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웨어 시장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말한다
2017-07-15김묘환 컬처마케팅 그룹 대표 
언제까지 첩첩산중(疊疊山中) 육간대청(六間大廳)을 지을텐가
김묘환 컬러마케팅 그룹 대표


"아직도 40대, 50대가 주도하는 90년대 어덜트 골프웨어를 구현하려 하는가. 새로운 시장과의 ‘동기화’가 필요하다. 혁신이 이뤄진 골프웨어 시장은 패션업계에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카테고리의 확장과 더불어 숙원인 글로벌화 기회까지 제공하리라 믿는다. 아웃도어가 촉발시킨 ‘노는 사람’ 라이프스타일 역시 카테고리가 분화돼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담보 할 것이다.한국 패션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

1년 전 <패션인사이트> 지면을 통해 당시 국내 패션업계의 뜨거운 화두였던 골프웨어 시장 성장세에 대해 우려가 섞인 조심스런 전망을 해보았었다. 그 내용을 관심 있게 지켜 보았던 업계인이라면 ‘국내 골프웨어 시장은 성장할 것이지만 지속 성장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라는 당시의 결론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잇따라 발표된 글로벌 리서치 기관의 시장 예측 자료만 참고해도 골프는 이미 관람형 프로스포츠 혹은 소수를 위한 레저의 범주를 넘어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골프는 소득, 연령, 성별에 관계없이 현대인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 잡았고, 주니어를 포함한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사실이다.

이러한 시장 배경을 토대로 지난 2, 3년 사이 국내 패션기업들의 골프웨어 시장 진입이 러시를 이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은 업체가 참여한 2017년 시즌에 대한 평가는 모든 브랜드에서 다른 장르에 비해 유의미한 성과를 찾기 힘들 정도다.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실적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업계는 저조한 실적을 내게 된 원인이 최근 일년여간 벌어진 혼란한 국내 정치상황과 여러 위협요인으로 인해 시장이 소극적으로 반응한 것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유가 작용하지 않았다고 100%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내부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혁신하려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시절이 돌아와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뿐이다.


경영에는 논리와 과학이 필요하다


지난 4월 서울대스포츠산업연구센터가 유원골프재단의 의뢰를 받아 연구 발표한 ‘한국골프산업백서 2016’을 보면 국내 골프시장의 배경과 방향성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백서는 실제 가치망(Value Network)을 중심으로 시장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기도 하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동인과 방향성에 대해서 네비게이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국내 패션기업들도 한번쯤은 정독해야 할 자료라고 생각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전국 골프장 내장객 수는 3672만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 전국 골프장 현황 및 내장객 통계’에 따르면 196개 회원제 골프장의 내장객은 1706만 명인데 비해 퍼블릭 290곳의 내장객은 1966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3541만 명보다 약 131만 명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해는 최초로 퍼블릭 골프장의 내장객이 회원제를 추월했다. 백서에서 추정한 국내 골프시장 규모 11조4529억원을 바탕으로 회원권 시장 15조6400억원, 패션시장 3조원, 골프 해외여행 6조200억원을 포함하면 국내 골프시장 규모는 파생 시장까지 더해 36조원에 달한다. 국내 어떤 스포츠와 비교해도 가장 큰 규모의 시장이다. 골프를 하나의 산업으로 다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하나, 2015년 기준 전체 골프인구 중 필드인구를 제쳐버린 스크린 골프 이용자와 관련해 지난 5월 산업경제원이 발간한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 해부’ 자료를 보자.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스크린골프장의 시장 규모는 약 1조200억원으로, 인도어 연습장이라고 하는 실외연습장 시장 8122억원과 피트니스와 결합한 실내연습장 시장 1430억원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스크린골프장의 파생 시장인 골프 용품, 골프장 운영, 시설 관리 등의 규모도 1400억원이 넘는 등 스크린골프 시장이 필드골프와 함께 전체 골프시장을 견인하는 쌍두마차 역할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지난 4월 공개한 2016년 골프장 경영실적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장 265개의 영업 이익률은 12.1%로 11.3%던 2015년보다 0.8% 포인트 증가했다. 접대 골프와 연관성이 적은 대중 골프장의 영업 이익률은 29.2%에 달했다. 이는 청탁금지법이란 악재를 만났음에도 2015년(28.5%)보다 0.7% 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이러한 자료들을 검토하면서 우리 패션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여러 측면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패션업계 전반에 걸친 비과학적 ‘나홀로 경영’ 행태가 한눈에 드러난다는 점이다. 앞서 거론한 ‘한국골프산업백서’를 발간한 유원골프재단에 대해서 알고 있는 패션 업계인이 얼마나 되는지 묻고 싶다. 유원골프재단은 우리가 ‘골프존’이라 부르는 스크린골프업계 대표기업 사주가 골프산업 인재육성, 도전과 나눔실천을 목적으로 2015년 개인재산을 출연해 만든 공익재단이다. ‘골프존’은 한때 시장점유율 60%를 상회하는 과점기업이었고 지금은 25%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스크린골프 대표주자라고는 하나 2016년 기준 매출액이 채 2500억이 안 되는, 패션 업계입장에서 보면 중진기업 규모 정도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이 회사가 경영의 규모와 관계없이 자신이 속한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하며 공익재단을 만들고 투자해 생산한 정보를 경쟁자와도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패션업계는 이런 자세를 부러워하고 따라야 마땅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국내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가지고 있는 백 데이터 중 이처럼 골프업계가 가지고 있는 시장의 논리적 배경부터 밝힌 것이 있는지, 그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출범시킨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골프웨어 시장은 이미 포화?


