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웨어 시장, 성숙(成熟)과 조숙(早熟)의 경계에 서다
2017-07-15이채연 기자 leecy@fi.co.kr
‘골프웨어 X 성인 캐주얼’ 융합해 볼륨화 성공

오리진 잃어버린 볼륨 캐주얼화로 변별력 잃어




 
군웅할거(群雄割據). 지금의 국내 골프웨어 시장 상황이다.

특히나 골프웨어와 어덜트 캐주얼, 일부 아웃도어 브랜드 소비층까지를 겨냥해 혼전 중인 노면상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브이엘엔코, 신한코리아, 크리스에프앤씨, 한성에프아이 등 노면상권에서 기반을 잡은 볼륨 골프캐주얼 기업의 밭에 K2와 같은 아웃도어 기업, 형지와 위비스 등 어덜트 캐주얼 중견사, 여기에 백화점을 주력유통으로 가져가던 대기업까지 뛰어들어 시장이 요동친다. 공급과잉을 우려할 정도의 공략지가 된 이유는 분명하다. 그곳에 매출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수익구조가 좋은 대리점이 성장 기반이다. 실제로 새 패션 브랜드 등장이 눈에 띄게 줄어든 최근 5년 사이 골프웨어 시장에서는 연매출 1000억 대 브랜드가 타 복종 대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나왔다. 


올해 골프웨어 시장규모 3조 3000억 전망

국내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골프웨어 시장은 2011년 이후 꾸준히 2000~3000억씩 몸집을 불려왔다. 신규 브랜드가 쏟아진 올해 골프웨어 업계에서 추산하는 규모는 최대 3조5000억원이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패션 시장 성장률을 웃도는 수치다.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으로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연간 2회 발표하는 한국 패션시장동향 조사 자료에서도 골프웨어를 포함한 스포츠복 소비자 구매율은 5년 연속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골프웨어 시장은 최근 2년 간 거의 유일한 성장동력을 가진 복종으로 꼽히기도 했다. 상품 구성으로 보나 주요 소비자층으로 보나 성인 캐주얼과의 융합 현상이 뚜렷해 단기 전망이기는 하나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분석했다. 장년, 노년층 인구 증가도 이 시장에게만큼은 호재다.




‘일상복’이 된 골프웨어


지금의 골프웨어(적어도 볼륨 시장에서는)는 필드를 누비기 위한 운동복이 아니라 성인용 데일리 캐주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아웃도어 시장 규모가 정점을 찍고 하향세를 타는 동시에 골프웨어 시장이 부흥의 기치를 들었다는 점에서 골프웨어 시장을 ‘포스트 아웃도어 시장’으로 부르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한 자료를 통해서도 골프웨어가 일상복으로 아웃도어 의류를 구매하던 소비자 상당수를 흡수한 것으로 드러난다. 스포츠 웨어는 트렌드를 주도하긴 했지만 아웃도어 침체의 영향으로 지난해 시장 규모가 직전년도대비 7.9% 줄은 7조3200억원으로 추산됐다. 줄어든 규모와 거의 동일한 수치를 골프웨어와 SPA, 보세 상품이 나눠가졌다. ‘골프 캐주얼’이 보편 전략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라이프스타일’을 붙여 데일리 캐주얼 대열에 합세하고 있다. 하지만 ‘디스커버리’를 제외하고는 성공 모델을 찾기 어렵고 충성스러운 고객층이던 중장년 세대는 골프웨어 브랜드에게, 젊은층은 스포츠 브랜드에 빼앗겨 힘겨워 보인다.


또 하나, 골프 캐주얼 실 구매층의 핵심을 이루는 50대가 아직까지는 인터넷과 모바일 쇼핑을 보편 채널로 이용하지 않고 있고 글로벌 SPA 브랜드와도 맞붙어 볼 기회가 없었다는 점도 골프 캐주얼에겐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캐주얼화·가성비에 정체성 실종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골프 캐주얼’ 전략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골프웨어만의 분위기에 이끌린 고객들을 관리할 체계적 전략도 없이 변별력만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어덜트 캐주얼이 내놓는 골프웨어 라인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판에 오히려 골프웨어는 어덜트 캐주얼과 정확히 순서만 바뀐 전략에 매몰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가성비 타령이 골프웨어 브랜딩을 망쳤다. 그저 브랜드 로고만 새겨진 초고가 ‘PXG’에 열광하는 두잉 골퍼들을 보라”는 한 업계 임원의 이야기는 성숙하기도 전에 조숙해 버릴 처지에 빠진 골프웨어 시장의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