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코드’ 5년, 이룬 것과 이뤄야 할 것

2017-09-25 이채연 기자 leecy@fi.co.kr

진일보한 콘텐츠, 비즈니스는 제자리

60% 넘던 중국 바이어, 사드 정국에 발목 잡혀
日, 동남아 바이어 유치 집중했지만 만족도 떨어져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의 의류 및 액세서리 전시회 '패션코드 2018 S/S'가 이달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열렸다.


부대행사로 열린 패션쇼. 컬렉션 완성도와 실속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은 '퍼스타드' 패션쇼

'패션코드'는 글로벌 K-패션 브랜드 육성을 목표로 2013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주최,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 원장직무대행 강만석)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이하 CFDK, 회장 송지오) 공동 주관으로 연 2회 진행되고 있다. 올 봄 상담 수주액 규모는 95억 원이다.

이번 전시에는 여성복 31개, 남성복 10개, 유니섹스 6개, 잡화 26개, 아동복 1개,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와 101글로벌&PMQ 소속 각 20개, 14개 브랜드를 비롯해 4개 해외 브랜드 등 총 112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상담 중인 참가사들. 폐막 직전 30여 참가사 대상 인터뷰 결과 행사기간 3일 평균 상담 건 수는 3회, 패션쇼를 진행한 경우 6회 안팎이었다.

참가 브랜드 컬렉션 완성도 진일보
이번에 112개 브랜드가 보여준 컬렉션은 지난 5년 동안의 전시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는 것이 참관자들의 중론이다. 현장에서 만난 국내외 바이어와 미디어, 참가 브랜드 디자이너 스스로도 상품 구색의 한계는 있었지만 개별 아이템 완성도는 분명 진일보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온라인 패션 전문몰 MD는 "창업 디자이너 브랜드와 홀세일러 부스가 뒤섞이고 습작 수준 제품도 많았던 초창기 전시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외 패션위크, 트레이드쇼에서 성과를 올리고 내수시장 파이를 키우고 있는 메인그룹, 상대적으로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프런티어 그룹이 어우러져 K-패션의 역동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사진 위> '네이비팩토리' 패션쇼 <사진 아래> '어거스트 얼라이브' 패션쇼


행사 기간 10회에 걸쳐 총 12개 브랜드가 참여한 패션쇼는 작은 규모였지만 수주를 지원하기에는 충분했다. 현장 미팅에 앞선 사전 매칭에서 바이어들은 패션쇼 진행 브랜드에 더 큰 관심을 보였고 실제 상담 건수도 패션쇼 진행 브랜드가 부스만 참가한 브랜드 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한 참가 디자이너는 "작지만 본질에 충실한 이런 기회가 더 늘어나야 한다. 비용과 흥행에 노심초사하다 정작 스포트라이트는 셀럽에 돌아가게 되느니 실속 있는 트렁크쇼가 낫다"고 말했다.


<사진 위> 패션코드 미디어 아트월 <사진 아래> 디자이너 브랜드 아트워크 엽서 전시


처음 행사 장소로 선택한 성수동 에스팩토리에 대한 긍정 평가 또한 많았다. 공장지대에서 젊은 창작자들이 모이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성수동이 '패션코드'의 지향점과 결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전시장 입구의 미디어 아트월이나 참가한 디자이너 브랜드 아트워크 엽서 전시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눈길을 모았다.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안팎으로 어수선한 상황이 연출된 점은 옥의 티. 대행사의 운영 미숙으로 전시장은 한산한데도 행사장 주변은 교통 체증에 시달렸다.


패션 전문 수주회? 패션문화장터?
참가사의 수준이 상향평준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패션코드'는 여전히 행사의 성격과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정부 지원 예산과 규모가 작지 않으나 참가사도, 참관자도 '패션코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첫 행사 이후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춘 B2B 수주회'가 되어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개막 당일 오후 2시 전시장 내부. 상담 중인 바이어나 참관객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콘진이 스스로 정의하는 '패션코드'의 정체성, '아시아 최대 패션문화 마켓'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지원 행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민이 참여하는 축제'에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사실 이번 행사 프로그램 중 일반에게 개방된 것은 패션쇼뿐 이었고, 이마저 패션 전공 학생들의 단체 참관이 상당부분 차지했다. 인근 주민은 물론 성동구에 본사를 둔 패션기업들도 '패션코드'라는 행사 자체를 모르거나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수주 상담도 참가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폐막 직전 30여명의 참가사 대표 인터뷰 결과 참가 브랜드와 디자이너 인지도에 따라 차이가 컸으나 평균 상담 횟수는 2~3회, 패션쇼를 진행한 경우는 5~6회였다. 이는 사전 매칭이 이뤄진 결과. 바이어들은 행사 전 이미 포트폴리오를 보고 상담 부스를 결정하고 방문했기 때문에 행사장에서 즉석 상담이 이뤄졌더라도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은 사례를 찾기 힘들었다.   


전시장의 한산함과는 반대로 '패션코드'가 열리는 3일 내내 전시장과 맞닿은 좁은 도로는 체증에 시달렸다. 인근 공장과 사무실 민원도 적지 않았던 듯 수시로 주차위반 단속 차량이 나타났다.


서울패션위크와의 기간 및 바이어 연계 중단도 다시 한 번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패션코드'는 올 봄 행사까지 수차례 '서울패션위크' 기간 중 개최해 바이어 연계를 도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중동지역 바이어들의 S/S시즌 구매 시기에 맞춰 일정을 앞당겼다. 지난 시즌까지 중국 바이어 비중이 60%에 육박했지만 최근 사드 정국으로 중국 바이어들의 대규모 참관을 기대하기 어려워져 일본, 동남아 바이어 유치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번 '패션코드'의 주요 초청 바이어는 일본 셀렉트숍 '어반리서치', 쿠웨이트 에스스타일그룹, 필리핀 벤치그룹의 셀렉트숍 체인 '어셈블리' 등이었다.


서울패션위크 쪽에서 유치한 바이어를 '패션코드'에 방문하도록 독려하지 않아 연계 효과가 미미하다는 판단도 깔려있었다. 결과적으로 4000달러 가량의 현장 수주를 받는 등 소기의 성과를 올린 참가사도 있었지만 산업부 지원 '인디브랜드페어', 서울시 주최 '서울패션위크'의 사이에 낀 일정과 홍보 부족으로 국내외 바이어, 패션기업 모두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한 참가사 대표는 "프로그램 구성도 바이어 매칭 위주이고, 소비자 판매는 이뤄지지 않는데 굳이 '패션문화마켓'으로 홍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참가사 대부분 네트워킹이 필요한 스타트업인 만큼 미팅 희망 국내외 바이어, 패션기업을 조사해 그들을 타깃으로 한 집중 홍보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 위> '네이비팩토리' 패션쇼 <사진 아래> '어거스트 얼라이브' 패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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