최근 패션시장이 ‘골프’라는 특정 스포츠에 매료된 이유는 수년 전 아웃도어가 붐을 이룬 것과 마찬가지로 우선 여가시간 증대와 소득 확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골프가 현실감이 비약적으로 진보한 스크린골프라는 새로운 형태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다가왔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혁명의 영향이 현재 라이프스타일에 적극 반영되면서 스포츠의 경계를 허물고 일상 속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는 도시형 레저로 확산됐다.

우리 패션업계가 대응한 골프시장은 어떤 모습인가. 국내 패션시장에서 골프웨어 장르의 역사를 살펴보면 1980년대 군사정부의 골프장개발 붐에 편승, 대기업 중심으로 브랜드들이 태동했다. 그러나 소수 계층을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시장을 열어가진 못했었다. 이후 올림픽이 개최되고, 생활스포츠가 확산되는 분위기에 맞춰 90년대 소위 가두점 중심의 ‘어덜트 골프 캐주얼’이라는 중장년 대상 시장이 열렸지만 IMF를 겪으면서 대부분 축소되거나 소멸되는 불행을 맞이했다. 그야말로 십 수년간 업계에서 잊혀진 신세였다. 이랬던 골프웨어가 최근 2, 3년 사이 다시 불붙기 시작하자 업계는 ‘아웃도어 시장의 붕괴를 대체할 새로운 기회’이거나 ‘지리멸렬하는 한국 패션산업의 새로운 앵커 포지션’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 같다. 아웃도어 시장 7조를 이끌었던 국내 등산인구는 1500만 정도로 추산된다. 골프인구가 550만 정도 된다니 골프웨어 시장 적정규모는 보수적으로 계산해 인구대비 아웃도어 시장의 1/3 규모가 적정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이미 국내 골프웨어 시장은 포화 상태라고 보아야 할까.  연령이나 소득 등 가중치 요소를 대입해서 긍정적으로 산출해 아웃도어 시장의 절반 정도로 잡는다면 당장 2018년을 포화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 골프웨어 업계가 시장을 대응한 방식은 어떠했을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나 업계 관계자들 스스로도 처한 현실이 같으면서 다른 경쟁자의 대응방식을 궁금해 한다. 그러나 더 이상 궁금해 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똑같이 지난 세기의 어덜트 골프캐주얼에서 진화된 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똑같은 기획자, 똑같은 채널, 똑같은 마케팅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골프브랜드들이 내세우고 있는 스타일 앤 퍼포먼스, 라이스타일 스포츠 같은 마케팅 구호만 보아도 그렇다.


