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패스트패션’新 소비문화가 뜬다

2016-06-01 김소희 대표 malcombridge@empas.com


Gloverall


현재 SPA 패션은 여태까지 품질 미달, 환경 오염과 소년 노동자 남용 등 문제 때문에 각계에게 비난을 받아왔다. 현재 국제 SPA 브랜드의 인기는 중국에서 점차 둔화되는 추세다. 올해에도 전년 대비 10%나 하락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대도시에서는 SPA 패션 브랜드들이 점점 위축되는 반면 ‘슬로우 패션’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SPA 패션에 비교하면 슬로우 패션은 또 다른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한다. 소비자들이 근원이 불투명하고 여러가지 가공을 거친 의류에 대해 흥미를 잃는 추세다. 도덕적이고 오래 입을 수 있고 개성 있는 의류와 액서사리를 선호한다.

SPA 브랜드들은 몇 년간의 빠른 성장기가 지나면서 초기에 중국 소비자들에게 준 좋은 이미지들이 점점 약화되는 추세다. 소비자들 소비관념이 성숙해지고 세계 경제가 불경기로 접어들면서 슬로우 패션은 대도시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15년에 타오바오 TOP 브랜드로 올라선 ‘인만’ 또한 얼마 전 자신의 ‘슬로우패션’ 시리즈를 출시했다. ‘인만’소속 그룹은 광저우 이메이로, 창립 때부터 타오바오 브랜드로 론칭됐다. 2015년도 타오바오의 총매출 금액은 약 7억6000만 위안(한화 1330억), 순이익은 약3800만 위안(한화 66억)을 도달했다. ‘인만’의 제품들은 2015년 쌍십절 하루에 1억2000만 위안(한화 210억)의 기록으로 타오바오 여성복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한국패션에도 얼마 전부터 제 3의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백화점이나 대리점을 중심으로 하는 브랜드 상권과 재래시장 상권이 양분하던 한국에 이른바 ‘디자이너’ 시장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 새로운 디자이너들의 옷은 에이랜드와 무신사, 29CM 등 이른바 ‘신진 디자이너 숍’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이들의 제품은 우선 백화점 브랜드에 비해서 다소 저렴하다. 그리고 재래시장 제품에 비해서는 남다른 깊이를 보여준다.

특히 이들의 깊이는 무엇보다 ‘연구’에서 비롯된다. 스타 급 신진디자이너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히스토리’와 ‘디테일’에 대한 집중이다. 일례로 최근 인기를 모으는 ‘스카잔’이란 점퍼는 일반 시장에선 그저 별다른 이름없이 팔리지만 신진 디자이너 존에서는 그  역사와 배경이 자세하게 다뤄지며 오리지널 이름인 ‘스카잔’이란 이름으로 붙여 판매된다. 이들은 오리지널에 깊은 가치를 둔다.

이런 현상은 사실 신진 디자이너존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왜 우리는 그저 평범한 스트라이프 셔츠 중에서도 ‘세인트 제임스’라는 오리지널에 열광하며, 평범한 더플 코트 중에서도 ‘글로버올’이란 오리지널에 열광하는 걸까. 많고 많은 항공 자켓 중에서도 영화 <탑건>의 오리지널이라 불리는 ‘아비렉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옷이란 흐름은 이미 패션시장 전반에 퍼져 있다. 오리지널에 대한 탐구와 열광은 그에 대한 반증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티패스트패션은 패스트패션으로 인해 잃어버린 옷의 가치, 오리지널의 가치를 다시 찾고자 하는 흐름이기도 하다.


Saint James

Skajan


제이디inc는 2012년 뉴욕에서 설립된 회사로 의류와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인터넷 리테일러다. 겉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이 스타트업 기업은 사실 ‘굉장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올 1월에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국제경제포럼에서 제이디는 신생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초청장을 거머쥐는 위세를 보여줬다. 이들의 강점은 철학으로, 제이디닷컴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있다.

‘제이디는 패스트 패션의 광기와 싸운다는 웅장한 비전을 가지고 출발했다. 그래서 우리는 오로지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스타일들을 견고하게 제대로 만드는 기업의 제품만을 취급한다. ‘과정’이 중요하다. ‘퀄리티’가 중요하다. ‘정직함’이 중요하다’

제이디를 설립한 ‘소라야 다라비(Soraya Darabi)’는 자신의 철학을 독특한 방식으로 완성한다. 그녀는 마치 ‘식품원산지 이력조회’를 하는 방식으로 모든 제품들의 이력을 공개한다. 예를 들어 제이디의 제품 중 하나인 세일러 티셔츠의 경우 이 티셔츠를 구매하고자 클릭하면 그 아래에 다음과 같은 정보가 주르륵 따라 나온다.

