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코드 - 털모자, 무심한 듯 시크하게
2016-01-25고학수 기자 marchberry@naver.com
마음을 움직이는 FASHION & SHOW!









고만고만한 무채색의 코트가 넘쳐나는 한겨울의 거리에서 남들과 차별화하기 쉬우면서도 추위를 막아주는 실용적인 아이템은 뭐니뭐니해도 따듯한 털모자다. 색이 독특한 장갑, 가방, 신발도 전체적인 룩에 포인트가 될 수 있지만 얼굴과 머리라는 신체의 가장 윗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모자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힘은 가히 독보적이다.

여름의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 캡 형태의 모자나 플로피 햇(floppy hat)처럼 챙이 넓고 통풍이 잘 되는 모자를 쓴다면, 찬 공기에 몸이 으슬으슬할 시기의 털모자는 따끈한 핫초코처럼 잊지 말고 누려야 할 시즌 한정 아이템이다. 니트 소재가 공기 층을 머금어 보온성이 높을 뿐 아니라, 그 특유의 질감이 시각적으로도 포근함을 선사해 준다.

털모자의 가장 기본 형태는 비니(beanie)다. 마치 손가락에 골무 끼듯 머리에 쏙 씌울 수 있는 이 단순한 형태의 아이템은 짧은 것은 워치 캡(watch cap), 긴 것은 롱 비니로 나뉜다. 여기에 머리 정수리 부분에 폼폼이나 밍크 같은 방울을 달면 좀 더 여성스럽고 귀여운 이미지를 나타내는데, 최근에는 장식성을 더한 인조 보석이나 망사를 두른 비니가 등장하기도 한다. 한편 군밤 장수 모자, 귀달이 모자로 불리는 귀 부분을 덮는 트래퍼(trapper) 형태도 니트로 만들어지면 특유의 어린 이미지가 배가된다.

트래퍼 형뿐 아니라 털모자들은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가리고 싶어하는 단점을 보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즉, 얼굴 라인을 동그랗게 덮음으로써 자신의 원래 나이보다 어려 보이게 하거나, 얼굴을 작아 보이게 하고, 심지어 롱 비니를 위로 솟아 오르게 쓰면 키가 커 보이기까지 한다. 또한 코트나 재킷처럼 잘 갖춰 입은 의상에 매치하면 한결 편안하고 젊고, 활동적으로 보인다.

21세기의 옷 좀 입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드레스 업한 옷차림은 오히려 패셔너블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말해, ‘내가 공들여 꾸몄다는 것을 남들이 모르게 하라’가 그들의 모토다. 그래서 패션 피플들은 그렇게 ‘무심한 듯 시크하게’를 부르짖는다. 최근 패션 위크 기간 동안의 비니를 쓴 패션 피플들이 눈에 많이 띄고, 두툼한 털실을 사용한 털모자가 큰 유행이었던 것은 이러한 털모자의 장점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개성 강하고 재미있는 털모자를 찾아보고 싶다면 ‘안나수이’의 컬렉션을 참고해 볼만하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영감을 받아 무늬를 믹스 앤 매치하는 디자이너 ‘안나수이’는 몇 년 째 F/W 시즌에 다양하고 재미있는 형태의 니트 모자를 선보이고 있다.

유아용 모자같이 부엉이나 화려한 깃털의 새를 형상화한 듯한 모자, 동양의 어느 공주님의 머리 마냥 앞머리와 땋은 머리가 붙은 가발을 뒤집어 쓴 듯한 모자, 더 나아가 바이킹 모자나 동양 무사의 헤어 스타일을 닮은 모자로 웃음과 기발함을 선사했다.

이러한 모자를 씀으로써 스산한 겨울, 누군가에게 따스한 웃음을 건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