골프웨어는 시장기회를 제대로 포착했나


현실을 보면 국내 골프웨어 시장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일 수 만은 없다. 그런데도 왜 국내 패션시장에선 그렇게 골프웨어에 과잉 반응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골프 시장과 국내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시장의 방향성에 분명한 접점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가 추산하는 스포츠 인구는 등산인구 1500만을 필두로 골프인구 550만, 바이크 인구 1300만, 낚시 인구 800만, 탁구 500만, 배드민턴 230만 등이다. 주 5일제 근무와 베이비 부머 은퇴 등의 요인으로 사회체육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양상이다. 사회체육 인구 증가가 파생시키는 시장기회는 단순한 스포츠 시장 확대와는 배경 자체가 다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국내 패션 업계에 주어진 기회를 살릴 수 있느냐의 시금석이 골프웨어 마켓에 있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금 국내 패션업계가 생각하는 골프웨어 마켓은 기본적으로 골프라는 뚜렷한 목적성을 지니고 착용자에게 스타일리시한 퍼포먼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류, 신발 및 기타 액세서리를 포함한다. 아웃도어 시장에서도 경험한 실패이지만 대부분의 패션인들은 가장 기본이 되는 시장의 사이즈에 대해 의식을 하지 않는다. 앞에서 골프존이란 기업을 부러워하고 학습해야 된다고 말했지만 시장을 구성하는 타깃의 사이즈는 얼마나 될지, 중심 연령층이나 지역, 인당 구매력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 소비과학의 기초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저 본능적 감각에 의존한다. 본능적 감각도 듣기 좋은 말일뿐, 폄하해서 말하자면 잘 팔린 브랜드의 그것을 복제하는 수준이 최고의 전술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국내 시장에서 단순히 수치로 드러나는 골프 붐에 편승하려는 시도가 여전함은 시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안심리를 지우지 못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성장곡선은 상향 할 것이다.


패션은 감각산업이 아니다


새로운 시장이 조성되는 시점에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할 일은 패션이 감각산업이 아니라 첨단 과학을 적용해야 하는 산업이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대체 표적이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얼마만하게 있는지도 모르면서 출범시키는 브랜드는 김정은이 공중에 미사일을 발사해놓고 웃으며 전세계를 위협하는 상황과 마찬가지로 웃픈 코미디다. 이 말을 반박하는 골프웨어 업계 종사자가 등장한다면 당신의 타깃에 대한 설명을 간곡히 부탁한다. 당신의 타깃이 필드 플레이어인지, 스크린 플레이어인지부터 당신의 브랜드는 타깃 미스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로 지금 당장 키 스텝들을 분석해 보라. 어떤 경력에,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전부 전 직장이 골프브랜드일 가능성이 높은 대체 인력은 아닌지. 하고 있는 일이 전부 어덜트 골프캐주얼에 매몰되어 있을 수도 있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다. 90년대의 어덜트와 백세시대인 지금의 어덜트는 가치관과 행동 양식에 차이가 있다는 분명한 사실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골프백서에서 밝힌 주요 골프연령은 43세다. 90년대엔 확실히 어덜트 캐주얼 브랜드들의 메인 타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43세를 어덜트라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들은 아직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이거나 싱글 세대주이거나 YOLO일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타깃의 에러가 오조준을 하게 만들고, 시장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큰 이유다.


새로운 시장과의 ‘동기화’를 준비하자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시기의 늦음을 탓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다.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지금의 시장환경에 적응하고,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길러내야 할 때다. 골프존이 설립한 유원골프재단처럼 말이다. 남의 집 구들장 빼다 우리 아랫목 만드는 방식으론 마을을 만들 수 없다. 산속에 혼자 육간대청(六間大廳)을 지은들 찾아오는 이가 없다면 폐가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

마지막으로 시장과 소통하는 체계 구축을 주문하고 싶다. 아직도 40대, 50대가 주도하는 90년대 어덜트 골프웨어를 구현하려 하는가. 새로운 시장과의 ‘동기화’가 필요하다. 적어도 현재의 스포츠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다고 할 때, ‘내가 같이 즐기지 못하는’ 비즈니스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금 대두되는 골프웨어 시장은 분명히 ‘라이프스타일 시장’이다. 혁신이 이뤄진 골프웨어 시장은 패션업계에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카테고리의 확장과 더불어 숙원인 글로벌화 기회까지 제공하리라 믿는다. 아웃도어가 촉발시킨 ‘노는 사람’ 라이프스타일 역시 카테고리가 분화돼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담보 할 것이다.

한국 패션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 단지 그 과실을 차지하기 위한 방법의 차이가 성패를 가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