르는 기능성을 갖춘 볼륨 브랜드로 성장할 지.

전개 방식도 다변화가 요구된다. 특히 중국 시장은 현지의 파트너 기업과 손을 잡고 공략하는 B2B가 유리할 수 있다. 이랜드의 성공 이후 많은 패션기업이 직진출로 중국을 두드렸지만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이랜드도 벽에 부딪히며 유통으로 최근 사업 방향을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