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 스타워즈, ‘덕심(心)’의 커밍아웃
2016-02-01고학수 기자 marchberry@naver.com
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세상을 바꾸는 것은 무엇일까? 과학기술? 정책? 사람들의 가치관? 바로 ‘덕심(心)’이다.

과거 부정적인 이미지와 의미로 사용되던 일본의 ‘오타쿠’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오덕후’로 변화되었고, 덕후, 덕심, 덕력(力), 덕밍아웃(오덕후의 커밍아웃), 탈덕, 휴덕 등의 단어를 파생시켰다. 과거에는 남들에겐 의미 없어 보이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깊이 빠져드는 사람들로 사회 부적응자, 패배자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학벌이나 학력을 뛰어 넘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이자 능력자인 긍정적인 의미로 변화하고 있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좋아하여 행동과 사회, 문화까지 변화시키는 ‘덕심’은 그래서 21세기를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시절에나 ‘덕후’는 있었다. 시대에 따라, 관심사에 따라 ~광, 꾼, 폐인, 마니아(mania), 팬(fan), 너드(nerd), 긱(geek), 박사 등의 명칭으로 변화되어 우리 주변 곳곳에 숨어 있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는 이렇게 ‘덕질’한 조지 루카스 감독의 결과물이고, 그로 인해 수많은 ‘덕(팬)’들을 양산한 거대한 문화유산이 되었다.

미국의 신화 역할을 하던 서부극을 대체할 현대적인 신화를 만들고자 했던 조지 루카스 감독은 그의 바람대로 미국의 건국신화이자 미국판 삼국지를 만들어 냈다. SF 서부극,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거대한 세계관을 담은 ‘스타워즈’는 루카스 감독이 어린 시절부터 ‘덕질’해오던 대상들의 총합이었다. 그는 ‘타잔’ 같은 모험 이야기의 열혈 팬이었고 그래서 주말마다 극장에 가 연속적인 에피소드를 보는 것이 낙이었다. 또한 자동차광인 그의 영화에는 인상적인 추격전이 빠지지 않는다. 대학시절 심취했던 신화학도 ‘스타워즈’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무엇보다 ‘스타워즈’가 전세계 다양한 연령을 뛰어넘어 사랑받는 현상은 컴퓨터 그래픽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던 1970년대 당시 엉성하지 않은, 실로 화려하고 실감나는 우주 배경을 구현해냈다는 것에 대한 찬양이다. ‘스타워즈 초기 작품 촬영 수준’, 또는 ‘CG 없던 시절 스타워즈 제작 환경’을 검색하면 얼마나 날 것의 노동력으로 만들어 낸 작품인지 확인할 수 있다. 프라모델처럼 작은 모형들을 섬세하게 만들어내고 매트 페인팅 기법으로 수백 명의 스톰트루퍼를 그려낸 제작진의 ‘덕심’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스타워즈’의 팬인 ‘프린’과 ‘로다테’의 디자이너는 ‘스타워즈’를 주제로 2014 F/W 컬렉션을 선보였었고, 니콜라스 케이는 마치 ‘스타워즈’의 사막행성에서의 옷차림 같은 어반 노마드 룩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18세기 고전 복식에 일가견이 있는 칼 라거펠트나 존 갈리아노, 현대 미술에 심취한 라프 시몬스와 마크 제이콥스, 빈티지 제품의 수집광인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 등 자신만의 단단한 패션 세계를 가진 디자이너들은 공통점은 바로 ‘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