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SM, YG를 찾습니다
2017-09-15정인기 기자 ingi@fi.co.kr

정인기 패션인사이트 국장


브랜딩, 수주, 무역, 소싱으로 ‘DB’ 성장시킬 매니지먼트 절실

요즘 국내 패션시장은 ‘디자이너 브랜드(DB)’가 넘쳐나고 있다. 2011년에 첫 선을 보인 ‘인디 브랜드페어(IBF)’가 8회째를 거치면서 이 행사를 통해서만 1000여 개 브랜드가 시장에 배출됐다. IBF외에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하는 ‘패션코드’, 서울시의 ‘서울패션위크’ 등 관련 전시회를 통해 매년 200여 개 브랜드가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자기만의 유니크한 감성과 차별화된 아이덴티티로 무장한 이들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시장에 신선한 자극이 됨은 물론 국내외 온·오프 리테일러를 통해 판매중이다. 이 가운데는 연매출 100억원을 상회하며 스타 브랜드로서 입지를 자랑하고 있다.


파슨스와 FIT, 세인트 마틴 등 세계적인 패션스쿨에서 한국 학생들의 비율과 우수한 역량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또 국내 유력 패션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실력파들까지 이들 ‘디자이너 브랜드 세력군’에 가세하면서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분명 한국 패션산업의 중심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디자이너 브랜드의 성황을 마냥 보랏빛 희망으로 바라보긴 어렵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부는 스타 브랜드로 성장해 수익도 확보하고, 또 메이저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 등을 통해 지속생존을 보장받고 있지만, 대부분 디자이너들은 여전히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메이저 백화점들이 ‘팝업 스토어’나 ‘전용 매장’을 제공해 판로를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이는 순기능보다는 역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다음 시즌에 대비해 샘플을 개발하고, 이 샘플을 통해 수주를 받는 B2B 시스템이 바람직하지만, 재고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무책임한 리테일러들 탓에 재고 리스크는 고스란히 디자이너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해외 사업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산업부와 서울시, 대구시 등 정부와 지자체에서 디자이너들의 해외 전시회 참가를 지원하고 있지만, ‘부스비 지원’에만 그치고 있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확률은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해외 전시회에 나가 좋은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더라도, 높은 수주가격과 불안정한 공급시스템의 한계로 무너지기 일쑤다.


패션기업, 플랫폼 사업 시작할 때
한류가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것은 무엇보다 국내 연예인들의 역량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별 연예인들의 역량을 따지기 이전에 SM엔터테인먼트, YG, JYP 등 매니지먼트사의 역할도 적지않았다. 될 성 싶은 재목을 발굴해 양성하고, 중장기 기획을 통해 팀을 결성하고, 이들을 브랜딩하고 최적의 채널을 통해 데뷔시키고 유통하는 매니지먼트 스킬이 뒷받침됐기에 ‘한류’의 글로벌화가 가능했다.


이제 다시 패션산업으로 눈을 돌려보자. 음반이나 드라마처럼 출시와 동시에 흥행이 결정나거나 한 두 시즌에 대박 브랜드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미래성장 콘텐츠로서 ‘패션 브랜드’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 천에 이르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이미 국내 온라인 편집숍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서 살아남은 브랜드의 실력 또한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패션 브랜드 매니지먼트 사업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르돔’ ‘차오름’과 같은 정부 지원사업을 비롯 ‘서울쇼룸’ ‘101글로벌’과 같은 민간 기업들도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세일즈랩’과 같은 핵심 소프트웨어를 등한시한 탓에 한계가 있고, 민간 기업은 지나치게 높은 거래수수료, 체계적인 운영시스템 부족 등으로 성공모델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외 패션산업은 최근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제조업시대에서 리테일시대로, B2C 중심에서 B2B가 더해진 시대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다시 모바일로.


전환기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순차적인 가치사슬을 풀어가는 전통산업과 달리 플랫폼이 지배하는 지금은 각자가 가진 강점을 어떻게 네트워킹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드냐가 중요하다. 디자이너 브랜드와 같은 핵심 콘텐츠에 가치를 불어넣고, 결과적으로 패션산업을 융성시킬 패션업계 SM, YG와 같은 기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