‘이 옷에 사용된 원사는 철저한 유기농 프로그램으로 재배된 코튼을 사용하고, 방적과 나염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매우 인간적인 노동환경 속에 이뤄졌으며, 봉재 또한 봉재인들이 곧 주인인 시스템의 공장에서 이뤄졌다’는 내용이다.

제이디가 불붙인 패스트패션과의 전쟁은 왠지 지나치게 결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들이 불러 일으키는 파급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제이디닷컴의 철학에 공감하게 된 것일까.


Whomademyclothes

Zady’s mission


평범한 소비자들이 환경이나 복지 문제에 대한 강한 주장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제이디나 패션레볼루션같은 사이트들이 힘을 얻어가는 이유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안티 패스트 패션 흐름이 또 하나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이면에는 스티브잡스와 주커버그 등의 ‘스마트 신인류’가 가진 새로운 철학이 존재한다.

스티브잡스는 한가지 옷만 고집하기로 유명하다. 승려 풍의 블랙 터틀 니트와 청바지, 그의 잘 알려진 시그니처 차림이다. 스티브잡스는 자기 옷장을 공개한 적은 없지만 블랙 니트는 ‘이세이미야케’를 고집하여 같은 옷을 수십 벌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주커버그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 옷장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여 화제가 됐다. ‘오늘은 뭘 입을까’ 라는 재치있는 질문과 함께 공개된 그의 옷장엔 똑같은 회색티와 똑같은 후드가 주르륵 걸려 있었다.

왜 이들은 같은 옷만 고집하는 걸까? 과거에는 이런 사람들을 바라볼 때 ‘괴짜’ 나 패션을 모르는 ‘범생이’ 같은 눈길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이들은 젊은이들의 워너비이자 추종의 대상이됐다. 젊은이들 눈에 비친 잡스와 주커버그의 패션은 ‘스마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체 무엇이 스마트하다는 것일까. 이는 같은 옷만 가지고 있음으로써, 옷을 선택할 시간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를 둘러싼 패션 소비자들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그러나 패션에 대해 누구보다도 민감할 20대 젊은 여성들에게도 이런 현상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Zuckerberg

Steve Jobs


어느 젊은 여성이 자신의 옷장을 열어보고 스스로 이런 질문을 품기 시작했다. ‘나의 옷장은 스마트한가?’ 그 옷장에는 생각 없이 패스트 패션에서 사들여 다시는 입지 않을 옷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옷장정리를 시작한다. 다 버리고 최소한의 옷만 남기려 노력한 끝에 그녀는 ‘33개 아이템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얻는다. 이것이 옷, 모자, 액세서리, 구두 등 전부 합쳐서 33개의 아이템만 남기기 프로젝트, 즉 ‘프로젝트 333’의 시발점이다.

‘프로젝트 333’은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SNS에 나만의 33개 아이템들을 공개하며 자랑을 하고 있다. 깨끗하게 정리된 옷장, 적지만 세련되게 입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아이템을 가진 이들은 타인에게 큰 호감을 준다. 이들은 환경이나 인권문제에는 사실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스마트한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데 큰 매력을 느낄 뿐이다.

이 ‘프로젝트 333’으로 정리된 옷장은 ‘캡슐형 옷장’이라고도 불린다. 그 안에서는 어떻게 코디해도 멋진 스타일이 연출되도록 정리되었다는 의미다. 이런 현상은 이제 전(全)사회적인 것이 됐다. 요즘 젊은이들의 지갑 사정은 넉넉지 않다. 작은 공간을 멋지게 활용한 아파트에 환호하고 캡슐형 옷장으로 스마트하게 정리된 패션에 환호하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안티 패스트 패션은 일종의 소비거부다. 이는 커다란 트렌드지만 그 안을 열어놓고 보면 매우 다양한 주장이 혼재되어 있다. 누군가는 인권을 위해, 누군가는 환경을 위해, 누군가는 스마트한 패션생활을 위해 소비를 거부하는 흐름이 뒤섞여 있다. 이런 트렌드하에서 패션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Project 333

Fashion Revolution Day

Oh 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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